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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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5-2주차>
2013.09.08.
글: 서 은 경
(No. 1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 동서문화사 (2007)
초등시절,
나는 괴테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데 늘 내 입가에는 노래가 된 시 하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들장미(Heidenröslein)....’
중학교 다니는 큰 언니의 음악책에 나왔던 노래다.
‘괴테’의 시에 ‘베르너’가 곡을 붙였다.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꺾으려면 꺾어라, 나는 너를 찌르리.....”
어깨 너머로 이 노래를 배워 부르면서
장미에 찔린 그 소년은 누굴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바로...
괴테였다.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 1832
저명한 작곡가, ‘베르너’도 ‘슈베르트’도 괴테의 시 ‘들장미’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20대 초반의 청년, 괴테는 제젠하임 목사의 딸 ‘프리드리케 브리온’을 연모하였다. 그녀를 떠올리며 지은 시가 바로 ‘들장미’다. 애틋한 사랑을 해 봐야, 아름다운 장미 가시에 찔려봐야 ‘그 느낌 아니까....’ 괴테의 시에는 생생한 사랑 경험이 살아있다.
(베르너의 ‘들장미’) 노래 영상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convertIframeTag.nhn?vid=F37A0F8BF060029A190BBF9B52E126037E1B&outKey=V12586c80fdc3697daab426ae0e820ef3dc3262da7881469cf87426ae0e820ef3dc32&width=720&height=438
1. 작가 소개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귀족은 아니지만 넉넉한 집안환경과 헌신적인 아버지의 교육열 덕분에 어려서부터 어학,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접한다. 그는 8세에 시를 짓고 13세에 첫 시집을 내어 문학 신동이라는 말을 듣는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등 그리스 로마의 고전 문학은 어린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정도로 언어재능이 뛰어났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한다.
괴테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를 하면서 문학과 미술에 더 몰두했다.
그래서 1767년에 첫 희곡 <연인의 변덕>을 쓴다. 1770년,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 재학하며 그의 절친 ‘헤르더’를 통해 호머, 오시안, 그리고 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에 눈을 뜬다. 20대 초반에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괴테의 관심은 이미 법률이 아니라 문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여러 문인과 교제하며 광범위한 독서에 몰두한다.
1772년 베츨라의 법률 사무소에서 견습 생활을 하던 중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의 체험을 소설로 옮긴 것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소설은 당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 입고 절망적인 사랑으로 인한 자살까지 따라할 정도로 유행했다고 한다. 1775년, 괴테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이후 제2의 고향이 된 바이마르로 향한다. 인구 6천 명의 작은 공국의 신임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은 괴테를 전적으로 신임하며 국정을 맡긴다. 괴테는 행정가로 국정에 참여하여 교육, 재정, 건설, 군사,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특히, 바이마르를 문화의 중심지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성공적인 공직 수행에도 불구하고 괴테는 내면에서 솟아나는 예술을 향한 갈증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괴테는 바이마르 생활 청산하고 10년 만에 도망치듯 혼자 여행을 떠난다. 1786년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고전주의 문학관을 확립하고, 1794년 독일 문학계의 또 다른 거장 쉴러를 만나 그와 함께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를 꽃피운다.
1796년에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발표하고, 1797년에는 쉴러의 <시신연감(詩神年鑑)>에 공동작의 단시(短詩) <쿠세니엔(손님에게 드리는 선물)> 414편을 발표한다. 괴테는 쉴러와 함께 문단을 풍자하는 공동작 단시를 발표하면서 독일 문학계에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그러다 1805년 쉴러의 죽음으로 괴테는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라고 말할 만큼 큰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괴테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꾸준한 창작과 연구를 꾀하며 자신의 문학을 한걸음 더 세계문학 단열에 올려놓는다. 그 무렵에 괴테는 이미 유럽 문학의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나아가서 신대륙인 미국의 문학을 조망하며 각국의 국민문학 작가들과 교류를 꾀하였다. 세계 문학적 시야를 넓혔던 것이다.
이후 그는 <색채론>(1810),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1821), <이탈리아 기행>(1829) 등을 완성했으며, 스물네 살에 구상하기 시작하여 생을 마감하기 바로 한 해 전에 완성한 역작 <파우스트>를 마지막으로 1832년 세상을 떠난다.
괴테는 80년 넘는 생애 동안 시와 소설, 희곡과 산문, 그리고 방대한 양의 서한을 남겼다. 문학뿐만 아니라 신학과 철학과 과학, 예술 등에도 두드러지는 업적을 남겼다. 유능한 관료이며 탁월한 인격자로도 존경을 받았다. 괴테는 세계 문학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인 인물이다. 바로 그 이유는 그의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어린시절 교육에 의해 잘 발현한 다재다능한 재능 때문이 아닐까 싶다.
2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리머리글
작가는 제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또 자신에게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특권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12권 안에 수록되어 있는 크고 작은 여러 작품을 선별해 연대순으로 정리하는 일에 착수하였다.
이미 공표된 것의 앞뒤에 있는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자상한 보고와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호의를 보내주는 사람들의 만족을 얻기 위해, 나는 이와 같은 일들을 모두 차례로 기록하려고 마음먹었다.
--->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라고 해야지 번역이 매끄럽다. 번역이 안 좋다. ㅋ
더욱이 나에게나, 같은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일반적 정치적인 세계의 변천에도 주의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을 그 시대와의 관련 속에서 묘사하고, 시대가 얼마나 그를 절망케 했으며 또는 얼마나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그리고 시대 속에서 그가 어떻게 세계관과 인생관을 형성했으며, 또 그가 예술가나 시인, 작가인 경우에는 이를 어떤 식으로 다시 외부에 반영시켰는가, 이것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전기가 마땅히 지녀야 할 역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해당 시대, 그 속의 인간 모습 담고, 그의 세계관 인생관을 보여주는 그 인간의 세상 소통방식.이 바로 ‘전기의 역할’이라고 괴테는 말한다. 자기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가 산 시대,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과 소통.... 괴테는 이 정의만 봐도 스케일이 큰 사람이 분명하다. 진리보다 진실을 더 중요히 여긴 사람일까?
제 1부
고통을 맛보게 하지 않는 교육은 없다
(메난드로스 {BC 342~291: 그리스 작가} 의 희극에 나오는 말)
--->말이 너무 꼬였다. 이런 번역체 정말 싫다.
“교육은 고통을 맛보게 한다” “교육은 고통이 따른다”
제1장
나의 고향 프랑크푸르트
[18]
3층 정원의 방-동경을 유발하는 장소....
성벽 너머로 멀리 비탈진 곳까지 이어지는 아름답고 비옥한 평야... 여름에는 언제나 이 방에서 공부를 했고,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으며....석양을 마음껏 감상.....이웃 사람들이 정원을 거닐거나 화초를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놀고 있는 어린아이들과......
이런 정경들이 일찍부터 내 마음 속에 고독과, 그 고독에서 피어나는 일종의 동경을 품게 했다.
---> 어린 시절 무엇을 보느냐, 어떤 정경을 보느냐는 아이의 마음결을 채색하는 물감과 같다. 그리고 아이의 필터, 눈으로 걸러지면서 그 색감은 각각의 색으로 빛을 발한다. 나의 어린 시절, 그 집과 그림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이런 감정은 선천적으로 고지식하고 예민한 내 성격과 잘 맞아 나는 쉽게 그 영향을 받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이런 성격은 더욱 분명해졌다..
구석지고 어두침침한 곳이 많은 낡은 집 구조는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 번역....쩐다...
구석지고 어두침침한 낡은 집 구조는 아이들의 공포심을 자아내었다.
[20]
시간이 나면 우리는 언제나 할머니 곁에서 보냈다. 할머니 방은 넓어서 놀기에 좋았고, 할머니는 여러 가지 장난감과 맛있는 간식을 주어 우리를 기쁘게 했다.
---> 나 역시 할머니 곁에서 보냈다. 할머니 방 미닫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연극도 하고...
