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435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꿈’
2005년 어느 초여름 나는 검색 사이트 창에 이렇게 단 한 글자를 써넣고 엔터키를 눌렀습니다. 내가 삶의 길 위에서 잃어버린 그 한 단어를 검색해 보면 뭐라고 나올까 궁금해 하면서. 그 사건이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분인 구본형 선생님에게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검색 결과를 따라 그 인연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결국 2005년 어느 여름날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됩니다.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다섯 명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2박 3일을 함께 굶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이끄시는 선생님도 함께 굶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또 장차 활용 가능한 어떤 경험을 키워왔는지, 그리고 지금이 아닌 미래에는 어떤 삶을 염원하고 있는지 그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가는 작업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앞으로 십 년 동안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아직 당도하지 미래를 마치 당도한 현재처럼 그려내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누군가는 비교적 근사한 그림을 그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직 채색을 하기에는 부족한 그림을 희미하게 품는 수준에 그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두 달에 한 번씩 진행되던 ‘꿈프로그램’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참여하여 비슷한 과정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꿈벗’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 그림을 ‘10대 풍광’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꿈벗은 매년 4월과 10월, 가장 눈부시게 아름다운 절기가 찾아올 때 한 곳에 모여 놀았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꿈벗 소풍’이라 불렀습니다. 이 소풍은 ‘꿈벗’ 뿐만 아니라, 아직 ‘꿈벗’이 아닌, ‘꿈’ 때문에 버거운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소풍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소풍은 늘 반가움과 기쁨이 넘쳐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어울려 바래가는 그림을 다시 그려볼 마음을 갖는 기회이기도 했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거나 자극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과는 나누기 어려운 ‘꿈’이야기를 소풍에서는 거침없이 고백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나이에 무슨 ‘꿈’이야기냐고 힐난하는 사람 누구도 없는 자리였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는 자리였습니다. 그리워하던 마음을 마음껏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구본형’, 한 사람 한사람의 ‘꿈’을 일으켜 세워주는 그 아름다운 남자, 따뜻한 스승을 만나고 만지고 포옹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4월, ‘2013년 꿈벗 봄 소풍’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4월 13일, 막 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던 날 ‘꿈벗’ 모두는 ‘꿈’을 일으켜 세워주고 다듬어주고 어루만져주시던 그분과 작별했기 때문입니다. 느닷없는 이 작별은 경향 각처의 ‘꿈벗’들 일제히 아프게 했습니다. 각자 처한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에 젖고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움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힘들 때면 언제든 내리라고, 간이역에 들러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일어서라고, 그리고 그대들 서로가 스스로 만든 두 번의 소풍에 자유롭게 찾아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 떠나라고 당부했던 바로 그분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슬픔 때문이었습니다. 예비하지 못하고 보내야 한 그 지독한 슬픔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별을 감당하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 상실이 너무 버거워 아직도 우울감에 갇혀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나는 이 목요편지를 통해 제안합니다. 그리움 가득한 분들 모두 ‘꿈벗 가을소풍’에서 만납시다. 고백하지 못한 사랑, 차마 드리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 어눌하게라도 고백할 시간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꿈벗 모임’의 실무 일을 보고 있는 장호식 꿈벗이 아래 링크에 소풍 소식을 올려두었습니다. 슬픔과 상실을 넘어 당신과 함께 세우고 다듬었던 꿈을 다시 보듬기 위해 이번 꿈벗 가을 소풍에서 만납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737 |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아세요? [3] | 연지원 | 2013.09.23 | 2885 |
1736 | 당신의 지도는 [10] | -창- | 2013.09.21 | 2875 |
1735 | 잡다하게 너 자신을 낭비하지 마라 [13] | 단경(旦京) | 2013.09.20 | 3090 |
1734 |
마음속 영웅에게 배우는 방법 ![]() | 승완 | 2013.09.17 | 3078 |
1733 |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 | 연지원 | 2013.09.16 | 5344 |
1732 | 소설처럼 사는 삶 [14] | 해언 | 2013.09.14 | 3224 |
1731 |
마흔, 흔들리며 피는 꽃 ![]() | 오병곤 | 2013.09.13 | 3499 |
» | 꿈벗 가을 소풍으로의 초대 | 김용규 | 2013.09.12 | 4358 |
1729 | 시녀병 | 문요한 | 2013.09.11 | 6159 |
1728 |
몰입, 선명한 사랑 ![]() | 승완 | 2013.09.10 | 3193 |
1727 | 내 인생의 마지막은 병산에서 [3] | 연지원 | 2013.09.09 | 2951 |
1726 | 토요일 새벽 편지 [9] | 콩두 | 2013.09.07 | 3055 |
1725 | 왜 구본형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14] | 한 명석 | 2013.09.06 | 3054 |
1724 | 선유동 계곡으로의 초대 | 김용규 | 2013.09.05 | 13818 |
1723 | 그 중에 제일은 기쁨이라 | 문요한 | 2013.09.04 | 2837 |
1722 |
치열한 것은 오래 살아남는다 ![]() | 승완 | 2013.09.03 | 17406 |
1721 | 단풍 나들이, 언제 떠나실래요? | 연지원 | 2013.09.02 | 5989 |
1720 | [앵콜편지] 길현모 선생님 [6] | 최우성 | 2013.08.30 | 3095 |
1719 | 별이 된 비명 | 김용규 | 2013.08.29 | 4677 |
1718 | 들리는 말과 들리지 않는 말 | 문요한 | 2013.08.28 | 44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