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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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가 되기에는 이성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고통이 없다면 아마도 사상가는 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상이란 그 깊이가 아무리 깊어도 감성의 힘을 빌리지 못한다면 매혹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상은 인생 자체에서 비롯된 아우라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상은 빌려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상이 종교로 둔갑해서는 안된다. 사상은 종교적 구원이어서는 안되며, 삶의 고양이어야 한다. 니체에게 있어 유일무이한 예술 작품은 바로 그의 인생 자체여야 했다. 그러므로 그의 인생의 구원은 바로 그 자신에 의해 이루어져야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방랑은 시작된다. 이 생각이 바로 니체 사상의 핵심이다. 그는 사유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려고 했다. 삶을 한 마디의 말로 사로잡으려는 그는 강력한 언어의 마술사였으며 진한 아포리즘의 비극적 대가였다.
혼돈과 미로에 갇혀 보지 못한 사람은 사상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말한다.
"무한한 우주 공간을 바라보듯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자신 안에 은하수를 간직한 사람은 모든 은하수들이 얼마나 불규칙한 지 알게 된다. 이들은 실존의 카오스와 미로를 헤치고 들어 간다"
니체는 이 실존의 혼동과 미로 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아 나선다. 미궁을 지나지 않으면 삶의 광명을 느낄 수 없다. 삶이 좋아 더 살고 싶은 곳, 니체에게 그 곳이 바로 질스마리아였다. 매일의 고통과 환각 속에서 죽음을 직감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니체는 질스마리아에서 너무도 많이 운다. 그러나 그의 눈물은 환호의 눈물이었다. 이렇게하여 니체는 해발 6000 피트의 질스마리아에서 차라투스트라를 만나게 된다. 그 고통스러운 삶을 긍정하게 된 것이다.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삶 속에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최종 목표란 없다. 그것을 부여할 신은 죽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아무런 목표도 의미도 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우리는 목표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위해 산다.
"우리가 어떤 한 순간에 '예'라고 말한다면, 그것으로써 우리 자신에게뿐 아니라 모든 실존에 대하여 '예'라고 긍정한 것이다. "
바로 '지금 여기'에 영원한 가치와 품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삶을 다시 한 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니체는 외친다.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어나는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나는 언젠가 아름다운 질스마리아에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년일 지도 모른다. 그곳에 서 있는 흰색 2층집의 니체 하우스에 들를 것이다. 지붕위에 2개의 굴뚝이 서 있고, 9개의 창문이 나 있는 그곳에서 그가 묵었던 작고 고독한 은신처를 둘러 볼 것이다. 안정, 고독, 작업 - 그 밖에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던 그 사람, 니체의 불행과 고통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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