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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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현재의 문제를 깊이 겨냥하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조셉 캠벨이라는 비교종교학자가 있다. 멋진 사람이다. 대학의 교수였을 때, 무용을 하는 제자와 결혼을 했다. 강의를 할 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마음이 들뜨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 그게 바로 그녀가 학생으로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청혼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도 캠벨을 미치도록 화나게 만드는 못된 점이 하나 있었다. 약속을 하면 그녀는 늘 약속 시간에 늦었다. 도착해야할 시간에 집을 나서곤 했으니 보통 늦는 것이 아니었다. 이 습관은 그가 아무리 화를 내도 바뀌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이 고민을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그 친구가 그러더랜다.
" 그건 자네에게 문제가 있는거야. 아내가 도착하기를 바라지만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았어. 지금 자네는 현실이 아닌 것을 열망함으로써 그녀를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다른 경험들을 망치고 있단 말이야. " 이 충고를 듣고 캠벨을 정신적 태도를 바꾸었다. 그후 아내를 기다리는 것은 그에게 일종의 영적 훈련이 되었다. 마음을 바꾸자 그녀를 기다리는 짜증과 화는 가라앉고 그 장소의 풍광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상점 속의 진열품을 감상하거나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묻는 동안 그녀는 올 때가 되면 나타났다. 그 맛을 즐기느라 그는 종종 아내가 더 늦게 나타나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들을 기다리게 한다. 나도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이 방법을 써 보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상황이 우리의 계획대로 되기를 바라는 동안 그 기대대로 되지 않는 현재가 늘 짜증스럽고 불만스러워 스스로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체험들을 겪을 기회를 박탈했던 것이다. 생각의 틀을 바꾸자 이 심리학적인 변화가 이전까지는 애써 견뎌야할 상황을 더 잘 알게 하고 사랑하게하고 그것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는 오랫동안 직장인이었다. 남의 일을 한다는 것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젊어서 나는 더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 기웃거렸지만 밥벌이 될 만한 다른 일들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삶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고 투덜대며 풀이 죽어 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중요한 각성이 찾아오게 되었는데, 직장에서의 생활이 내가 깨어 있는 생활의 2/3를 차지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시간들을 즐기지 못하면 삶의 2/3가 속절없이 날아 가 버린다는 사실이 전율하듯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 후,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에 집중했다. 가장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다른 일들을 기웃대지 않았고, 승진에 연연하지 않았고, 힘있는 부서에 줄을 대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에 매달렸다. 경영혁신에 관한한 최고의 인물이 되려고 했고 팀원들에게도 대한민국 최고의 혁신팀이 되자고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밖의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으며, 지금 뿐 아니라 퇴직을 하고 난 다음에도 최고의 팀으로 작동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공부하고 실험했다. 함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조직의 경영을 평가하고 진단하고 컨설팅하는 경영컨설턴트가 되면서 훨씬 넒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고, 나만의 특별한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다. 직장에서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퇴사후 변화경영전문가로 홀로 비즈니스를 한지 또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변화와 혁신에 대하여 책을 쓰고 강연하고 있으며 죽을 때 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리라 마음먹고 있다. 이제 이 일이 평생의 밥벌이가 되었을 뿐 아니라 명예가 되었다. 이 모든 기초는 내게 주어진 일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연결하여 수련할 수 있었던 회사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장이란 안절부절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별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다리의 끝을 오르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으로는 실망하기 십상인 지독히 치열한 경쟁적 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곳이고, 자신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단련하여 '직장 이후의 삶'을 준비하게 하는 실전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변화는 늘 자기 자신의 현재의 문제를 겨냥해야한다. 먼저 심리학적인 각성을 통해 단단한 정신적 벽을 허물어야한다. 빵이란 결국 밀의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루함을 만나면 지루함을 죽이고, 매너리즘을 만나면 매너리즘을 죽이고, 적당주의를 만나면 적당주의를 죽여야한다. 삶이 힘들게 찾아 올 수록 우리 안에서 더 깊은 힘을 찾아 낼 기회를 가지게 된다. 모든 근본적 변화는 모두 이렇게 심리적 화학 반응으로 타오르는 에너지의 힘을 빌리게 되어 있다.
( 이 원고는 2009년 6월 '현대 엘리베이터'에 기고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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