그런데 괴테의 글은 거의 설명이다. 할머니의 성격, 느낌, 방 분위기 등을 좀 더 묘사하여 글을 썼으면 생생할 듯 한데...
[34]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고 안락했던 6만 명의 사람들이 일시에 죽어버렸다. (리스본의 지진)
이 모든 끔찍한 일을 몇 번이고 들어야 했던 소년의 마음은 적잖이 동요되었다.....현명하고 자비로운 존재로 소개되었던 천지의 창조자이자 수호자이신 신이, 선량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똑같이 파멸의 구렁텅이 속에 빠뜨림으로써 만물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괴테는 리스본 지진 충격. 신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던 계기가 된 사건이구나.
[35]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으로 하여금 이루게 하려는 것은 모든 아버지들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이는 다시 태어난다면 지난 생애의 경험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활용해 보겠다는 심리와 비슷하다. 학식에 대한 자부심과 인내력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 당시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아버지는 자신의 아이들은 스스로 교육시키겠다고 생각했으며, 필요할 때에만 두 세 과목 정도를 권위 있는 교사로 하여금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작정했다
당시에는 이와 같은 교육관이 이미 일반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주된 원인은 공립학교 교사들의 편협성과 음침한 성격 때문이었다.
---> 괴테의 아버지가 궁금하다. 좋은 인재는 가정에서 나온다. 좋은 부모, 열의있는 부모, 기다려주며 따뜻하게 안아주며 학육하는 부모 밑에 좋은 자식이 나온다. 그런데 괴테는 정말 잘난 집안의 잘난 엄친아다....ㅋㅋㅋ.
[37]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기억력과 종합 판단력의 면에서 내 재능은 가히 신동이라 부를 만 했다.
---> 스스로 이렇게 말하니....읽는 독자에 부러움과 질투심을 유발하는구나... 그리 좋은 글쓰기 방법은 아닌 듯...ㅋㅋㅋ 제가 글 면면에서 당신이 신동임을 느끼게 하소서...아멘....-.-!
[38]
나와 친구들은 일요일마다 모임을 가졌고, 그 모임에서 자신이 직접 쓴 시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나는 어떤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오랫동안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 시는 어떤 장르이건 다른 아이들의 시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들도 자신들이 쓴 작품이 그처럼 졸작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더욱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은, 이런 시 짓기에 전혀 소질이 없지만 마음씨가 착해서 내가 호의를 품고 있었던 어떤 친구는, 가정 교사를 시켜 시를 짓게 하고는.....마치 자신이 지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잘못과 망상을 나는 내 눈 앞에서 직접 보았기 때문에 혹시 나 자신도 그들과 같지 않을까, 또 나에게 그들이 어리석게 보이듯이 그들에게도 나 자신이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이 같은 생각은 오랫동안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이에 대한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를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를 짓는 것도 그만 두게 되었다. 그런데 내 시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의 시짓기 활동을 알게 된 선생님과 부모들이 우리들에게 즉석에서 시를 지어보게 했다. 나는 이 시험에서 훌륭하게 합격하여 모두의 칭찬을 얻었고, 결국 이런 불안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되었다.
---> 괴테는 시짓기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자부심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최고이고 싶은 승부욕, 선민의식이 엿보인다. 자신의 불안과 진실.... 융은 자신의 내면을 탐색했지만 남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았는데 괴테는 어린시절 이야기로만 봐서는 자기 중심적이고 무언가 법칙, 규칙을 따르는 타입인 듯 보인다. .
[39]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게 되었고, 특히 책의 첫 부분을 열심히 연구했기 때문에 어린 내 머리 속은 순식간에 많은 형상들과 사건들, 중요하고도 놀라운 인물들과 그 행적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얻은 지식들을 손질하고 반복하여 재현해 보느라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 역시 신동은 노력과 자기주도, 흥미, 몰입에서 나온다. 이래서 어린 시절의 부모 교육이 중요하다.
[41]
천연두(1758년)을 앓고 난 후...
특히 전에는 나를 우상처럼 여기고 있었던 아주 활발한 고모는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나를 볼 때마다 소리쳤다.
“세상에! 이 애가 어쩌다 이렇게 보기 흉하게 됐냐.”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나를 데리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쳐다보았는지를 자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일찍부터, 인간이란 매우 자주, 우리들이 그들에게 준 기쁨에 대해 뼈아픈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배웠다.
---> 괴테의 심리. 고통 없는 교육은 없다와 통하는 구절이구나.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범생?
홍역도 수도도ㅡ 그 밖의 그 어떤 돌림병도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이제 평생 동안 다시는 이 병에 걸리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 그러나 분하게도 다른 병이 벌써부터 등 뒤에 숨어서 살며시 다가오는 것이었다.
---> 재미있는 표현이다. 괴테의 성격과 느낌이 살아있는 문장이다. 괴테의 문장은 만연체이고 괴테의 성격은 예전에 내가 알았던 한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법학과 다녔던... 남다른 매혹적인 천재들.. 그러나 그러나 타인에 대한 공감력은 논리로는 접근하시나 경험으로는 절대 접근 못하시는 천재들만의 한계.... 그래도 매혹적이며 귀여운 천재들..
이런 모든 일들이 나의 명상적인 경향을 더욱 강하게 했다. 나는 초조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너무 자주 인내의 훈련을 했기 때문에, 스토아학파의 장점으로 칭송을 받는 덕목은 매우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스도교의 인내와 복종의 가르침도 같은 것을 적극 권했으므로 더더욱 나에게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 인생은 고통이다. 고통은 또한 행복과 맞닿아 있고 행복의 열매는 고통을 받아들이고(순종하며 복종하는) 인내할 때 맛 볼 수 있다. 대극의 원리. 대극을 깨달았을 때, 한 꺼풀 벗겨지고 지혜의 눈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 시절에 아이들이 병 때문에 많이 죽었고 또 괴테 역시 동생들을 잃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정말 컸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인내와 복종하여 신에 의지하는....어려서부터 성숙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42]
이들 병과 그 밖의 불쾌한 장해는 결과적으로 이중으로 성가신 일이 되었다. 아버지는 교육과 수업의 계획표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던 모양으로, 뒤처진 부분을 즉각 메우려 했기 때문에, 병을 앓고 난 우리에게 2배의 과업을 강요했다. 이 과업을 소화하는 것은 나에게는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이미 결정적인 방향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나의 내적인 발전을 방해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퇴하게도 했던 만큼 고통스럽게 여겨졌다.
교육의 이러한 무거운 집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우리는 늘 외조부모 댁으로 도망치곤 했다.
---> 고통 없는 교육은 없다.....ㅋㅋ
[43]
외할아버지 주위에 있는 것은 모두가 구식이었다. 아랫부분에 판자를 댄 외할아버지의 방 안의 무엇인가가 새롭게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외할아버지의 장서는 법률서 외에는 훌륭한 여행기나 항해기, 땅을 발견한 기록뿐이었다. 요컨대 외할아버지를 둘러싼 상황만큼 변하지 않는 평화와 영원의 계속이란 느낌을 주는 것을 나는 달리 떠올릴 수가 없다.
---> 할아버지에 대한 분위기를 설명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구식이고, 평화와 영원을 주는....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에게 조르르 달려갔던 괴테. 나도 늘 할머니에게로 조르르 달려갔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구식이지만 늘 평화와 안식이 머무는 품이다. 나도 우리 할머니에 대해서 인상을 써 봐야쥐.... 그런데 이런 식의 설명구 만이 아니라 묘사를 할거다. 할머니의 향기, 음성, 중얼중얼.... 단아한 표정. 사뿐사뿐 한복... 아..... 환타지로 갈 것인가 그냥 그대로의 시대 묘사와 심리 분석으로 갈 것인가? 상징을 넣을 것인가 리얼 다큐로 갈 것인가......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갈 것인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갈 것인가...... 졸린다....자정이 넘었다.
