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 조회 수 2027
- 댓글 수 6
- 추천 수 0
칼럼5.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 ---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
4-1.
첫 인연 –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아니야...4-2. 엄마보다 세상 – 나의 호기심과 모험심
4-3. 내 감정 좀 케어해 주잖아-권력자 어른과 아이의 감정
4-4.
*
사진사가 말했다.
“착하지 버티, 얌전히 앉아 있으면 마치고 나서 달콤한 스펀지케이크 주마.”
그때까지 나는 스펀지케이크를 하나밖에 먹어보지 못했고 황홀의 절정에 가까운 맛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따라서 생쥐처럼 잠잠하게 있었고, 사진사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나는 약속된 스펀지케이크를 받지 못했다.
20세기 지성사를 꿰뚫은, 사상가이자 수학자, 교육 혁신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경험담이다. 그는 <러셀 자서전>에서 4살 때 경험했던 상황을 예들며 거인같이 큰 어른들 앞에서 작은 바람이 무너지고 상처받았던 ’아이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부당함을 참지 못했던 러셀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찰하여 1926년에 <자녀교육론>을 쓴다.
**
아이의 입장에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자.
가끔 어른들은 간사하다. 아이들을 교묘하게 조종한다. 그들의 말에는 일관성 없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사탕발림으로 태도를 바꾸고 말 또한 애매모호하거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글능글 훅 지나가 버린다. 부당함에 분명 속 터지고 감정 상하는 것은 아이인데, 정작 야단맞고 머리 쥐어 박히고 꼼짝없이 조용히 있어야 하는 쪽은 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강렬한 감정과 바람을 읽어내지 못한 무딘 감수성 때문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힘이 없다.’
어른 앞에 아이는 약자다.
‘아이고~귀여운 내 새끼’라고 말하지만 말 잘 듣고 모범적인 ‘이쁜 자식’이기를 원한다. 부모란 태어나 제일 처음 만나는 나의 목숨 줄 잡고 있는 권력자! 때론 사랑의 이름으로 때론 훈육의 이름으로 아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다. 아이는 어른 또는 부모라는 거대한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며 생존을 위해 버티며 자라난다. 물론 저항하다 얻어터지는 기가 센 ‘살아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는 ‘울음 터뜨리는’ 정도로 저항할 뿐 어른의 기세에 눌려 산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신을 키워준 어른의 ‘사람 관계 맺는 방식’을 따라 배운다.
어린 시절은 어른들의 말처럼 갖다 바치는 밥 그저 먹고 생각 없이(?) 뛰어놀고 행복에 겨운, 팔자 좋은 시절만은 아니다. 아이는 권력자 어른 앞에서 예쁜 짓 착한 짓 골라 하면서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치열히 노력하는 중이다. 사실 아이들은 그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히 사랑 받고 존재 자체로 자기 역량을 가득 안고 태어난 고마운 존재인데 말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혹시 내가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아이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거대한 괴물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여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도록 노력함이 필요하다.
한번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아이의 시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 경험과 감정 물줄기를 주욱 끌어올려 보자. 그것을 자양분 삼아 가지 뻗고 자라난 내 인생나무의 열매가 만져보고 맛을 음미해 보자. 그러면 아이와 관계를 어떻게 맺을 지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친구와 연인과 회사 상사와 관계 맺음에 대한 통찰이 생겨날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미래다.
어른이 늙고 병들면 아이들이 또 다른 권력자로 부상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어린 시절은 세상에 던져진 나의 첫 충격이며 세상과 관계맺음 하는 첫 단추다.
나를 보면 세상의 그들이 보인다.
(끝)
2013년 9월 16일 서은경 쓰다
P.s: 좋아하는 것(타고난 재능)에 몰입하며 상처 난 마음을 스스로 반창고 붙이며 일찌감치 뜻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이 있다. 일명 ‘좌충우돌 자가발전형 아이’. 내 경험을 바탕으로 사유하며 재미나게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러셀 아저씨가 훅 치고 들어와서 생각을 잔뜩 널어놓는 진지 모드 칼럼으로 가 버렸다. 한 주 동안 러셀 자서전에 몰입한 후유증인가? 역시 러셀, 세다. “내가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후까시 울트라 빵빵~!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32 | 웬만한 과일나무 다 있다 [2] | 정야 | 2013.09.12 | 3349 |
1531 | [날팸] 사랑하는 토요일 [5] | 콩두 | 2013.09.14 | 2294 |
1530 | #18. 아버지에게 [6] | 땟쑤나무 | 2013.09.15 | 1904 |
1529 | 따뜻한 정이 그립다 [7] | 최재용 | 2013.09.15 | 2390 |
1528 |
나는 잡스런 게 좋아요 ![]() | 한정화 | 2013.09.15 | 2143 |
1527 | #18.우리는 왜 스스로를 학대하는가 [3] | 쭌영 | 2013.09.16 | 2013 |
1526 | 글을 쓰는 이유 [3] | 유형선 | 2013.09.16 | 2212 |
1525 | [9월 3주차] 내 삶의 선물 [8] | 라비나비 | 2013.09.16 | 1976 |
1524 | 나 자신을 유혹한 건 바로 나 자신이야 [5] | 오미경 | 2013.09.16 | 1922 |
» | [No.5-3] "내 감정 좀 케어해 주잖아~" -9기 서은경. [6] | 서은경 | 2013.09.16 | 2027 |
1522 | #6_이리 오너라~ [6] | 서연 | 2013.09.17 | 2043 |
1521 | 방문판매 세일즈 - 2. 크레용팝 B급 정서의 역설은 세일즈에서도 적용된다 | 書元 | 2013.09.21 | 2001 |
1520 | 만나고 걷고 웃고 마시고 보고 헤어지고 [8] | 범해 좌경숙 | 2013.09.22 | 2170 |
1519 | 성장 [7] | 최재용 | 2013.09.22 | 1994 |
1518 | #19. 김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3] | 쭌영 | 2013.09.23 | 2457 |
1517 | #19. 범수(凡樹)씨의 삶 [1] | 땟쑤나무 | 2013.09.23 | 1929 |
1516 |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2] | 라비나비 | 2013.09.23 | 3588 |
1515 | 정말 살아있는 거 맞아? [1] | 오미경 | 2013.09.23 | 2084 |
1514 | [No.5-4] 이야기를 캐내는 임무 -9기 서은경 [2] | 서은경 | 2013.09.23 | 2319 |
1513 | 마음의 통로 | 유형선 | 2013.09.23 | 2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