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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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를 읽으며 잠시 과거로 여행을 해보았습니다.
과거의 단상 몇 개를 옮겨봅니다.
단상 1: 인간의 굴레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 by W. Somerset Maugham은
우리 엄마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의 제목이다
내가 어릴적에 우리 엄마는 항상 잠들기전 머리맡에서
자장가를 불러주셨다
♪잘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자거라~ 자~거라 귀여운 아~가야
꽃~속에 잠~드는 벌~나비 같이...♬
항상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인지
요즘도 자기 전에 오디오에 sleep timer를 설정해두고 잠드는 습관이 있다
독문학도가 꿈이셨던 엄마는 젊은 시절 항상
원어로 "Heidenroeslein", "Der Lindenbaum"등을 자주 불러주셨다
우리나라 언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신기한 언어로 노래를 부르시는
엄마가 어찌나 멋져 보였던지 영어 알파벳도 잘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엄마에게 발음 소리나는대로 그 노래들의 가사를 적어 달라고 하여
엄마 곁에서 따라 부르곤 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자 아인 크나브 아인 뢰슈라인 쉬테헨"
sah ein knab ein roeslein stehen
어릴적 나의 role model은 우리 엄마였고, 엄마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서 좋아했고
엄마가 들려주는 시(詩)며, 노래며, 또 책들을 따라서 읽었던 거 같다
그 중 하나가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이다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읽었던거 같은데...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
내 기억속에서 그 책의 내용은 뿌연 안개속의 오솔길처럼 희미하기만 하다...
내 기억 속에서 모옴의 책 내용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면서
나와 엄마의 관계도 소원해지기 시작한거 같다...
엄마에게 그 책은 어떤 의미로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일까?
엄마는 깨닫았고, 어린시절의 나는 깨닫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인간의 굴레를 다시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엄마를 사로잡았던 그 무엇인가를 그 책 속에서 찾게 된다면
어린 시절 내가 그토록 닮고싶고 쫓고싶었던
하지만 지금은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엄마의 그림자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단상 2: 닭과 Chicken
나는 Chicken을 참 좋아한다...
아마도 beef나 다른 어떤 종류의 meat 보다도 chicken lover일 것이다.
내가 이토록 Chicken을 좋아하게 된 건 아마도 조금은 불순한(?) 의도에서가 아닐런지...
내 어린 시절 기억 중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아마도 3살때 있었던 한 사건으로 기억된다.
당시 시범아파트라는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곤 여의도의 대부분이 공터였던 시절,
아파트 단지 주변은 새파란 잔디에 둘러쌓여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잔디밭이 부족한 주차공간을 위하여 아스팔트로 바뀌었지만...
우리 아파트의 1층에는 아파트 상가 아케이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중 한 식품점에서 닭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닭은 일반 닭이 아닌 거의 싸움닭 수준의 장닭이었다.
주로 가게 앞 나무에 묶어 두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날은 내가 잔디밭에 앉아서 놀고 있는데
그 닭이 묶여 있던 끈을 풀고 나와 나를 덮쳤다.
도망가도 도망가도 계속 쫓아와서 쪼아대는 그 닭의 집요함에 지쳐 나는 끝내 잔디밭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고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어디선가 아빠가 달려오셔서 나를 안고 그 무서운 닭의 공포로 부터 나를 해방시켜주신 기억이 난다.
그 사건 이후 그 가게 주인은 그 닭을 어디론가 보내버렸고,
나는 더 이상 닭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닭을 보면 왠지 겁이 나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어린시절 기억에 깊숙이 각인된 닭에 대한 안좋은 기억 때문인지 그 이후 닭에 대한 나의 복수전은 시작되었다~ ㅎㅎㅎ
대학시절 구내 cafeteria에서 매일 매일 roasted chicken만 먹는 나로 인해
닭고기를 전혀 못 먹던 내 친구까지 심지어 chicken lover로 改食 하게 되었따~ 크하하하
닭에 대한 나의 복수는 단지 나 하나만을 넘어 이제는 전파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계속 chicken lover들을 양산시켜야지 Ring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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