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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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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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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7일 08시 09분 등록

나는 책이 좋습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그의 삶을 알고 그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싶냐구요? 몇 사람이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칼 융, 법정 스님과 같은 이들, 내 마음속 영웅들입니다. 책을 통해 이들과 공명하는 두 가지 방법도 생각해 두었습니다.

 

먼저 그들이 쓴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모든 저서를 읽고 싶습니다. 내 공부방의 책장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칼 융, 법정 스님의 이름이 붙은 공간이 있습니다. 가령 칼 융이라 이름붙인 서가에는 그가 쓴 책들만 꽂혀 있습니다. 카잔차키스와 법정 스님의 칸도 그렇습니다. 틈틈이 그들의 저서를 구해 서가를 채우고,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이들을 읽는 것을 앞으로 10년간의 독서 생활의 한 축으로 삼을 작정입니다.

 

왜 책으로 그들을 만나고 싶냐구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서른 초반의 다산 선생이 천주교를 따른다는 모함을 받고 금정찰방(金井察訪)으로 좌천되어 갔을 때, 어느 날 이웃 사람에게서 <퇴계집(退溪集)> 반부를 얻었습니다. 그는 분노와 어둠의 시기에 퇴계 선생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산 선생은 선배 이익운(李益運)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요즘 퇴계 선생의 유집(遺集)을 얻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그 깊은 의미와 넓은 범위는 진실로 뒤에 배우는 저 같은 부류가 감히 엿보거나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정신과 기운이 모두 편해지고 생각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피와 살과 힘줄과 맥박이 모두 잘 복종하듯 안정되어 종전의 조급하고 사납던 기운이 점점 내려가니, 퇴계 선생의 이 오래된 책이 참으로 이 사람의 병증에는 맞는 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속 영웅들과 만나는 두 번째 방법은, 그들의 책에서 삶과 정신의 정수를 가려 뽑아 음미하고, 그에 관한 나름의 감상을 적어두는 것입니다. 책만 읽으면 되지 따로 정리하고 감상을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에도 다산 선생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산 선생은 젊은 시절 성호 이익(星湖 李瀷)과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이익은 그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났고, 이황은 그보다 거의 200년 전에 살았으니 둘 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두 선생의 책을 읽고 초록(抄錄)하고 배운 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을묘년(1795년) 겨울에 나는 금정에 있었다. 마침 이웃사람을 통해 ‘퇴계집’ 반부(半部)를 얻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마친 뒤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 한 편을 읽고 나서야 아전들의 참알을 받았다. 낮에 이르러 그 의미를 부연해서 설명한 뜻을 한 조목씩 수록해 스스로 깨우치고 살폈다. 그리고 돌아와서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이라고 이름지었다.”

 

초록(抄錄)은 ‘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적음’을 뜻하고, 사숙(私淑)은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본받아서 도(道)나 학문을 배우거나 따름’을 말합니다. 독서와 초록은 사숙의 방법입니다. 독서와 초록을 통한 사숙을 잘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정민 선생이 쓴 <다산어록청상>입니다. 이 책은 정민 선생이 다산 선생이 쓴 책을 읽고 삶의 태도와 성찰, 인생에 관한 조언을 가려 뽑고 감상을 덧붙인 것입니다. 그는 <다산어록청상>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다산에게 <도산사숙록>을 쓴 것처럼 매일 하나씩을 뽑아 내 감상을 덧붙였다. 이 메모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의 <다산사숙록>인 셈이다.”

 

‘청상(淸賞)’은 ‘맑게 감상한다’는 의미입니다. 독서와 초록은 사숙의 방법인 동시에 청상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존경하는 사람의 책을 모두 읽고, 핵심을 정리하고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숙하고 싶은 인물이 있어야 하고, 그 인물을 청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내게는 사숙의 대상이 있으니 마음가짐을 준비하면 될 듯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다산 선생이 <퇴계집>을 읽으며 정신을 살찌우고 기운을 차렸다고 하니, 사숙을 하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습니다. 그럼 시작하면 되겠군요. <카잔차스키사숙록>, <융사숙록>, <법정사숙록>, 십년 안에 쓸 세 권의 책이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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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저, 다산어록청상, 푸르메, 2007년 9월

 

* 알림1 : 양재우 연구원 신간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 출간

변화경영연구소 양재우 연구원이 새 책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을 출간했습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요즘에 유용한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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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2 : 한명석 연구원 ‘책쓰기 프로그램’ 안내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의 저자 한명석 연구원이 책쓰기 과정 5기를 모집합니다. 본 프로그램은 책쓰기와 글쓰기를 함께 다루며, 개인 책은 물론 공저 기획에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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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08:38:33 *.242.48.1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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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0:22:48 *.29.125.15

저는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응용의 대상으로 봐요.

책을 읽고, 흩어진 지식들을 꿰맞쳐서 통찰력을 얻고, 삶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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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11:18:24 *.50.21.20

마음편지가 좋아서 몇 번이나 읽었어요. 

존경하는 사람의 책을 모두 읽고, 핵심을 정리하고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 하는 것. 

지식이 실천으로 이어져 힘을 갖게 되는 삶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아주 멋진 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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