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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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도착했을 때
중세 때부터 있어 온 아득한 골목길에 홀려
길이 부르는 대로 따라 갔다네
이윽고 어느 골목의 끝에 이르러
막힌 벽 한가운데 작은 문하나 열려 있었네
벽을 뚫어 만든 듯한 그 문 너머
늦은 아침의 햇살이 마당 가득
나는 수 백년을 거슬러 온 낯선 시간 여행자처럼
넋잃은 듯 그 성당 안을 거닐었다네
어두운 성당 안
밖이 너무 밝아 더욱 어둡게 보였네
무쇠막대도 구부릴만한 건장한 남자 하나
홀로 소녀와 같이 가냘픈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었네
주여, 그 기도가 무엇이든 들어 주소서
홀로 드리는 그 소원을 버리지 마소서
그를 위해 나는 기도했네
아무도 없는 그 곳의 그 성당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은 그 사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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