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8148
- 댓글 수 5
- 추천 수 0
나의 집에 있는 배롱꽃
우리 집에 온 다음
그 나무는 한 번도 꽃다운 꽃은
피워 보지 못했네
실망한 아내는
석녀야 석녀
꽃을 피워라
아니면 베어버리리
협박도 하고 애원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 그 나무는 받아주지 않았네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지치고 말았어
아내도 나도 다 지치고 말아
그 자리에 붉은 벚꽃을
피울 벚나무를 심어 두었지
그리고
배롱나무는
개똥 가득한 개집 옆으로 옮겨 심었지
그게 올 여름은 다르겠지 기다리다 지친
그해 가을이었지
그 다음해 여름
개똥 밭 배롱나무는
온통 붉은 폭탄꽃으로 천지를 붉게 불들였지
보아라
몇 년을 피지못한 설움이여
크고 작은 벌들이 달려들어
잔치하듯
윙윙거리니
아내는
좋다좋다
봇물터지듯 꽃터졌다
기꺼워하고
계단 오르내리며
꽃구경에 겨워 볼터지네
모든 초라한 청춘은
개똥밭 배롱꽃 보러 와라
모든 외로움 폭죽처럼 터지는
꽃피는 여름
제발 여름 작물만 같아라
그렇게 푸르게
짙은 초록으로 쑥쑥 자라라
개똥밭 거름
더럽다 피하지 말고
못 먹은 피처럼 들이켜
맘껏 자라라
아, 붉은 토양 붉은 꽃
맘껏 피어라
댓글
5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03 |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2] | 구본형 | 2008.02.20 | 6980 |
602 | 부부가 여름밤을 재밌고 신나게 보내는 방법(1999.8) [2] | 구본형 | 2002.12.25 | 7008 |
601 | 휴가, 쉴 겨를의 의미 [2] [1] | 구본형 | 2002.12.25 | 7013 |
600 | 나를 캐리어 스폰서라 부르라 [2] | 구본형 | 2005.05.29 | 7016 |
599 | 천둥같은 웃음 뒤 번개같은 진실이... [2] | 구본형 | 2002.12.25 | 7024 |
598 | 일과 삶 [3] | 구본형 | 2006.04.23 | 7034 |
597 | 임부가 생명을 품듯 [2] | 구본형 | 2002.12.25 | 7041 |
596 | 포스트 모던 마케팅 [4] | 구본형 | 2007.01.18 | 7057 |
595 | 새로운 비즈니스의 공간을 찾아라 [2] | 구본형 | 2005.05.29 | 7062 |
594 | 지난 여름 피서지에서 생긴 일 [3] | 구본형 | 2004.09.11 | 7063 |
593 | 아이들이 있는 일상 - 3개의 스케치 [3] | 구본형 | 2004.06.06 | 7076 |
592 | 어떤 사람 [3] | 구본형 | 2006.11.08 | 7076 |
591 | 21세기 항해를 위한 '십자지르기' [2] | 구본형 | 2002.12.25 | 7084 |
590 | 보보스 [2] [2] | 구본형 | 2002.12.25 | 7094 |
589 | 설득 당하지 말고 설득하라 [2] | 구본형 | 2002.12.25 | 7098 |
588 | 세계인과 한국인 [3] | 구본형 | 2005.04.20 | 7103 |
587 | 건망증에 대하여 [3] | 구본형 | 2003.12.07 | 7106 |
586 | YWCA(1999. 2)-유산 [3] | 구본형 | 2002.12.25 | 7107 |
585 | 시간을 벗삼아 ... [2] | 구본형 | 2002.12.25 | 7108 |
584 |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2] | 구본형 | 2002.12.25 | 7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