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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와이즈베리 2012)
지금 어떠한 삶 속에 있든지 우리는 살아내야 할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 희망이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이끈다. 우리를 괴롭힌 것이 우리를 낫게 하고, 우리를 타락하게 한 것이 우리를 청결하게 하고, 단명한 것이 영원으로 우리를 구원한다. 27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긴 것만이 황홀한 영상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되돌아오지 않는 지금을 진심으로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카이로스의 시간경영이다. 35
바쁜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머슴일 뿐이다. 무엇에 시간을 충분히 쓸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시간의 주인이다. 36
살아 있음의 떨림을 기뻐한다. 시간을 연속된 선으로 이해하지 않고, 점들로 인식한다. 그리고 각 점마다 그것으로 충분한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각 지점에서의 인생을 시처럼 살려고 애쓴다. 시는 몰입이며 황홀이다. 그 감수성으로 지금에 심취한다. 지금의 냄새를 고요히 흠향한다. 36
진정한 사랑은 절대로 지루하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그것은 굴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사랑도 내면에서 진화해 간다. 처음에는 난롯가의 불꽃이더니 이윽고 겉을 태우는 불길이 되었다가 마침내 속까지 깊이 타오르는 불덩이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지켜볼 만한 굉장한 것이며, 은총이다. 사랑의 방정식은 그래서 매우 특별하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라 무한대다.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가 남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서로에게 서로를 바치기 때문이다. 49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 불임이니 시간에 의해 절멸될 것이다. 사랑만이 사랑을 낳게 되고, 그 사랑을 이어감으로써 우리는 시간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육체가 죽어도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그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불멸이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사랑으로 남는 존재들이다. 50
우리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과거의 나로부터 변신해야 한다. 결국 변신이란 주어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를 바꾸어가는 진화의 과정임을 알 수 있다. 54
결국 영웅이란 주어진 변화에 창조적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가슴이 뛴다. 평범한 내 속에 위대함이 씨앗처럼 들어 있다는 것, 언젠가 그것이 발아할 것이라는 희망, 나는 이 창조적 변신을 믿기 때문이다. 54
자기를 경영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변형시켜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것이다. 바로 자기 창조다. 자신 안에 무엇인가를 잉태하여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다. 56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은 엎어지고 자빠지며 그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뜻이며, 나를 찾아가는 두려운 모험에 몸을 내맡겼다는 뜻이다. 61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위대해질 수 없다. 모든 위대함은 나로 시작하지만 결국 나를 넘어선 우주로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세 번째 관문은 스스로 별이 되는 일이다. 61
자신이 진자 누구인지는 삶으로밖에는 보여줄 수 없다. 진짜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인생의 모험은 계속된다. 인생 없이는 진짜 이름도 없다. 인생이 곧 이름이다. 68
인간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진짜 이름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이다. 살고 있으나, 그 속에 내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도할 때 자기혁명은 시작된다. 69
오늘 스스로에게 주술을 걸고, 모험을 떠난다. 나를 탐구한 지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내 속에 들어가 나를 탐구할 것을 허락하노라. 내면의 모든 것들, 모든 핏줄의 비밀을 파헤쳐 나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리라.” 70
배고픔은 늘 현재의 배고픔이다. 과거에 먹은 그 무수한 음식이 지금의 배고픔을 상쇄해주지 못한다는 점, 이것이 바로 인간이 끊임없이 밥에 매달리는 이유다. 과거의 포만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 똥이 되었기 때문이다. 82
육체를 가진 우리는 밥을 떠날 수 없고, 밥 속에는 그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있다. 다른 것들의 죽음으로 공양된 우리, 우리의 삶을 위해 죽어준 것들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오늘의 삶은 소중하다. 막 살 수 없다. 살아 있다는 것이 곧 삶의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삶이 고단하다 해서 삶에 불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84
결국 알게 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세속의 성공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기쁨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며,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다. 85
분노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와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분노는 일종의 순간적 광기이므로 제압하지 못 한다면 자신이 제압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분노의 재앙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은 분노를 통제하는 방법을 터득해냄으로써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왔다. 87
분노는 퍼부어지는 대상보다 그것을 담고 있는 양은그릇에 더 해를 끼치는 산과 같다. 97
철학이 별 것인가? 좋은 삶을 위해 쓰면 그것이 철학이지. 98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찬 상태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머리가 차갑고 가슴이 뜨거운 상태에서만 일은 이루어진다. 98
화가 조금 났을 때는 천천히 열을 셀 때까지, 화가 많이 났을 때는 화가 풀릴 때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 위에 일어나는 불길을 더하지 말고 오직 길가를 스치는 바람으로 여겨라. 99
분노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하지 마라. 자신의 모짐과 결별하고 피와 화해하는 신성한 의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모든 순간은 다 마지막이다. 그러므로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마지막 인사는 그것을 미워하지 않고 축복하는 것이다. 지금 말이다. 100
우리는 누구나 염원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깎아,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스로의 피그말리온이다. 109
세상을 혐오하는가? 사랑할 만한 나만의 세상 하나를 만들자. 그러면 그 세상을 사랑하게 되리라.
