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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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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2일 01시 40분 등록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생각정원, 2013


구선생님께서는 직장인에게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하셨다. 당신 역시 20년간 뼛속까지 직장인이었으며, 마흔 세 살에 몸을 일으켜 독자적인 인생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직장인에게 뿌리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왜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행복하게 일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어떤 새에게 그 스스로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만 시간을 들여 비행 연습을 하면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일들 중에서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 ‘갈매기의 꿈’에서


그래서 선생님의 많은 저작이 직장인으로 하여금 자기결단을 하게 하고, 혹독한 수련기간을 거쳐 마침내 ‘스스로를 고용하는 자’로 우뚝 서게 하는 데 봉헌되었다. <일상의 황홀>에서 인용한 ‘갈매기의 꿈’ 한 구절처럼 전심을 다 한 그의 책을 읽고 수많은 독자들이 감화받았지만 정작 누구보다 많이 변화하고, 누구보다 자기경영에 성공한 사람은 선생님 자신이다.


선생님의 19번 째 책이자 생전으로서는 마지막 책이 된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다 보니, 힘찬 강물처럼 구비치는 선생님의 관심사와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이 그림들을 다 어떻게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그림과 품격있는 디자인에 둘러싸여 도무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느껴진다.


우선 독특하다. 죽 신화만 읽어주다가 챕터 말미에 시 한 편을 붙여 놓은 양식이 참신하다. 매번 접해도 아리송하기만 했던 신화들이  내 삶으로 친숙하게 다가오거니와, 거기 붙여 놓은 시 한 편의 메시지가 돌연 강렬하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1쪽


아하!  알겠다.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라더니, 그동안 숱하게 강조해 온 지론들이 신화의 빛을 쐬어 강철이 되었구나, 행간마다 넘치는 자족이 위엄으로 빛나는구나, 드디어 그가 신화탐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완성시켰구나.


순간 내 가슴이 철렁한다. 그는 늘 ‘변화경영의 시인’으로 죽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이룬 것이 아닌가! 살아보니 세월의 마모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갈수록 약속과 초심은 멀어지고, 안일한 일상만 남던데, 어떻게 그는 점점 열린 감수성으로 표현의 백미인 ‘시’에 다가가게 되었을까.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451쪽


스스로 천명한 목적지를 결코 잊지 않은 선장,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자존감이 먼저 스스로를 세우고, 그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준이 된 사람, 그에게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책을 쓰자’는 마흔 세 살의 결심 하나는 ‘꿈 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처럼 미미하였으나, 15년을 하루 같이 멈추지 않은 수련으로 종려나무처럼 커다란 거인이 된 그의 마지막 싯귀가 내게 속삭인다.


너! 너무 빨리 주저앉은 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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