제 2장
유년의 기억
[69]
작은 문의 흔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리하여 나는 어릴 적부터 그들이 보인 실질적인 예에 의해, 인간은 매우 간단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극히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주장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70]
왜냐하면 내게도 훌륭하고 뛰어난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폭한 장난을 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런 친구는 언제나 소수였기 때문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내가 생각해 내고, 내 친구들이 청중이 되어 진심으로 즐겼던 그 동화적이고 자유분방한 꿈을 가끔 사정없이 망가뜨렸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유약한 일이나 공상적인 만족에만 빠져 있지 말고, 오히려 피하기 어려운 악에 견디거나 이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충분한 까닭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날아오는 비판이나 악을 받아넘기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할 필요가 있지.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욕구와 감정, 그리고 나의 욕구와 감정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나의 어린시절 늘 어렵고 힘겨웠던 문제가 바로 이 문제다. 난폭하게 장난치고 놀리기를 좋아하던 언니들 밑에서 생존하기.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정서와 마음에 관심이 많다. 지금도.... 그리고 그 당시의 내 언니들, 지금은? 다 주것쓰... 내가 갑이다. 관계정리 끝!
[72]
가정 교육이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서 거기에 매우 커다란 모순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모순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 가련한 아이들은 자연 상태와 문명 상태 사이에 끼어 매우 참담한 생각을 하게 되고, 한동안은 그것을 견지하다가도 각자의 성격에 따라 교활해지거나 또는 매우 성질 급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폭력은 오히려 폭력으로 물리쳐야 한다. 그러나 마음씨가 곱고 사랑과 동정심이 가득한 아이는 비웃음이나 악의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나는 친구들의 폭력은 어떻게든 막을 수가 있었지만, 그들의 빈정거림이나 욕지거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이런 경우 변명을 하려 드는 사람은 반드시 패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종류의 공격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경우에는 완력을 써서 물리쳤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그것은 내 마음 속에 어떤 기묘한 고찰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그것대로 길게 꼬리를 끌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이들이 더 잔인하다. 폭력과 비웃음, 괴롭힘.... 페르소나 없이 야생(?) 그대로 아이들은 싸운다. 윤리도 도덕도 없다. 커 가면서 사람 사이의 질서와 도덕을 배운다. 마음씨 곱고 동정심 강하며 어린 성격의 아이들은 늘 악마 닮은 친구들의 먹이감이 된다. 나의 고민지점도 늘 왜.... 서로 안 싸우고 평화롭게 지내면 안 될까 였다. 그러나 현실은 전쟁과 평화 모두 공존하는 것이다.
[76]
어린아이란, 그들끼리의 사이에서 그 아이의 능력에 어울리는 관계 속에 놓고 그 아이만을 바라보면 비할 데 없을 만큼 영리하고 분별이 있으며, 동시에 사랑스럽고 쾌활하고 눈치 빨라서 그 아이를 위해 더 이상의 교육은 바라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보였던 바 그대로 성장한다면 이 세상은 천재들만 우글대리라.
그러나 성장은 반드시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 인간을 조직하는 다양한 유기 조직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인하고, 결과가 되며, 서로 뒤바뀌고, 배제하고, 나아가서는 서로 잡아먹기까지 한다. 그 결과 수많은 능력, 수많은 재능의 싹은 시간이 지나면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인간의 소질은 전체로서는 결정적인 방향을 보이기 마련이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신을 가지고 예언하는 것은 아무리 위대하고 경험이 많은 식자라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리라. 그러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무엇이 장래를 예시했었는지를 쉽게 인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제 3장
군정 장관 트랑 백작
[90]
백작은 어머니가 그 나이에 들이는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다. 또 그의 성격은 명랑하고 풍부한 기지로 넘쳤으므로, 멋은 없으나마 여자에게도 그 나름의 은근한 태도를 보여서, 어머니와 백작 사이에는 더할 나위 없는 관계가 이루어졌다.
[91]
백작은 판결을 내길 때 세심하고 기지가 풍부하며 유쾌하게 에둘러서 말하는 것에 특별한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사건에는 매우 독특한 재미가 더해졌다. 그의 판결은 지극히 공정한 것이었지만, 그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명랑하고 신랄했다.
[111]
이와 같은 혼란과 불안과 걱정 뒤에 마침내 예전의 조용함과 편안함이 찾아왔다. 특히 아이들은 뭔가 할 수만 있다면 그날그날을 재미나게 보내기 마련이다. 프랑스 극에 대한 나의 정열은 상연 때마다 더욱 높아져 갔다.
인간이 늘 그렇듯 누구나 남이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할 만한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똑같은 것을 해 보고 싶게 마련이다. 마침내 나는 그 프랑스 극장의 공연물들을 모두 보았다. 그 중 몇 가지는 두 번, 세 번 보기도 했다. 무척이나 엄숙한 비극에서부터 마음 편하고 즐거운 희극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나의 눈과 정신의 앞을 지나갔다.
---> 괴테의 표현들이 재미있다. 세세한 관찰과 묘사, 설명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재미있게 내 놓는다.
제 4장
성서와 나
[143]
앞에서 썼던 동화도 그런 하나의 증명이 되겠지만, 끊임없이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상상력 때문에 내가 끝없이 흔들릴 때, 또는 우화와 역사, 신화와 종교가 뒤섞여서 내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나는 늘 그 동방의 세계로 도망쳐서 구약성서의 첫부분의 몇 권을 탐독하여, 널리 흩어져 있는 유목민을 생각하며 심한 고독감을 맛봄과 동시에 그 웅대한 사회 속에 몸을 맡긴 것이다.
[144]
요셉의 이야기를 개작하는 것은 나의 오랜 염원이었다.
제5장
첫사랑 그레트헨
[166]
어떤 새에게나 그들을 꾀는 먹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제각기 특유의 방식에 이끌리고, 또 유혹 당한다. 천성 교육 환경 습관, 이들 모두가 나를 거칠고 천한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해 주었다. 나는 하층의 민중, 특히 기술자들과 자주 접촉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친밀한 관계는 생기지 않았다.........팔을 뻗어 붙잡을 만큼의 기회나 인연이 나에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로 갖가지 관계 속으로 말려 들어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고, 한동안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되었다.
----> 5장의 첫 시작 도입이 좋다. 새에 비유하며 생각지도 않는 상황의 인연에 대한 복선을 깐다.
[172]
그레트헨 왈
“...보다시피 저는 가난한 여자로 이곳에서 친척의 신세를 지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나쁜 일은 하지 않지만, 종종 반은 재미삼아서, 또 욕심 때문에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갖가지 일들을 한답니다.......당신은 훌륭한 집안의 자제이고 부자에, 남의 신세를지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일에 이용되고 있어요. 그런 일에 관련되면 분명 당신에게 좋지 않은 일과 갖가지 싫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
[174]
나는 얼굴을 그녀의 손에 눌렀다가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평생토록 나는 이 때만큼 이성을 잃었던 적이 없었다.
때묻지 않은 청년의 첫사랑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방향을 취하기 마련이다. 자연은 남녀 모두 이성에게서 선과 아름다움을 인정할 것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178]
“원래 우리 모두는, 우리가 밖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벌어온 것을 집안에 잘 모아놓고, 그것을 바람직하고 즐겁게 쓰기 위해서 아내가 필요한 것이니까.”
---> 가부장제 속의 아내. 아내의 역할. 아내라는 권리.
나는 내가 원하는 바람직한 아내의 모습을 그렸다. 나의 묘사가 그레트헨을 완전하게 복사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82]
아름다운 처녀를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가게에, 더구나 멋쟁이들이 이따금 모이는 장소로 쓰는 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내 마음엔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질투의 불안감도 홀로 삭이려 애를 써다.
