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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2일 01시 44분 등록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생각정원, 2013

 

 

구선생님께서는 직장인에게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하셨다. 당신 역시 20년간 뼛속까지 직장인이었으며, 마흔 세 살에 몸을 일으켜 독자적인 인생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직장인에게 뿌리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왜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행복하게 일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어떤 새에게 그 스스로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만 시간을 들여 비행 연습을 하면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것이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일들 중에서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 ‘갈매기의 꿈’에서


그래서 선생님의 많은 저작이 직장인으로 하여금 자기결단을 하게 하고, 혹독한 수련기간을 거쳐 마침내 ‘스스로를 고용하는 자’로 우뚝 서게 하는 데 봉헌되었다. <일상의 황홀>에서 인용한 ‘갈매기의 꿈’ 한 구절처럼 전심을 다 한 그의 책을 읽고 수많은 독자들이 감화받았지만 정작 누구보다 많이 변화하고, 누구보다 자기경영에 성공한 사람은 선생님 자신이다.


선생님의 19번 째 책이자 생전으로서는 마지막 책이 된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다 보니, 힘찬 강물처럼 구비치는 선생님의 관심사와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이 그림들을 다 어떻게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그림과 품격있는 디자인에 둘러싸여 도무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느껴진다.


우선 독특하다. 죽 신화만 읽어주다가 챕터 말미에 시 한 편을 붙여 놓은 양식이 참신하다. 매번 접해도 아리송하기만 했던 신화들이  내 삶으로 친숙하게 다가오거니와, 거기 붙여 놓은 시 한 편의 메시지가 돌연 강렬하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1쪽


아하!  알겠다.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라더니, 그동안 숱하게 강조해 온 지론들이 신화의 빛을 쐬어 강철이 되었구나, 행간마다 넘치는 자족이 위엄으로 빛나는구나, 드디어 그가 신화탐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완성시켰구나.


순간 내 가슴이 철렁한다. 그는 늘 ‘변화경영의 시인’으로 죽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이룬 것이 아닌가! 살아보니 세월의 마모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갈수록 약속과 초심은 멀어지고, 안일한 일상만 남던데, 어떻게 그는 점점 열린 감수성으로 표현의 백미인 ‘시’에 다가가게 되었을까.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451쪽


스스로 천명한 목적지를 결코 잊지 않은 선장,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자존감이 먼저 스스로를 세우고, 그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준이 된 사람, 그에게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책을 쓰자’는 마흔 세 살의 결심 하나는 ‘꿈 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처럼 미미하였으나, 15년을 하루 같이 멈추지 않은 수련으로 종려나무처럼 커다란 거인이 된 그의 마지막 싯귀가 내게 속삭인다.


너! 너무 빨리 주저앉은 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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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사람들,

자신의 세상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직 긴 모험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신화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선동하는 북과 나팔이다.

그러므로 이 위험한 대화를 기억하라.


“너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느냐?”

“불행을 찾아서지요.”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중에서 5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 Excelsior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 17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물리적으로 점령해야 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적인 세계들이 여전히 우리가 점령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짐 굿나이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캐리에 가장 특별하고 차별적인 SAS 인스티튜트라는 기업을 창립했다. 그곳은 그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글로벌 제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며,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35시간 이상 일하지 않도록 권장받는다. 나머지 시간에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1976년 창사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기술적 경쟁력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최고다. 모두 만족한 직원들이 만들어낸 성과들이다. 직원들은 회사를 좋아하고 짐 굿나이트를 따른다. 그는 기업의 세계에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존경받은 자신의 제국 하나를 만들어 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비교종교학과 신화학 분야에서 특별한 정신적 제국을 만들어냈다. 그는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그의 해석과 통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생각을 통해 그 생각이 지배하는 자신의 지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나 역시 그의 지적 세계에 영향을 받은 그의 정신적 제국의 일원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은 크든 작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17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33


목숨을 건 것이 목숨을 살리는 법

그걸 잡으려면 온 삶을 다 걸어야지  55


나도 너도 모두 우주의 별이 환생한 것

삶이 끝나는 날 다시 별이 되어 돌아가지

무수한 별 무수한 운명

어두운 밤 속에서 더듬어 찾듯 서로 만나 꽃다운 인연,

손잡아 별자리 되고 무리지어 은하수 되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슬픔이 클수록 사랑도 깊어가네

우리 모두 맥박 치는 별 변광성

나 너에 대한 열망으로 밝아지고

나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숨어 버리네 62


스토아 철학자들은 제우스가 우주의 질서를 의인화한 신이라고 말한다. 63


학자들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지배신이 이미 있는 도시에 그리스인이 들어가 영향력이 커지면 제우스 숭배도 함께 퍼지게 되면서 원래의 토속신과 하나로 융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 토속신의 아내 역시 제우스에게 양도된다. 이 과정이 바로 제우스의 끝없는 외도 행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65


키마이라 혹은 키메라는 ‘하나의 생물체 안에 서로 다른 유전형질을 가진 동종의 조직이 함께 공존하는 현상’을 뜻하는 생물학 용어로 쓰인다. 70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미로를 밝혀준 여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미궁속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이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배신하고 떠나는 사랑을 어찌 미워하지 않으리. 그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니 인간은 복잡하고 이율배반적이며, 패러독스이고 스스로에게 딜레마인 것이다. 즉 ‘나는 너의 미로’인 것이다. 아리아드네야말로 미로 탐험 전문가가 아닌가!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며,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아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97


