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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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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7일 09시 16분 등록

금요일 새벽에 시작한 편지를 토요일 새벽에 마저 써요. 매미는 사라지고 귀뚜라미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 자신을 외칩니다. 긴 바지와 긴 팔 옷을 입었는데도 양말을 안 신은 맨발이 좀 시려워서 한 발 발가락을 다른 발 발바닥에 묻은 채 편지를 쓰고 있어요. 간간이 마른 기차 소리가 들립니다. 서울역에서겠지요. 그 기차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직접 본 장면이 아니라 출근 전철에서 서서 본 지자체의 포스터와 잘 있거라 나는 간다. 대전발 0 50노래구절이 떠오릅니다. 곧 인가의 아침이 오고 이 소리들은 묻혀 버릴 겁니다. 이 시간의 고요함이 참 좋습니다.

 

첫 편지를 사부님 책 중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간증이나 귀순용사 기자회견처럼 편지를 써얄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집니다. 제가 애정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 베스트 쓰리는 <일상의 황홀>,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그리스인 이야기>입니다. 이건 그냥 자주 만지고, 달달달 읽고 싶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하고 <필살기>하고 <떠남과 만남>은 저한테는 운전교본이나 요리레시피처럼 느껴져요. 그 책을 가지고 단식을 하면서 하루의 인프라인 먹고 자는 일정을 조정해서 자기를 위한 2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편하고, 직장 근무시간 중 절반을, 내 직업 분야 직무 중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필살기를 연마하는 일에 투입해서 일만 시간 적금을 만기까지 다 붓고요, 시절따라 남도여행을 나서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리처럼 떠돌기 위해 쓴 책이 교본으로 삿되게 유통되는 줄 알면 예끼 이눔아 하실랑가요?

 

근데 책들이 저한테 없어요. <일상의 황홀>하고 <마흔 세살>하고는 <필살기> 책을 샀지만 마음은 급한데 어려워서 안 읽힌다던 그녀에게 빌려주었어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여하고 싶어했던 남편에게서 저자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건 시작만 하면 후루룩 읽힌다며 권했어요. 우리는 마흔살 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녀에게 재촉이 될까봐 물어보지 않았어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20년 근속 선물과 함께 퇴사한 그녀에게 주었어요. 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을 빌려왔어요. 목요일은 우리반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는 날이거든요. 저는 교실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우는 아이 옆에서 따라 우는 것 밖에 아무 할 일이 없었던 시간 이후, 마음이 산산조각이 난 게 덜 봉합되어서요 아그들이 책을 갖고 노는 동안 어른용 서가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어요. 이건 잘 읽고서 직장 3년차인 20대의 그녀에게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녀들의 어려움과 답답함, 숨막힘에 짠합니다. 동병상련이기 때문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은 암중모색의 와중에서 제가 만난 인가의 불빛이었어요.    

 

마흔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다만 내가 거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건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61)

 

그가 말하는 전환은 본래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초인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전신성형수술 같은 환골탈태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릴 것 같은데요 본래 있던 걸 발견하는 것이라니 나도 한번 해 볼까나 합니다.

 

나는 개인에게 있어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본래의 자기란 무엇일까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이해하고 그 강점을 계발하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자기다움으로 돌아가는 좋은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306)

 

그의 혁명은 개인생활과 직업 영역에서 균형감이 있고 총론과 각론이 방향과 방법론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제가 목격한 바로는 말한 대로, 쓴 대로 사는 분이었어요. 그의 책에 나오는 걸 따라 배우는 일에 저는 안심하고 있습니다. 삶의 진정한 비교우위 또는 경쟁력은 행복일 겁니다.

 

개인의 혁명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삶 자체다. 삶은 일상이다. 좋은 삶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행복한 일상적 삶이야 말로 자기 혁명이 추구하는 비전이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46)

 

저도 사는 듯이, 나답게 사는 이의 웃음을 피워내며 살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막 시작했습니다. 좋은 본을 만났으니, 10년을 따라 살아 보면 알게 되겠지요.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요.   

IP *.153.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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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7 11:12:15 *.108.69.102

콩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뗀 것을 축하해요.

늘 해 오던 사람처럼 지극히 심상하고 편안하게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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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7:05:38 *.43.131.14

한 단어 군더더기가 없는 선배님!

저 '심상하다'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 네이버 사전에 물어봤어요.^^

글을 올려놓고 벌렁대고 있었어요.

편안하게 읽히신다 말씀해 주시니 아멘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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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8 11:30:35 *.38.189.27
콩두. 첫 편지 좋다. 난 콩두의 재잘재잘이 좋아. 귀엽고 편안해. 그러나 너의 글은 심지가 있어. 언젠가는 꼭 이루어내고 말리라는. 그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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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7:07:59 *.43.131.14

벵곤선배^^

저 댓글들을 믿고 싶기 때문에 진짜로 믿습니다.

벵곤선배님이 웨버같아요.

그 거미줄에 있으면 안전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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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7:05:45 *.1.160.49

어쩔 수 없이 부러워져버리는 글입니다.

디테일의 힘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글 맛.

 

날이 갈수록 콩두님의 팬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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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7:10:41 *.43.131.14

묙님이 말씀하시는 '디테일'과 '아기자기'는 6기 게시판을 소리없이 읽을 때 묙님의 글에서 많이 보았어요.^^

응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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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9:48:31 *.30.254.29

조용한 힘이 느껴집니다.

 

조용한,

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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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7:11:13 *.43.131.14

고요히 쿵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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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13:05:52 *.64.231.52

사부의 책을 이렇게도 소개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

콩두 만의 색깔이 이 글에도 잘 녹아있어 반가워요.

나도 병곤 선배가 말한 '심지'론에 동의해요.

콩두가 첫 책을 내면 가장 기뻐할 사람 중에 내가 있지요.

오랜 시간 함께 해왔고, 함께 해갈 친구가 되어서 고맙고요,

첫 마음 편지, 많이 많이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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