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7232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09년 8월 2일 08시 21분 등록

나의 집에 있는 배롱꽃

우리 집에 온 다음
그 나무는 한 번도 꽃다운 꽃은
피워 보지 못했네
실망한 아내는
석녀야 석녀
꽃을 피워라
아니면 베어버리리
협박도 하고 애원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 그 나무는 받아주지 않았네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지치고 말았어
아내도 나도 다 지치고 말아
그 자리에 붉은 벚꽃을
피울 벚나무를 심어 두었지
그리고
배롱나무는
개똥 가득한 개집 옆으로 옮겨 심었지
그게 올 여름은 다르겠지 기다리다 지친
그해 가을이었지

그 다음해 여름
개똥 밭 배롱나무는
온통 붉은 폭탄꽃으로 천지를 붉게 불들였지
보아라
몇 년을 피지못한 설움이여
크고 작은 벌들이 달려들어
잔치하듯
윙윙거리니
아내는
좋다좋다
봇물터지듯 꽃터졌다
기꺼워하고
계단 오르내리며
꽃구경에 겨워 볼터지네

20098283629687.png

모든 초라한 청춘은
개똥밭 배롱꽃 보러 와라
모든 외로움 폭죽처럼 터지는
꽃피는 여름
제발 여름 작물만 같아라
그렇게 푸르게
짙은 초록으로 쑥쑥 자라라
개똥밭 거름
더럽다 피하지 말고
못 먹은 피처럼 들이켜
맘껏 자라라
아, 붉은 토양 붉은 꽃
맘껏 피어라

IP *.160.33.197

프로필 이미지
정명윤
2009.08.04 10:30:01 *.20.125.86
구본형 선생님의 쓰신 컬럼중에 이런 글귀  생각이...................., "언젠가 나에게도 한 번은 꽃피는 날이 올것이다 ~~~, 그 때 피는 꽃은 여느 때 피는 꽃 보다 아름답고, 찬란하고, 향기롭고...그윽하리라.............," 
프로필 이미지
인생전략
2009.08.05 13:42:31 *.121.106.107
여름에 피는 꽃인가 보네요. 그 불꽃놀이 한 번 보고 싶네요!
프로필 이미지
나경
2009.08.10 18:09:24 *.255.159.220
이른 봄에 피는 꽃은 아주 잠깐 피었다가 지고마는데
여름날의 꽃은 제법 오래갑니다.
이른 봄날의 꽃이 피고 질때는
남쪽땅에 살고 있어 같은 꽃을 함께 보기힘들다 했는데

여기 이곳에도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화려한데
그곳에도 피어있군요.
같은 꽃을 보고 있구나 생각하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5.07.06 12:43:44 *.212.217.154

언젠가 필 꽃을위해,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비록 피지 못한다 해도

이쁘지 않을 이유 있나요?

한결같이 하기 힘들지만,

매일매일 노력하며 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12.29 12:00:14 *.32.9.56

하루 하루,

피지 않는 그 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걸음 두 걸음

꽃나무에 물을 주듯이

걸어가 봅니다.


언듯 돗아난 꽃 망울이

제 마음을 들뜨게 하고

온 몸을 살아있게 합니다.


푸른 꽃, 언젠가는 만개하는 것은

미리 쓰여진 일이겠지요.

그저, 쓰여진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새똥은 마르면 쉽게 떨어진다 file [3] 구본형 2009.07.19 6517
202 나를 대표하는 프로젝트 하나는 피로 키워야한다 file [10] 구본형 2009.07.21 7843
» 어느날 그 젊은 꽃 붉게 피었네 file [5] 구본형 2009.08.02 7232
2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버리지 마라 -터닝포인트 일곱번째 이야기 file [7] 구본형 2009.08.15 8647
199 여행은 낯선 여인처럼 file [4] 구본형 2009.08.20 6560
198 작은 자그레브 호텔 file [3] 구본형 2009.08.21 6990
197 소년의 기쁨으로 살 일이다 file [3] 구본형 2009.08.25 6680
196 그 섬으로 가는 길 file [6] [5] 구본형 2009.08.26 6807
195 그 밤 달빛 수업 file [3] 구본형 2009.08.27 6918
194 BOL 비치에서 file [3] 구본형 2009.08.28 6496
193 인간은 예감이며 시도이다 file [5] 구본형 2009.08.29 6750
192 시처럼 산다 -- 빠름과 느림이 만들어 낸 새로운 균형 file [5] [3] 구본형 2009.08.30 8257
191 고통 없는 변화를 위한 연금술 file [3] 구본형 2009.08.31 8012
190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일로는 영혼을 사로 잡을 수 없다 file [5] [1] 구본형 2009.09.02 8873
189 꼬리가 개를 흔들게 하라 - 캐롤라인 효과 file [6] [1] 구본형 2009.09.03 7643
188 강점이 일하게 하라 file [4] 구본형 2009.09.06 7864
187 이른 아침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네 file [2] 구본형 2009.09.06 7624
186 실패를 경영하는 법 file [4] 구본형 2009.09.08 9472
185 경영의 민주주의를 믿어라 file [5] 구본형 2009.09.09 6664
184 책임의 능동성에 대하여 file [7] 구본형 2009.09.11 8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