디오니소스는 환희의 불꽃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먹잇감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것은 술의 이중성이기도 하다. 116


신은 인간의 바닥에 존재한다. 141


“ 아,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어찌하여 불가능한 일을 탐하는가?  발 앞에 일을 직시하라. 발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 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라.” - 시인 핀다로스 149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성을 갖는 동물이다. 매년 커지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고, 허물은 과거의 것이니 허물을 벗는 행위는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또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면 원이 된다. 원은 돌고 돌아 끊이지 않는다. 즉 영원이다. 아직도 우리는 구급차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뱀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문명의 상징체계 속에서 면면히 이어진다. 154


일 외에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운명을 따르라, 투덜거리지 마라.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 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 155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155


모든 생명은 자신의 운명을 따를 것이니

단지 성패를 아직 모를 뿐

오만한 자들은

스스로 승리를 쟁취했다 여기겠지만

승리와 패배 모두 미리 예견된 것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지 마라

환희가 가득한 기쁨 앞에서도 자만하지 마라.

인간이 해야 할 몫이 있고

하늘이 정해준 길이 있으니

오직 땅에 발을 댄 겸허함으로 온 힘을 다할 뿐. 172


미래는 인간에게 늘 불안하며 궁금한 영역이었다.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알 수 없음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미래란 한때 운명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이미 정해진 운명’이 무엇인지 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 때가 되면 그것은 가능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계몽주의를 거쳐 혁명의 시대에 이르게 되면 미래는 인간의 무한함에 대한 슬로건으로 바뀌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예측이 가능한 기술적 진보에 의해 설계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아직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원시적 그늘에 머물고 있다. 223


햇빛이 꽝꽝 쏟아지는 날

전장에 서면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서 잊으려 하네.


인간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전쟁만은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245


한편 망국亡國의 백성들은 그리스군에게 유린당하고 폐허가 되어버린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약 없는 모험길에 올랐다. 길 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도 온통 역경과 고난 뿐이었다. 그 무엇도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간 군림했다. 275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1


마음을 어둡게 가지면

싸움이 싸움을 낳고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하는 법

끝없이 슬퍼하고

언제까지나 괴로움이 그칠 날이 없구나  287


......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콘스탄틴 카바피, <이타카> 중에서  312


신들은 물을 휘몰아쳐 고초를 겪게 하여

전쟁이라는 어리석음을 자초한 자들에게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내게 한 짓임을. 316


그리하여 그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별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 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렸다. 339


젊음의 10년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또 10년은 불운의 풍랑을 헤치며 살아왔다.

마지막 가장 위험한 고향에서 맨손으로 일어서니

비로소 한 사내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머리와 어깨는 위엄과 젊음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빛나니.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途中에 있음을. 356


경계를 나타내는 경계석에서 확장된 헤르메스는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라는 상징성을 얻게 되었다. 그는 신들 사이에 제우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이며, 영혼의 인도자다. ......전령의 상징이 된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숨어 있다. 지팡이는 우주의 촉을 의미하며 헤르메스는 이 축을 타고 하늘과 땅을 왕래한다. 손잡이 부분에 날개가 달려 있는 이 지팡이를 서로 마주 보는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다. 두 마리의 뱀은 궁극적으로 통합되는 이원적 대립물을 상징한다. 뱀 한 마리는 독을 뜻하고 또 한 마리는 치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마리의 뱀은 질병과 건강을 상징한다. ......두 마리의 뱀은 결합과 해체, 선과 악, 불과 물, 상승과 하강, 남성과 여성 등 대립적 요소를 상정한다. 그러니 헤르메스는 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대극적 가치의 쌍방을 넘나들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신이기도 하는 셈이다. 361


내 어머니는 돈이 있다면 돈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고, 돈이 없다면 눈물로 사실 것이다. 374


엘리시온에 이르자 모든 것이 즐거웠다. 그곳은 부드러운 푸른 초원과 아름다운 작은 숲들, 활기를 띤 상쾌한 공기, 은은한 자주색으로 빛나는 햇빛으로 그윽한 평화와 축복의 땅이었다. 이곳에는 위대한 영웅들과 시인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된 선량한 모든 이들이 살고 있었다. 408


불멸의 번영, 팍스로마나Pax Romana, 제국의 고난과 비탄, 광기 어린 황제들, 로마 시민의 쾌락, 영원의 도시를 찾아온 위기와 그 극복, 2000년간 화려하게 살아 숨 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 왔다. 그들은 한때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자신의 모험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 하나를 건설했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435


우리가 쓰고 있는 열두 달의 영어 이름 중에서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게서 March가 유래되었다. 왜 전쟁의 신 마르스가 3월의 신이 되었을까? 3월은 봄의 시작이다. 봄에 생물이 약동하기 시작하면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전쟁은 ‘낡은 벌집을 떠나는 벌떼’처럼 신성한 젊음의 행위였다. 작은 도시국가에서 인구가 늘면 늘 새로운 땅을 찾아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443


나는 작가가 된 다음에야 비로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은 다르게 다가 왔고 내 시선도 달라졌다. 449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그 일이 생겼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게 어떤 감흥과 충격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외적 사건보다는 그 사건이 내 마음 속에 만들어낸 파장, 즉 내적 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나는 사실과 허구를 버무려 감동을 주는 작가는 될 수 있지만 사실을 집요하게 추적해야 하는 역사학자로서는 실격이었다. 449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450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秘書임을 알게 된 것이다.  450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스프를 끓여내는 것이다. 451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거카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을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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