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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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에게 갔어요
그리고 물어 보았어요
신부님
왜 고해성사를 하는지요 ?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그렇군요
일주일 뒤에 다시 신부님에게 갔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신부님 죄를 짓지 않았어요
일주일 동안 아주 착한 일을 많이 했어요
저를 축복해 주세요
모두 좋은 일만 생기고
좋은 일만 했어요
그러자 신부님이 말했어요
쉿!
고해성사는 죄를 고백하는 거란다
아주 시시콜콜해도 다 말해야한단다
죄를 짓고 싶지 않아요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나를 부정적인 것과 같이 보고 싶지 않아요
착한 것
좋은 것
기특한 것이 되고 싶어요
신부님
착한 일을 고백하게 해주세요
나를 긍정적인 일과
똑 같이 보게해 주세요
(역시 캠벨을 그리며, 특히 그의 어린 시절을 그린 습작)
* 김수환추기경님이 돌아셨습니다. 우리는 존경할 만한 분을 한 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남긴 발자취를 기억합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독재에 항거할 때, 그리하여 자유에 기여할 때, 모두 새떼처럼 쫒겨 성당으로 몰려갈 때 그 분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평생 고해성사를 들어 주는 신부셨지만 선한 책임이 무엇인지 알게해 준 몇 안되는 어른이지요. 하나님께 돌아간 그 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선종.
![프로필 이미지](/2011/modules/pxeboard/skins/PXE_flat_board_list/img/default/comment/avatar.gif)
회식자리에서 위하여-를 외치며 소주를 마시다가 성당에서 온 문자를 보고 단숨에 명동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지 말라며 호흡기도 마다하셨다지요.
한 조그만 성당에서 강론을 하셨을때, 추기경님의 강론에 집중하지 못하고 꾸벅 졸았던 제 자신이 왜이리 미운지요. 그것이 직접 뵐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음을, 저는 왜이리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인지요.
문득 최윤의 단편소설 <회색 눈사람>의 마지막 글귀가 생각납니다.
"아프게 사라진 모든 사람은, 그를 알던 이의 마음에 상처와도 같은 작은 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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