삶을 혐오하는가? 사랑할 만한 삶 하나를 만들자. 그러면 못 견디게 그 삶을 사랑하게 되리라.
운명을 미워하는가? 미칠 듯 빠져드는 운명 하나를 만들자. 그러면 순명의 삶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리라. 110
인간은 인간 자신의 어둠과 끊임없이 대결을 벌여야 한다. 이 대결을 팽팽하게 끌고 가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반항과 자유, 그리고 열정이 그것이다. 117
나의 삶, 나의 반항, 나의 자유를 최대한 느끼는 것, 이것이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다. 매일 무익한 일에 나를 바치는 삶은 허망하고 쓸데없다. 117
인간의 유한한 운명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떨림에 감사하게 된다. 주어진 삶, 그것이 무엇이든 정면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118
지식은 말로 자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식을 자랑하면 정신이 썩고, 학문이 잡다하면 혓바닥은 훈련되지만 행위는 빈약해진다. 135
세상의 인정을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라.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도록 허락하지도 마라. 세상의 인정을 구하다 보면 정신은 비루해지고, 나의 자유는 얽매일 것이며, 나는 그들의 기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약속한 것을 스스로 행할 수 있도록 회초리를 들고 다그쳐야 한다. 137
아직 가지지 않은 것을 염원하는 자, 영원히 행복할 것이고 또한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인생을 사랑하는 것과 인생을 탐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섬세한 경계에 서서 늘 우리의 삶이 탐욕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159
변화에 성공한 사람은 어제의 나를 십자가에 매달 수 있으며, 미래의 나와 화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어제의 영웅은 내일의 폭군이 될 수밖에 없다. 182
인간관계 최고의 미덕 중 하나는 겸손이다. 세상에 자신을 외치고 스스로를 높이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참아내기는 힘들다. 위대해지기 위해 넘어서야 할 최초의 관문은 그래서 겸손인지도 모른다. 184
진정한 신앙은 신이 우리에게 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삶을 바쳐 그것이 빛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192
자기를 경영한다는 것은 먼저 가치를 배우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행위가 자신의 가치체계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이 정의로운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은 되지만 그것이 가치에 위배되는 행위를 요구한다면 거기서 물러서야 한다. 213
삶이 곧 시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자의 비명, 그것이 바로 시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슬픈 조건이며 동시에 위대한 조건이다. 219
변화란 무엇인가? 나를 가둔 청동황소의 문이 밖에서 잠긴 것이 아니라 안으로 잠겨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나를 가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가 나의 독재자였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안으로부터 청동황소의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잔인한 형구를 푸른 바다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다시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나를 풀어줌으로써 진정한 내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이 한 개인이 변화를 경영해가는 방법이리니, 입안에서 터져 턱을 타고 넘쳐흐르는 과즙을 즐기듯 삶을 즐기리라. 222
미래는 불안이며, 기대이며, 착각이며, 환상이며, 죽을 때까지 풀 수 없는 두려움이다. 231
모든 생명은 자신의 운명을 따른다. 나에게도 내가 바꿀 수 없는 나의 운명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섭섭하거나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승리를 쟁취했다고 여기곤 하지만 승리와 패배 모두 미리 예견된 것이다. 나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의 일이며, 그렇다고 실망할 것도 없는 것이 삶이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 당장 고통스럽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인생 전체로 보아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닐 때가 더 많았다. 239
매일 살아 있음으로 기뻐하고 매일 새로운 자신을 창조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인생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240
자기혁명은 종종 사회가 인정하는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안티고네처럼 ‘자기만의 법칙’을 따름으로써 세상의 일반적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247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이렇게 멋진 흥분일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러니 살아봐야겠다. 다시 살아봐야겠다.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를 때마다 한 번 다시 살아봐야겠다. 258
모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영원한 우주와 연결되는 삶을 노래해야 한다. 그것이 단명한 삶을 시로 노래로 살아내야 하는 필멸의 인간이 지닌 운명이다. 그러니 그 순간에 공명하여 울리는 유리잔이 되리라. 무수한 삶을 떨림으로 울리다 깨어지리라. 275
인간의 인생은 꽤 길다. 황혼이 되어 돌아보면 봄날의 꿈처럼 순식간에 속절없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살 때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사는 사람은 드물다. 만일 ‘오늘만의 삶’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산다면 매일 이별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275
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275
운명이 나를 집어던지게 하라. 던져질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리니. 추락이 나의 재생이고 칭송이 나의 파멸이다. 280
우리 안에 신이 있다. 신은 우리 안에 자신을 숨겨두었다. 인간은 신이 선물한 모든 것들을 자신 안에 담고 태어난 모순덩어리지만, 영웅적인 내면 여정을 통해 갈등과 충돌을 대통합하여 위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다. 그 이야기는 삶이라는 잉크로 쓰여진다. 삶만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위대한 손이다.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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