[190]
젊은 두 남녀가 천성적으로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도록 태어났고, 더구나 소녀는 지식욕이 넘치고, 청년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잘 융화되는 것은 없다. 거기서는 흔들림 없는 유쾌한 관계가 생겨난다. 소녀는 청년에게서 자기의 정신적 존재의 창조자를 인정하고, 청년은 소녀에게서 자연과 우연, 또는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쌍방의 의사에 의한 완성된 창조물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호작용은 너무나도 감미롭기 마련이어서, 신구 아벨라르 이래로, 두 사람의 이러한 만남에서 가장 격렬한 정열, 수많은 행복과 불행이 생겨났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제 2부
젊은 날의 소망은 나이들수록 풍요로워진다
제6장
누이동생 코르넬리아
[228]
그러나 내 마음은 너무나 응석받이로 자랐기 때문에 편안함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은 사랑을 알았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은 빼앗겼다. 내 마음은 생활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생활은 괴로운 것이 되었다.
사람들을 교육시키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아차리게 하는 친구는 사람에게 즐거운 마음을 일으키게 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람들을 응석부리게 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은 사람들을 교육시켜 주는 여성은 기쁨을 가져다 주는 천사처럼 숭상된다. 그러나 나에게 아름다움의 개념을 준 그 모습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나의 성스러운 숲 속에서조차도, 나는 저 불확실하고 망막한 감정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세계를 파악하는 기관은 무엇보다도 눈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화가들 사이에서 자랐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대상을 예술과 관련시켜 바라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혼자가 되어 고독에 몸을 맡기는 것을 허가받은 지금, 반은 타고나고 반은 터득한 이 재능이 나타났다.
---> 독일어를 안다면 독일어 문장을 보고 싶다....헐~ 괴테는 공간지능이 뛰어났나보다. 세상을 형태로 파악하고 색채로 파악하고 예술적으로 만들어내는.....나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글로 그려내고 싶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서 나는 그림을 보았다. 나의 주의를 끌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을 나는 그려두고 싶었다.
[229]
자연이 나를 글 쓰는 시인으로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은 나에게 그 세밀한 부분을 그려내는 능력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자기를 표현하는 내게 남겨진 유일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거기에서 무엇인가가 나타나는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더 이 일을 계속하는 데에 고집을 부리고, 음울한 기분까지 품고서 집착하였다.
----> 글을 쓰는 것이 지금 내게 남겨진 유일한 자기 표현 수단이다. 나를 외칠 것이다. 단 한명도 들어주지 않아도. 내 안에 있는 미칠 것 같은 야생의 울음을, 내 안에 있는 더없이 풍만한 생명력을 나는 외칠 것이다.
[230]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새 고급 백지를 사용할 마음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누렇고 낡은, 이미 한쪽에 무엇인가 그려져 있는 종이가 내게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무능력이 흰 바탕이라는 시험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어느 그림도 완전히 마무리 할 수 없었다.
눈에는 보여도 이해할 수 없는 전체를, 또는 잘 알고는 있어도 그것을 모사할 만한 힘도 끈기도 없는 세밀한 부분을 어떻게 완성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 꼼꼼한 완벽주의. 소심함? 괴테의 성격이 드러난다.
[231]
반은 예술을 위해 떠난 작은 여행에서 나는 다시 집으로 끌려갔다. 더욱이 그것은 이전부터 나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자석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 누이동생이었다.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누이동생은 내가 철이 들기 시작한 이해 항상 나와 함께 살았고, 이로 인하여 매우 긴밀하게 나와 맺어져 있었다. 이 자연적인 유인 외에, 우리 가정의 사정에서 생긴 또 하나의 요인이 여기에 더해졌다.
아버지는 인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그러나 꼼꼼한 분으로 속에는 매우 상냥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고 강철과 같은 엄격함을 나타내시는 분이었다. 그는 그러한 성격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 시켰고, 튼튼한 가정을 이룩하고, 이를 정돈하고 유지한다는 그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였다.
이에 반해 어머니는 어린아이 같았으며, 두 아이들에 의해, 또 아이들과 함께, 비로소 제몫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깨달음에 이른 것 같았다. 이 세 사람은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바로보고 활력에 차서 눈 앞의 즐거움을 구했다 가정 안에 떠돌고 있는 이와 같은 모순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졌다. 아버지는 시종 단호히 자기의 의도를 실현하려고 하였고, 어머니와 아이들은 그들의 감정, 요구, 소원을 버릴 수가 없었다.
[234]
우리들 사이는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연애에 관한 고백을 들으면 마음 속으로 동정한 나머지 실제로 똑같이 사랑을 하게 되어, 마침내는 경쟁자로 변하여 사랑을 자기에게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남매의 경우도 또한 그랬다.
제 7장
독일 문학과 나
[264]
독일은 거의 2세기에 걸친 불운한 소란 상태(종교전쟁, 30년 전쟁, 오스트리아 황위 계승 전쟁 등)로 황폐해 있었기 때문에, 사교상의 예의를 프랑스인에게서 배우고, 고귀한 표현법을 로마인으로부터 배웠다, 더욱이 모국에서도 이러한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프랑스나 로마 어법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이를 반쯤 독일어로 만들면, 사교상으로나 실용상으로나 그 문체가 우스꽝스러워졌기 때문이다.
[289]
그레트헨에게 보냈던 한 때의 애정을 이제 나는 에헨이라는 소녀에게로 돌렸다. 이 소녀는 어여쁘고 쾌활하고 애교가 있었으며 매우 인상이 좋았기 때문에, 마음 속의 성단에 얼마 동안 작은 성모로 모셔 두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을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숭배라는 것은 받는 쪽보다도 주는 쪽이 때때로 훨씬 즐거운 것이다.
--> 괴테에게 여자란 성모 마리아? 남자들의 여자에 대한 환타지... 두 부류의 여자.. 여자는 그저 인간 여자일 뿐인데 성모 마리아 or 악녀... 공식일까?
[292]
우리에게는 언제나 이성보다도 감정이 가깝고, 이성이 어떻게든 도망갈 길을 발견할 때에도 감정은 언제까지고 따라다니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므로, 나는 늘 감정 문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애정의 덧없음, 인간의 마음의 변덕, 도덕적 감성, 그리고 우리들 본성 중에서, 인간 생활의 수수께끼 같은 신기한 결합을 이루고 있는 모든 고상하고 심원한 것에 대해서 싫증내지 않고 생각했다.
---> 감정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의 감정을 따라가면 욕구, 욕망을 볼 수 있고 그 욕망은 사람이 살아있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성 역시 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음 가는대로’가는 것이 욕구대로 가는 것이다.
제 8장
병마로 인한 귀향
[340]
고향으로 가까이 감에 따라 나는 자신이 어떤 상태로, 또 어떤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집을 나왔는가 하는 것을 마음 속에 회상하고 더욱더 무거운 심정이 되었다. 말하자면 난파한 사람처럼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기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새삼 나를 책망할 일도 별로 없었으므로 마음의 안정은 상당히 간직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가족의 환영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아오르기 쉬운 나의 성질은 병 때문에 자극을 받아 정열적인 한 장면이 연출 되었다.
[342]
특히 아버지 앞에서 우울증적인 말을 입 밖에 내는 것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버지는 몹시 격양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항상 무엇인가 하고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선량한 어머니는 무엇인가 관심을 둘만한 일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녀가 우선 찾아낸 것은 종교였다.
----> 괴테의 아버지는 철저한 가부장이었다. 그 밑에서 복종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제9장
두 번째 고향 슈트라스부르크
[358]
‘또 우리들은 마음에 강한 감동을 받음으로써, 여러 가지 미덕, 특히 우아한 사교적인 면에서 덕이 조장되어, 한층 섬세한 감장이 마음 속에 환기되어 신장될 것이다.
[398]
나에게 예언한 대로, 완전히 나는 두 자매 사이에 끼인 것이다.
제 10장
나의 친구 헤르더
[405]
그런 뜻에서 본의 아니게 어떤 사람을 알게 되어 자기 만족, 자만, 허영, 자부, 거만과 같은, 내 마음 속에서 좀먹고 있었던 일체의 것이 매우 엄격한 시련을 받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시련은 매우 독특하고 당시의 풍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는데, 그랬던 만큼 한층 통렬하고 준엄한 것이었다.
