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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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방법은 수치를 들이미는 것이다. 격감된 매출액, 악화된 수익률, 떨어진 시장 지배력등을 숫자로 보여주며 변화와 개선을 압박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다. 직원들에게 숫자는 늘 멀리 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변화는 본능을 건드려야한다. 이 점에서 경영자는 생물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 경영학자인 존 코터는 이렇게 말한다. "분석자료를 제시하지 마라.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면 감정을 움직여라. 행동을 바꿀 진실을 보여줘라. 이것이 중요하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처럼 강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위에서 주도하는 변화는 단명하다. 모양새를 갖추는 듯하다가 관심이 이완되거나 통제가 느슨해지는 순간 좌초하고 만다. 이 사실은 명령과 통제에 의존하는 경영자에게는 나쁜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자생적으로 변화의 본능을 획득할 수 있도록 힘을 나누어 주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능력을 키워가기를 바라는 경영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포천'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으로 등극한 구글은 끊임없는 변화의 능력을 기업 DNA 속에 이식시킴으로써 스스로 진화해 가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창립자 브린과 페이지는 지금까지의 핵심 비즈니스가 앞으로 구글이 가는 길을 제한하거나 구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공언했다. 그들은 구글이 가진 변화 본능과 능력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갈 것이라는 불안과 믿음을 동시에 즐긴다. 이때 비즈니스는 성패에 연연하는 초조함이 아니라 실험하고 부딪히는 짜릿한 어드벤처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직원들에게는 직무와 관련없는 창의적 관심사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20%의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열정을 추구하더라도 구굴을 떠나지 않도록 보장해 주었다. 의문을 제기해도 그것은 반항이 아니라 혁신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구글의 실험중 80%는 실패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지만 나머지 20%가 구굴을 번창하게 할 것임을 믿고 있다. 자신을 실험하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최고의 인물들이 몰려들고, 이런 사람들은 공통의 비전을 나누게 되면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구글은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구글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포효하는 사자로 진화했다.
이제 당신과 나, 개인의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작가다. 글을 쓰다보면 글이 스스로를 이끌어 가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다.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아니라, 마치 촉수를 가진 매끄러운 뱀처럼 글이 스스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것을 경이롭게 지켜보곤 한다. 그때 나와 글이 합쳐지는 환상을 즐긴다. 이것은 작가들만의 엑스터시가 아니다. 모든 열중하는 사람들의 몰입현상이기도 하다. 시키는 일이나 하고 때 되면 승진하여 겨우 얻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직장인들을 나는 시시하다고 여겨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일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열정이 가진 짜릿하고 무모하고 끝없이 깊은 나락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일은 늘 일에 그치고 만다. 그들은 평범하고 뻔한 삶을 살다 겨우 나이 오십에 직장을 나와 늘어 난 평균수명에 따라 나머지 40년 이상을 허덕이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변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열정의 맛을 핥아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필살기 하나를 찾아 수련하라는 것이다. 짐을 가득진 채 사막을 건너는 낙타로 상징되는 책임과 의무의 시대로부터 돌연 사자로 변신하여 자신의 꿈대로 살아 갈 수 있는 주도적 인생의 후반부를 맞으라는 것이다.
지금 자신의 유전자 속에 변화의 줄기세포를 이식하고 하루를 변화의 제단으로 삼아 실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 시간을 투자하면 사자로 변해 있을 것이다. 낙타를 사자로 바꾸는 변용은 낙타의 믿음을 사자의 믿음으로 바꿈으로 이루어진다. 인생이란 믿음이 스스로를 구현해 가는 것이니 마음 속 깊은 곳의 믿음을 바꾸면 삶도 바뀌게 마련이다. 불가능한 꿈을 꾸자. 그리고 그 꿈이 실천되게 하기 위해 내일 죽을 것처럼 살자. 인생은 예감이며 시도이니 자신에게 변용의 기회를 주자.
(삼성물산,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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