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14867
- 댓글 수 13
- 추천 수 0
직장인들을 불행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는 진정한 관계의 부재다. 관심 받고, 존경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최초의 강렬한 욕망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직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직에 들어오면 일단 서로 '기묘한 관계'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된다. 상하의 관계, 수평적 관계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누구든 조직 속에서 생활해 보면 사회적 장벽과 감정적 장벽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그 속에 숨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 존 핸콕 파이낸셜 서비스사의 최연소 CEO 였고, 이 회사를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브랜드 100'에 올려둔 주인공인 데이비드 델러샌드로는 매우 냉정한 톤으로 고위 경영자나 임원들은 사무실 문을 완전히 열어두지 말고 어느 정도 장벽을 쳐 둠으로써 불필요하게 사람들에 의해 방해 받는 것을 방지하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직원이 속마음을 털어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위가 높은 자의 처세라고 대좋고 말한다. 부하 직원의 세세한 이야기를 다 들어 주다 보면 처음에는 열 개의 개인 메일에 응답해야하지만 나중에는 백 개의 메일에 대답해야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직원과의 사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직원의 개인적 문제에 휘말리면 엄청난 시간적 낭비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의 조언이 몰인정해 보이고 퉁명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직장인들이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성과를 위해 모인 조직이며,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속해있는 이익 집단인 기업은 친구를 사귀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지만 여기에 순수한 우정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회식을 하고 야유회를 다녀오고 야근도하고 경조사에 참석하지만 자신을 적당히 감춘 고독이 있게 마련이고 이를 홀로 감내해야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무관계의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우 유능한 여직원이 있었다. 성과도 좋고 상사와의 관계도 좋고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무난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사다리의 끝으로 올라 갈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늘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신 초기에 입덧이 제법 심했고, 4개월 후에는 누구나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공교롭게 그녀는 이때 진급을 바로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 승진의 기회가 사라질 것에 대해 염려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가 팀장으로 진급한 다음에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 상사는 당황할 지도 모른다. 임신 후기의 피로감과 육아 휴직에 따른 공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사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상사를 믿었고, 그녀를 위해 좋은 대안을 찾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임신 사실을 상사에게 미리 알려 주었다. 상사는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승진 하지 못했다. 상사는 일이 우선인 결정을 내렸다. 그녀와 라이벌인 남자직원이 승진했고, 그녀는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후 그녀는 상사에 의해 중용되지 못했다. 그녀는 그때 그 사실을 상사에게 털어 놓은 것을 여러 번 후회했다.
그렇다고 그 반대로 처신하는 것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세상에 많은 것이 직장인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사례들도 또한 많다. 이 경우는 한 남자 직원의 사례인데, 그 역시 중요한 진급을 앞에 둔 상태에서 자신이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과로를 피하고 한 두 달 집중 치료를 요하는 것이지만 완치될 수 있는 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사에게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승진했다. 그리고 과중한 프로젝트를 받았지만 중간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와 상사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지만, 그는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때와 똑 같이 처신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회사란 그런 것이고, 자신이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아픈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 과도한 업무의 결과라 하더라도 말이다.
조직은 늘 일이 우선적인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고 일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상사와의 수직적인 관계 속에는 늘 정치적 관점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조차 모든 정치적 요소들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 충성심은 유능함에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인맥과 학맥등 가지가지의 사회적 끈들이 기회와 보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적으로 가장 민주적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조차 지시와 통제라는 수직적 구도를 감수해야한다. 조직 속에서 한 개인은 섬일 수 없다. 무수한 관계의 다리들이 놓여지지만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내면으로 통하는 다리는 없다. 따라서 누구도 자신의 섬의 가장 고독한 내면으로 그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도 없다.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직장의 동료와 상의하기 보다는 오래된 옛친구를 찾아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회사란 그런 것' 이라는 인식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한 회사는 진정한 관계가 가능한 조직이 될 수 없다. 어디에도 진정한 관계는 없는 무관계의 고독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무관계의 부작용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진정한 관계의 부재를 그대로 안고는 직장인들은 행복해 질 수 없다. 경영의 미래는 진정한 관계가 가능한 새로운 모델의 모색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만이 관계를 통해 행복을 재생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행복한 직장인'이라는 불가능한 꿈, 미래의 경영은 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실은 회사에서 크레듀 온라인 교육을 다음 달 부터 시작하는데요, 저는 구선생님 강좌를 신청했습니다. 많이 기대가 됩니다^^. 다음에 오프라인에서도 꼭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 이 주제에 관심들이 많군요 ? 잘 되었습니다. 그러니 생각할 맛이 더 나는군요.
사실은 그래요. 두 가지 생각이 내 마음을 뛰게 합니다.
하나는 모두 어렵다 하니 ' 직원의 행복이 목적'인 기업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군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리는군요..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잘 연구해서 10대 풍광에 넣어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군요.. 신나는 생각거리가 하나 더 생겼어요.
두번 째는 '부서장 깨우기'입니다. 부서장 하나가 깨어나면 그 팀 전체의 행복 지수가 높아 질 수 있으니까요. 회사 전체가 그렇게 운영되면 좋겠지만, 그건 당장 어려울테니 부서 하나, 팀 하나라도 그 리더의 각성에 의해 구성원의 행복을 높여줌으로써 성과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원들과 함께 찾아봐야겠군요. 역시 신나는 프로젝트.