즉 나에게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던 특기할 만한 사건은, 헤르더와 알게 된 것이며, 계속해서 그와 친밀하게 교제했던 일이다. 그는 우울증에 걸린 홀슈타인 오이턴 공을 수행하여 함께 슈트라스부르크까지 여행을 왔던 것이다.
[406]
그의 거동은 원래 민첩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세련되고 예의가 있었고, 게다가 어딘가 온화한 점이 있었다. 둥근 얼굴, 넓은 이마, 약간 뭉툭한 코, 다소 젖혀졌으나 몹시 개성적이고 보기에 좋고 애교 있는 입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 눈썹 아래 석탄처럼 검은 두 눈은 한쪽이 늘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은 힘을 잃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여 나 자신과 나의 환경을 알려고 애썼다. 그의 매력은 더욱 강렬하게 나를 끌ㅇ당겼다. 나는 본래가 남과 쉽게 사귀는 성격이어서, 특히 그에게는 아무런 비밀도 남겨 놓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의 타고난 반발적인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나에게 적지 않은 불쾌감을 자아내게 했다.
-----> 자서전 곳곳에 소개한 괴테의 친구, 지인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사람들을 잘 사귀고 그들의 인상을 잘 기억하고 세밀히 묘사한다. 자서전이지만 소설을 읽는 듯이 재미가 있다.
[408]
헤르더의 경우, 그의 반발적인 기분이 너무 많이 표출된 것은 확실히 병과 그 병에서 오는 고통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일은 일생에서 자주 있는 일이며, 사람들은 병에 의한 정신상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때때로 몹시 부당한 판단을 내리기가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은 모든 사람을 건강하다고 여기고, 누구에게나 건강한 사람처럼 행동해 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사람에 대한 이해와 자상함이 보인다. 따뜻한 괴테.
대체로 이제까지 내가 교제해 온 연장자들은 나를 귀여워하면서 교육하려 했으며, 너그러운 태도로 나의 의견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헤르더로부터는 이쪽에서 어떻게 행동해 보여도 결코 그에 대한 동의나 인정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커다란 애정과 존경의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서 받은 불쾌한 감정이 늘 다투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마음 속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일종의 특수한 갈등이 생겼다. 그가 묻고 대답하고 혹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도, 그 담화는 언제나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나날이,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견해로 계발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헤르더는 나쁜 남자... 괴테는 곱게 시키는 대로 자란 남자.
라이프치히에서 나는 편협하고 딱딱한 일에 친숙해 있었고, 프랑크푸르트의 경우에는 나의 독일 문학에 대한 일반적 지식을 넓혀 주지는 못했었다. 오히려 저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화학 연구에 몰두했던 일이 나를 은밀한 세계로 끌고 갔다. 그래서 나는 2,3년 동안 넓은 문학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헤르더를 통해서 모든 새로운 지향과 그것을 가려고 하는 방향을 알게 된 것이다.
[417]
나의 오비디우스까지도 싫증이 났다. 어떠한 애착이나 습관도,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고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무엇인가 거리끼는 것이 있어서 무조건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사랑은 이미 의심되는 것이다.
가장 조심스럽게 내가 그에게 숨긴 것은, 내 마음 속에 뿌리박고 차차 성숙해서 시적 형태를 취해가고 있던 어느 제재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것은 <괴츠 폰 베를리힝겐>과 <파우스트>였다.
[450]
인간은 자기의 인격을 통하여 타인에 대해서 될 수 있는대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청년은 청년에 대해서 가장 힘차게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 경우 가장 순수한 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 작용이야말로 세계에 활기를 주고, 세계를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사멸하지 않게 되는 힘인 것이다.
[451]
제아무리 텅빈 이야기라도 상상력에서 보자면 강한 매력을 가졌고, 제아무리 시시한 내용도 지성으로부터는 감사로써 환영을 받는 것이다.
제 3부
나무는 자라도 자라도 하늘까지 닿지 않도록 되어 있다.
제11장
셰익스피어에의 심취
[497]
세익스피어는 처음에 빌란트에 의해, 이어 에쉔부르크에 의해 산문으로 번역되었는데, 이것은 알기 쉽고 어떤 독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읽을 거리로 급속히 보급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시를 시답게 만드는 운율이나 각운을 나는 존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원래 깊고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산문으로 번역되어도 그 시인 본래의 것은 후세에 남는 것이다.
[498]
나는 소년을 교육시킬 때 처음에는 산문 번역이 운문 번역보다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무엇이든 농담의 재료로 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고, 언어의 울림이나 음절의 억약을 재미있어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멋대로 변형시켜 고귀한 작품의 깊은 내용도 못쓰게 만드는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호메로스의 산문 번역을 우선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번역은 현재의 독일 문학에 어울리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제 12장
프리데리케로부터의 해방
[515]
우리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이나 특성을 규명한다는 것은 우리 하나하나가 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이 경우 특히 중요한 것은 그 책이 우리 자신의 내면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 책이 갖는 생명력이 어느 정도 우리 자신의 생명력을 자극하고 풍료롭게 해 주는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520]
하만의 모든 견해가 귀결되는 원리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무릇 인간이 성취하려고 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행위에 의해서 생기건, 말 또는 그 밖의 것에 의해 생기건, 모든 힘이 통일된 곳에서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분산된 것은 모두 배척되어야 한다.’
[521]
자연과 정신이 남몰래 만나는 매우 심오하고 신비로운 관조, 이와 같은 만남에서 생기는 빛나는 깨달음의 번득임, 주위에 떠도는 뜻 깊은 형상, 성과 속을 막론한 저작가들이 기록한 날카로운 잠언들, 이들 모두가 그의 문체, 놀라울만한 그의 사상의 전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542]
자유로우면 자유로울수록 사람들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549]
어떤 문제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찰의 대상이 매우 풍부하게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어야하고, 자기재능과 남의 재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아니, 먼저 실패를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 13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루어지다.
[587]
불만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체의 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588]
인생의 모든 쾌적함은 외부세계의 사물이 규칙적으로 회귀하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낮과 밤의 교대, 계절의 변화, 개화와 결실의 순환, 그 박에 우리가 즐길 수 있도록 시절마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 이러한 것들이 지상의 생활을 움직이고 있는 본래의 원동력이다.
[593]
몽테스키외는 자작 안의 영웅이나 위인들에 자기 마음대로 죽음을 고를 수 있는 권리는 주고 있다.(로마성쇠원인론 제12장) 인생이라고 하는 비극의 제5막을 원할 때 닫는다는 것은 각자의 자유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597]
친구의 아내에 대한불행한 애정이 원인이 되었던 예르자렘의 죽음은 나를 꿈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604]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 그리고 다행히도 양자는 그것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알았다. 작자가 목적을 분명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만큼 많은 혼란이 생길 뿐이었다.
[609]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숭배하는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내 것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것을 나 스스로 만들어내어 표현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우리가 갖는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환상으로, 비록 그것이 우리 인생에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 해도 그것을 단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14장
‘슈투름 운트 드랑’ 문학 서클의 형성
[616]
그의 작품 중에는 엄격한 깨달음, 성실한 심정, 활발한 상상력, 인간성의 복잡성을 궤뚫는 교묘한 관찰, 종족의 차이에 따른 특색 있는 모사가 나타나 있다.
[617]
크링거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기 심성과 깨달음성을 길러 보편적인 교양을 만들어낸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626]
“신앙에서는 믿는다는 것이 모든 것일 뿐, 무엇을 믿는가는 상관없는 일이다. 신앙이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커다란 안도감이고, 이와 같은 안도감은 매우 강하고 규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신뢰에서 생긴다.
