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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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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10시 17분 등록

<낙타의 노래>

 

주님,

제 인생은 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같아야 하는가

원망했습니다.

 

때론 당신도 원망했고

때론 제 자신도 원망했고

때론 남들을 원망했습니다.

 

이름 모를 잡초마저도 뿌리를 내리고

자기 터를 잡고 사는데

바람에 흔들리며 넘어지는

내 인생은

왜 이리도 떠다니는 부초처럼

뿌리 내리지 못하고 홀로 가는 길인지

모든 것을 원망했습니다.

 

가슴속 꽁꽁 싸매어둔 상처가

아물지 않고 더 깊어만 갈 때

제 상처를 치료하기 보다는

상처를 준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제 자신을

더더욱 사막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나를 상처 입힌 것도

나 자신이며

또한 당신이라는 것을.

 

상처가 남긴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상처는 결국 치유되어야 하며

상처가 남긴 흉터를 보며

당신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젠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때 비로소 사막 가운데

샘터가 나타난다는 신비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상처 뿐인 영광은 결코 진실이 아님을,

상처 뒤에 남은 흉터 속에서

당신이 저와 함께 계신다는 신비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이 몸 누일 수 있는

샘터를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흉터를 통해 당신의 얼굴을 드러내신

그 신비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당신은 곧 저이며

저는 곧 당신임을

이토록 우둔한 저에게 알려주시려고

이 몸에 이렇게 깊이 흉터를 새겨주셨습니다.

 

샘터에 몸을 뉘이며

오늘은 이렇게 노래 불러 봅니다.

정갈하게 몸을 씻으며

이 흉터를 씻어 봅니다.

더욱 뚜렷이 보이는

당신 얼굴을 봅니다.

 

샘물은 실개천이 되어 흐릅니다.

내일의 해가

지평선에서 떠오르면

샘물이 흘러가는 저 너머

사막의 끝을 향해 가보겠습니다.

그곳에 계신

또 다른 당신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다만

오늘 이 밤은

샘에 비친 별을 보며

흐뭇하게 웃어 보렵니다.

 

IP *.6.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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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07:01:55 *.153.23.18

낙타의 상처부위는 어디일까, 어디서 고약을 붙여야 할까?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잡념을 피웠어요.

 

시 속의 고단한 낙타씨가 지금은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 듯 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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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0 09:43:38 *.62.172.40
흉부외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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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3 21:51:48 *.108.69.102

콩두의 명품 댓글 앞에 나는 아무런 댓글도 달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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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4 15:47:46 *.62.1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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