좋은 의견들을 많이 던져 주세요.

어제는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회사 일로 속이 상한 일들이야...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 선생님이 써놓이신....
진정성이 부재한 관계, 정치가 우선하는 조직, 자신의 잇속이 먼저인 상사의 모습에 화가 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하게 잘 지내는데, 나 혼자 부적응자처럼 펄쩍펄쩍 뛰며 흥분하는 것이 모자라보여서 또 속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무딜 수 없는 것이 나다움이니까. 그걸 바꿀수는 없을테지요. 저는 분명 제가 맡은 job을 잘 수행할 수 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이런 조직의 현실에 도저희 적응하지 못할꺼라면 낙오자가 될 거라는 꺠달음이 절 괴롭혀 밤새 잠을 못 이룬 밤입니다. ㅜ.ㅜ


선생님!! 구자훈 입니다.
오랜 기간 절 바쁘게 일하게 했던 프로젝트가 끝나서,
요새는 적어도 바삐 해야하는 일을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자니,
처음부터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지만 꾹꾹 눌러왔던 질문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내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그런 가슴벅찬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회사생활이라는게, 저는 아직 4년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더라고요.
친해질 수 없는 사람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로지 일이 우선이고,
일이 잘 진행되면 잘했다고 술한번 코가 비뚫어지도록 마시고,
그다음엔 다시 일.일..
그런데 그 일에 대한 흥미도 열정도 없는 사람에겐 참 힘들죠. 일을 처리를 하긴 하지만.
관계도 없고 일도 재미없는 하루하루는 ㅎㅎ
선생님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시는 걸로 저는 들리거든요.
정말 그렇게 하면 뭔가 남는다는거,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데,
아는 것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그나마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쪽 방면의 단체나 회사를 알아봐도,
그곳 또한 조직이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는.
그런데 그러한 의미가 더 반영된 곳이라하면 '사회적 기업'이 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회사의 이득뿐만아니라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기업.
기업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을런지는 잘 모르지만, 또 보수가 그리 크진 않겠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해요.
경영의 민주주의라..
구글과 MS사에서 제공해주는 직원들의 업무환경이 떠오르는데요,
가능할지 하지 않을지는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그런 경영을 하는 기업이라면 잘 될거 같은데..
거기에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되었으면 하고요 ^^
부서장 깨우기! 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업무와 성과에 관하여 스트레스가 많을 부서장이기 때문에, 그 생각의 무게를 끊고, 꽉 막힌 생각에 틈을 내어 구성원들의 행복을 구하도록 하는것이, 그러한 생각의 변화는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닐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을 가슴 뛰게 하는 생각이 저도 보이네요 펄떡거림이.
저를 가슴뛰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찾지? 0.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관계의 부재 - 직장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 ![]() | 구본형 | 2009.09.22 | 14867 |
422 |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 사내를 위하여 ![]() | 구본형 | 2009.09.15 | 9275 |
421 |
생각의 실험 ![]() | 구본형 | 2009.09.13 | 11464 |
420 |
책임의 능동성에 대하여 ![]() | 구본형 | 2009.09.11 | 10558 |
419 |
경영의 민주주의를 믿어라 ![]() | 구본형 | 2009.09.09 | 7496 |
418 |
실패를 경영하는 법 ![]() | 구본형 | 2009.09.08 | 11264 |
417 |
이른 아침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네 ![]() | 구본형 | 2009.09.06 | 8290 |
416 |
강점이 일하게 하라 ![]() | 구본형 | 2009.09.06 | 8792 |
415 |
꼬리가 개를 흔들게 하라 - 캐롤라인 효과 ![]() | 구본형 | 2009.09.03 | 8654 |
414 |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일로는 영혼을 사로 잡을 수 없다 ![]() | 구본형 | 2009.09.02 | 11226 |
413 |
고통 없는 변화를 위한 연금술 ![]() | 구본형 | 2009.08.31 | 8796 |
412 |
시처럼 산다 -- 빠름과 느림이 만들어 낸 새로운 균형 ![]() | 구본형 | 2009.08.30 | 9126 |
411 |
인간은 예감이며 시도이다 ![]() | 구본형 | 2009.08.29 | 7562 |
410 |
BOL 비치에서 ![]() | 구본형 | 2009.08.28 | 7212 |
409 |
그 밤 달빛 수업 ![]() | 구본형 | 2009.08.27 | 7585 |
408 |
그 섬으로 가는 길 ![]() | 구본형 | 2009.08.26 | 7563 |
407 |
소년의 기쁨으로 살 일이다 ![]() | 구본형 | 2009.08.25 | 7530 |
406 |
작은 자그레브 호텔 ![]() | 구본형 | 2009.08.21 | 7698 |
405 |
여행은 낯선 여인처럼 ![]() | 구본형 | 2009.08.20 | 7449 |
404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버리지 마라 -터닝포인트 일곱번째 이야기 ![]() | 구본형 | 2009.08.15 | 9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