[636]
나는 이제까지 종교적인 담화는 점잖게 거절해 왔고, 그럴 듯한 질문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대답조차도 좀처럼 함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담화는 내가 구하고 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시야가 좁은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639]
‘신을 참으로 사랑하는 자는 신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스피노자
[645]
천재가 평범한 사람을 제치고 성격과 정신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리고 천재가 어떻게 승리를 거두고 또는 패배를 하게 되는가를 그려보려고 한 것이다.
제15장
신교의 죄악론
[653]
중요한 것이 창조되는 것은 고독한 경지에 처한 때라는 것을 나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그토록 칭찬을 받은 나의 작품은 고독이 낳은 것이었다.
[669]
태어나면서 비범한 재능이 주어졌으면서도 답답하고, 적어도 그 재능에 어울리지 않는 활동 범위에 갇힌 사람은 대개의 경우, 이상한 버릇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인간은 귀한 재능을 직접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을 터무니 없는 색다른 방법으로 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제 4부
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신을 거스를 수 없다
머리글
[683]
즉, 여기에 계속되는 이야기가 반드시 앞의 끝부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논지는 펜이 나아감에 따라 다시 남김없이 이를 들추어, 인물도 지향도 행동도 엄밀하게 순서를 따라 적어갈 계획이라는 점이다.
제 16장
릴리와의 처음 만남
[687]
자연은 영원한, 필연적인 신 자신까지도 변경할 수 없는 신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689]시를 돈으로 바꾼다는 것은 나에게는 혐오스런 일로 여겨졌다.
[691]
행복한 소년이나 청년은 일종의 도취 상태에서 그들의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선량한 자, 순진한 자는 그때그때의 주위 상황을 의식하는 일은 거의 없고, 하물며 그것을 승인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 도취 상태는 더욱 사람의 눈을 끌게 된다.
[697]
자기의 도덕적 수양을 추구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인간이 계획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가장 행하기 쉬운 일이다.
[701]
이렇게 우리는 그와 헤어졌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말하자면 꼭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유능한 자질은 초자연적인 조력에 대한 신념이 뒷받침되어 조용하고 겸손한 신뢰의 정을 친구들에게 불어넣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 17장
릴리와의 약혼
[703]
그녀에 대한 나의 관계는 인간 대 인간의 것이었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교양이 있는 한 아가씨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경험한 예전의 여러 관계와 비슷했으나, 그보다는 한층 높은 성격의 것이었다.
[718]
기묘한 나의 인생 항로에서 신랑이란 어떤 기분인가 하는 감정을 맛보게 된 것은, 천상에서 우리는 바라보고 있는 분의 불가사의한 배려였다.
제18장
코르넬리아의 이별권유
[735]
포도나무야말로 최악의 폭군이며 동시에 위선자, 아첨꾼, 압제자다. 그 피의 한 모금 두 모금은 여러분의 입에 맞는다. 그러나 한 방울, 또 한 방울 끊임없이 뒤를 잇는다. 끊어지기를 두려워하는 엮은 진주처럼 그것은 계속되는 것이다.”
---> 포도주 마시기 비유... 재미있는 표현이다.
제 19장
라마터의 <관상학>
[757]
나에게는 인간이란 이런 순간에는 아무런 확고한 것을 자기 내부에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이전부터의 인상의 지배를 받아 좌우되는 것처럼 보인다.
[763]
매우 명확한 종합력을 자신의 마음 속에 느끼는 사람은 확실히 분석하는 권리는 가지고 있다. 그는 마음 속으로 느껴 파악한 전체 모습을 밖으로 나타난 개별적인 것에 의해 확인하고, 그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774]
나는 릴리를 만나는 것을 피하지도 않았고, 또 피할 수도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위태롭고 미묘한 상태에 있었다.…… 지나간 나날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은 순간도 있었으나, 그것은 번갯불에 비친 환상처럼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775]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이제까지 느낀 모든 것을 그들의 현재의 행복을 위한 준비물로, 또는 처음으로 생애의 건물이 그 위에 서게 될 기초로서만 바라본다.
제 20장
잃어버린 사랑 – 릴리
[786]
마신적인 것은 모든 유형, 무형의 것의 속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매우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이지만, 특히 인간과 가장 놀라울만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도덕적 세계 질서에 대항하여 그것과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그것을 세로로 관통하는 하나의 힘을 형성한다.
[796]
“이제 됐어. 그만 둬.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의 매를 맞은 것처럼, 세월의 말은 우리 운명의 가벼운 수례를 끌고 쏜살같이 달려간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고삐를 꽉 잡고, 이 바위, 저 벼랑을 피하여 좌로, 우로, 수례를 몰고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누가 알랴. 어디서 왔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데……”(에그몬트 제2막 2장)
괴테의 생애 <시와 진실>
자서전이란 무엇인가
[797]
그 편지 자체는 괴테가 쓴 것이다. 여태까지 때에 따라서 친구나 지인의 물음을 정리하여 편지 형식으로 모르는 척 인용했다. 그런대로 분명히 뭔가의 ‘시’를 빌리지 않고서는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을 첫머리에 밝혔다.
---> 독자가 작품 읽으면서 어떤 외적, 내적 경과가 생겨난 이유를 써주기를 바랬고 괴테는 그것에 응답하여 그다지 원하지 않았지만 자서전을 썼다. 그는 누군가의 요구에 잘 맞추고 보답하는 예의를 갖추는 인물인 듯 하다. 그리고 모르는 척 편지 형식을 빌려 자신의 ‘진실’을 밝힌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시와 진실의 성립
[799]
괴테는 예술가의 상상력, 학문적인 명확성, 실제적인 정확성 등 외에 탁월한 기억력을 타고 났다. 이것은 자서전 작업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이제 서술을 위해서는 일단 이 시대적 순번을 버리고 내적 관련에 따라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800]
괴테는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려 하지 않았고, 아직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고려하는 일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803]
괴테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의 개성을 독자에게 전하고, 많은 작품의 통일을 제시함으로써 공통된 지식으로 맺어진 독자층을 형성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뜻에서 이 자서전은 바라던 효과를 올렸다.
‘시와 진실’이라는 제목
[804]
18세기의 ‘메모아르’문학 즉 ‘회고록’문학과는 대조적으로 괴테는 ‘삶’을 ‘연관’된 관련 속에서 묘사한다. 전체 속에서 개별적인 중요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서 읽을 수 있는 인생관, 따라서 노년에만 가능한 것으로 괴테는 그것을 ‘시(Dichtung)’라고 부르고, 한편 연대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모든 개별적 사항을 그는 ‘진실(Waheit)이라고 불렀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겹쳐서 소재와 체험의 에너지로서의 청춘, 종합적인 관점과 해석의 힘으로서의 노년이 하나가 되어 성숙을 자아내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일체감
괴테는 청춘 시절에 세게와의 만남에서 생기는 내면적 가능성의 전 영역을 답사했는데, 지금 노년이 되어 이를 다시 다른 면에서 되풀이한다. 그의 삶은 나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것이다. 서술되는 청춘에는 후년에 일어난 모든 일이 이미 영상이나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와 진실>에서는 지나간 것과 현재 있는 것이 서로 투영된다.
자유와 필연-조화된 세계
[807]
‘삶’은 자유와 필연, 고독과 공동체 사이에 전개된다. ‘삶’은 세계와 자아의 상호 작용으로서 묘사되고 있다. 형태학자 괴테가 관찰한 것처럼 식물의 형태는 흑과 물과 빛의 조건에 의해 지배된다. 이 책에서 괴테는 정신의 여러 힘과 인간적 만남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자기를 비판하는 눈
[808]
독자가 발견하는 것은 벌거벗은 진실이 아니라 가공의 진실이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에는 비밀의 베일이 씌워져 있다. 인간 수수께끼는 결코 다 드러낼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묘사의 서사시적 흐름
[808]
이 조용한 흐름은 노년의 눈으로 돌아본 삶의 묘사에서 볼 수 있다. 원한의 그림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종교적 모티프
[810]
그 어떤 신앙상의 성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신앙의 노력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다. 이 노력을 그는 가정과 도시, 교훈과 병, 사랑과 시짓기 사이에 낀 생의 기록의 한 단편으로서 그리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인 것을 일상성 안에 순응시키는 일이 아니다.
<시와 진실>의 테마와 구성
눈과 대상
[811]
‘개인은 자기가 전체 안에 있다고 느끼는 용기를 가질 때만이 안심하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맑은 눈으로 보고, 무엇이든지 받아들인다.
테마군
[812]
이상의 테마 군에 교양 세계의 주제가 섞인다.
이상과 같은 커다란 테마는 몇 가닥의 실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몇 곳에서는 분명히 색을 띠고 나타나지만, 이윽고 없어져서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장소에 따라서는 첨가된 천으로 짜여진다. 다른 테마, 이야기의 다른 실이 본래의 테마와 교차함으로써 서술의 직물이 완성되어 간다. 구성은 독자의 눈을 인도하는 안내이자 내용을 만들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 자기만의 내적 경험과 감상 만이 아니라 시대를 둘러보고 교양 세계를 섞어가면서 글을 쓰는 방식. 괴테는 학구적이며 호기심 많은 이야기꾼이다. ‘구성’의 묘미, ‘구성’의 중요성....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구성’... 나는 어떻게 쓸 것인가?
초상과 아리스테이아
[813]
호메로스의 문헌학자는 이러한 문학적 초상(=성격 묘사) 때문에 ‘아리스테이아’(영웅들의 공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괴테도 자기가 삽입한 문학적 초상 때문에 이 말을 자기 것으로 삶았다.
어느 인물이나 그의 모습과 내면의 성격적 특징이 묘사되어 있으며, 모든 장점에는 결점이 대응하고 있다. 이리하여 각 초상은 빛과 그림자를 띠고, 그림자 부분은 전체적으로 엄숙한, 말하자면 슬픈 듯 한 분위기를 추고 있으나, 서술의 완만한 흐름 속에서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이다.
양친의 행동, 거동, 이를테면 프랑스의 군인 트랑 백작에게 취한 태도 등으로 그들의 성격이 충분히 부각되어 있다.
---> 소설, 자서전을 쓸 때 인물 성격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직접적인 성격 설명으로 갈 것인가? 행동과 말로 드러나게 할 것인가.... ‘나’ 1인칭 시점으로 간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겠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간다면 한명 한명의 성격을 행동과 말로 드러내야 하겠지... 인물의 음과 양을 모두 보여주어야 그 인물의 내면과 성격적 특징이 들어나겠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점점 흥미로와진다.
연애만큼 설레는, 소비보다 자유로운, 그 어떤 명예보다 스스로 자랑스런, 습작 몰입의 몰핀을 맞고 싶다. 쓰고 또 쓰고 생각하고 또 접근하다보면 괴롭고 힘들고 외롭고 두렵고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인고 속에 순간순간 느껴지는 뽕맛. 멈추면 끝난다. 그 느낌 아니까... 오늘도 주사바늘을 꽂는 운명이여...
내 맘 알아주는 예쁜 애인 하나, 자유 닮은 자본주의의 매혹적인 소비를 위한 충분한 돈돈돈, 더 높은 명예가 내게 있어도 나는 글을 쓸까? 출산의 고통에 눈물 흘리는 산모가 되고 싶을까? 내가 흡족할 만큼의 제대로 된 작품을 내기 전까지는 아마도 나는 만족하지 못할 거다. 그런 작품 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엄마로서 아내로서 개인으로서의 인생은 ‘so so ok...갈게‘라고 말하겠지만 작가로서의 서은경은 한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것이다.. .
테마의 배분과 구성
[814]
인물이나 사건의 개별적인 화상 안에 다양성과 전체성이 남도록 하면서, 구성의 기본선이 이를 관통하도록 배분되어 있다.
작품의 경향
[815]
작품 전체를 통해서 나타난 그의 전개 방식은 서사시적이고 독자에게 정보를 전하고, 비록 병이나 양심의 가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삶의 즐거움을 끌어내고 있다. 눈이 보이는 구체적인 이야기 사이에 가끔 짧은 성찰이 삽입 되어 특별한 것, 체험되는 것을 보편적, 교육적인 것으로 승화하는 역할을 갖는다.
자서전에서의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
[817]
‘나는 여기서 고백하는 바이지만, ’너 자신을 인식하라‘라고 하는 위대한 과제를 전부터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그것은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요구를 인간에게 강요하여 인간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외부 세계에 작용하는 활동으로부터 길을 벗어나게 하고, 마음 내부의 그릇된 관상으로 이끌려고 하는, 비밀리에 도당을 짜는 성직자들의 간계처럼 여겨졌다. 인간은 세계를 아는 한에서 자기를 아는 것이며, 그 세계를 자기 안에서, 자기를 그 세계 속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대상은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기관을 우리 안에 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과 자연으로부터 받은 최고의 것은 생명이며, 휴식도 멈춤도 모르는 모나드의 자전운동이다.”
“...신과 자연과의 제2의 은혜는 체험이며 인지이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나드의 외계 환경에의 간섭으로, 이에 의해 모나드는 비로소 스스로 내적으로 제약받지 않는 것, 외적으로는 제약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서전의 작자에게는 자기의 주위 상황이 어떠했는가, 그 상황 속에서 그는 무엇을 했는가, 그 결과 무엇이 생겼는가 하는, 다시 말하면 삶의 기록을 적는다는 과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 내면의 삶의 분석이 의도되는 것은 아니다. 괴테의 자서전은 루소나 융 슈틸링의 그것과는 달리 영혼이나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 등의 묘사에는 최대한 필력을 아끼고 있다.
---> 입체적인 서술. 괴테에게서 조정래 작가의 냄새가 난다. 요즘 유행하는 개인적인 글쓰기의 대명사, 하루키와는 다른..... 나는 괴테의 견해에 동의한다. 세상과 나와의 소통... 그런 글쓰기를 선호한다.
‘한 사람의 삶이란 그 인간의 성격’ 그 자체이므로 삶을 서술하는 일에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 성격 또한 느껴지도록 묘사되어야 한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819]
괴테만큼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토록 분명히 형상적으로 눈앞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괴테의 자의식은 확실히 강하지만, 루소와는 달리 균형이 잡혀 있다. 그는 남에게 감사하고, 자기 사진에게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때로는 비꼬는 듯이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자서전에서의 판단의 정확성도 작가의 기량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개성 문제에 관련된다. 뜻이 깊은 많은 일들을 적절히 정돈하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루소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루소도 읽어보고 싶다.
작가는 자기 생애를 그리는 데 있어 루소나 샤토브리앙과 달리 보편적 인간적인 것을 강조하였으며, 자신의 예외적인 면을 주장하는 경우는 훨씬 적었다. 괴테는 자서전을 씀으로써 결국 자기 자신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서전과 역사적 사고
[822]
시대는 그 사람에게 운명적인 것이다. 이것은 역사주의의 관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괴테가 자기의 상을 시대상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가 활동한 시기에는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었다. 여기에는 자기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규정됭 있다고 하는 일정한 관점이 전제가 된다.
---> 무의식, 내면적 글쓰기. 역사주의적 관점 글쓰기.......그리고 또 어떤 글쓰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보면 역사적 측면에서 불안한 이유를 분석한다. 나는 그의 글쓰기 방식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떤 글쓰기 방법을 취할것인가? 나만의 방식... 새로운 창의적인....독특한....얍!
18세기의 메모아르 문학도 아직 이런 시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거기에는 개인 사상과 발전 사상, 성격과 운명의 관계가 결여되어 있다. 거기에 그려지는 것은 사건과 행동이다. 그런데 괴테의 자서전에서는 인간의 생성이 제시되고, 인간의 수행하는 업적은 이 생성 발전 속에서 생겨난다. 괴테의 <시와 진실>은 개인의 발전이라는 사상을, 일체를 형성하는 서술 원리로 삼은 최초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823]
제3부의 모토에 ‘나무는 생장하여 하늘까지 이르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라고 되어 있다. 괴테 이전에 이와 같은 사상에 이른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자연은 역사로 이행한다. 식물이나 동물에게는 자연적 환경인 것이 인간에게는 역사적 상황이 된다.
괴테는 개인적 생을 항상 그의 시대의 사상 문학상의 운동과 관련시켜서 기술하고 있다. 풍경, 사회, 독서, 이 모든 것을 자기가 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토양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들은 이윽고 그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 힘의 장이 되어 거기서 남에게 작용하면서 자기를 충실하게 해간다. 이 환경이라고 하는 힘의 장은 시대의 제약을 받고 있고, 그런 뜻에서 역사적이다. 괴테는 몸소 커다란 역사적 추이를 함께 체험하여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영역인 문학의 세계가 어떻게 시대의 제약을 받고 있는가를 알았던 것이다.
---> 시대적 제약과 자신의 영역... 자연은 역사로 이행한다. 환경이라고 하는 힘의 장, 시대적 제약.... 괴테는 종합적 거시적으로 세상을 보면서 인간의 삶, 자신의 위치와 내용을 만들어 나갔다. 그런 점에서 괴테는 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
[825]
....진실은 오직 그 역사를 통해서만 높여지고 확보되며 허위 또한 오직 그 역사를 통해서만 깎아내려지고 분산된다네. --to 음악가 첼터에게 from 괴테
모든 역사적인 것 중에서 괴테를 무엇보다도 매료시킨 것은 도덕적 가치를 수반하는 삶의 구조로서의 문화와, 위대한 업적으로서의 예술로 이 양자 사이에 그의 눈으로 보자면 그때마다 다르지만 항상 동일한 목표, 즉 최고의 인간성, 휴머니티가 실현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견지에서 괴테 자신의 역사적 서술이 탄생한다.
괴테와 자서전의 계보
[829]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신과 영혼의 책
괴테<시와 진실>-역사적 예술적, 구성적으로 볼 수 있는 진실
루소<자서전>-심리적 내면을 진지하게 기록한, 벌거벗은 진실 (근대적 자아에의 전환 완성)
[830]
괴테는 이 모든 타입에 통달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타입 중에서 어떤 요소를 받아들여 여기에 자기 자신에 고유한 것을 첨가하고 있다.
<신과 영혼>의 서에서는 신의 역사가 존재하지만, 괴테는 이 영역을 차단하고 있다. 그는 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체를 개방하여 미결로 남겨두고 있다. 그리스도교적 자기 성찰은 신, 교회, 피안 속에서 완결된다.
[832]
자화상은 르네상스 이래 자서전과 병행해서 발전해 왔다.
자화상이 그 성격과 운명의 통일을 그려낸 렘브란트에서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자서전은 괴테가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소질이 괴테로 하여금 자서전을 쓰는 데에 적합하게 만들었다. 그 소질이란 삶의 욕구, 폭넓은 세계 파악, 대상에 대한 기쁨, 역사적 시각, 자아와 세계와의 조화, 그리고 서사시적 재능이다.
3. 책 소개와 평가
(1)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머리글
제1부 고통을 맛보게 하지 않는 교육은 없다
제1장 나의 고향 프랑크푸르트 제2장 유년의 기억 제3장 군정장관 트랑 백작 제4장 성서와 나 제5장 첫사랑 그레트헨
제2부 젊은 날의 소망은 나이들수록 풍요로워진다
제6장 누이동생 코르넬리아 제7장 독일 문학과 나 제8장 병마로 인한 귀향 제9장 두번째 고향 슈트라스부르크 제10장 나의 친구 헤르더
제3부 나무는 자라도자라도 하늘까지 닿지 않도록 되어 있다
제11장 셰익스피어에의 심취 제12장 프리데리케로부터의 해방 제13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루어지다 제14장 ‘슈투름 운트 드랑’ 문학 서클의 형성 제15장 신교의 죄악론
제4부 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신을 거스를 수 없다
제16장 릴리와의 처음 만남 제17장 릴리와의 약혼 제18장 코르넬리아의 이별 권유 제19장 라바타의 《관상학》 제20장 잃어버린 사랑―릴리
괴테의 생애 《시와 진실》 |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 루소의 <고백록>, 안데르센의 <내 생애의 이야기>, 크로포트킨의 <한 혁명가의 회상>과 더불어 세계 5대 자서전으로 꼽힌다.
인간 개개인은 자신을 들여다볼 때 자기 내면만 살필 수도 있는 개인적 1인이지만, 한 개인의 삶이 진정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역사와 자신이 속한 사회라는 큰 틀에 서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한 천재 작가가 어린 시절 어떤 교육을 받고 문학적 재능을 드높여서 성장하였고, 그의 세상과 사람, 학문에 대한 관심이 어떤 과정으로 작품 속에 녹아나게 되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한층 더 나아가 ‘개인적 경험’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18세기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눈 앞에 그려내듯 설명하고 묘사한다. 바로 이 점이 괴테 <자서전>이 높이 평가받는 지점이다.
괴테의 시선을 따라가면 18세기 유럽의 풍속을 보여주는 독일의 뒷골목을 함께 걸을 수 있다. 또한, 수줍게 가슴 콩닥거리던 괴테의 첫사랑 이야기부터 그리 순탄치(?) 않았던 그의 연애담이 자서전 전체에 큰 줄기로 흐른다. 그의 연애담은 한 떨기 장미꽃이 되고 이내 시가 되어 그의 작품으로 남는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에게 문학적 각성을 일게 한 중요한 사건이나 사람들을 중요하게 끌어내어 자신의 문학과 살아온 시대, 그리고 개인적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 감동적인 절 또는 장
‘어린 아이의 재능과 발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괴테의 어린시절이 담겨있는 ‘<제 1부> 고통을 맛보게 하지 않은 교육은 없다‘에 눈길이 갔다. 괴테는 1부의 1장과 2장에서 자신의 집과 집안 분위기과 엄격했던 아버지의 교육, 자신의 탈출구였던 외할아버지의 집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1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괴테는 교육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교육방침에 따라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어린 아이는 늘 놀이와 자유를 동경하는 법인지라 괴테 역시 엄격한 아버지를 피해 할아버지의 집으로 줄행랑 쳐서 숨통을 틔우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년시절의 괴테를 살펴보면 언어지능, 자기성찰지능, 공간지능이 우수한 아이인 것 같다. 특히 자기성찰지능은 세상과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회의를 품게 한다. 그는 어린시절 부터 다재다능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꾸준한 공부습관과 경제적 뒷받침 그리고 조부, 조모를 비롯한 온 가족의 문화적 소양 덕분에 제대로 키워졌고 이후 성인이 되어서 대작가 괴테로 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 내가 저자라면
나라면 자서전을 어떻게 쓸까?
괴테의 자서전을 보면서 나도 괴테처럼 나의 삶을 내면적으로, 그리고 시대적으로 두 방면이 대화 나누듯 묘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시대적 사건들과 사상들, 그리고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했을까’ 싶을 정도로 수없이 등장하는 지인들. 괴테는 이 모든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렇게 묘사한 문장 바로 뒤에 치고 나가면서 자신의 깊은 사유를 담아낸다. 나는 가능할까?
우선 괴테처럼 방대하려면 세상에 대한 경험이 보다 많아야 한다. 지금은 가정에 발이 묶여 내가 원하는 대로 경험하고 일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세상과 행동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면적 성찰과 사유의 결과물을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괴테는 18세기에 태어난 독일인이지만 그의 작품은 21세기 한국에 사는 내가 읽어도 감동적이다. 그가 독일인이라는 특수성을 뛰어넘어 휴머니즘을 담은 보편성을 실현했기 때문일 거다.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풀어내는 직관과 사유,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는 사람이라면 늘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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