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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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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3일 13시 21분 등록

정신을 보여주는 통로, 얼굴

 

얼굴의 의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 얼굴정신을 보여주는 통로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신을 의미하는 우리말 과 보이지 않는 저곳과 보이는 이곳을 연결해 주는 을 합친 의미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정신을 볼 수 있는 통로가 곧 얼굴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부터 얼굴을 통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였고, 관상학은 첨단과학의 현대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관상을 놓고 두 명의 위인이 떠오른다. 먼저 백범 김구 선생 일화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어렸을 때 구문불출하고 관상을 공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꽤 알려진 일화다. 어린 시절 김구 선생은 상민으로서 받는 홀대와 가난을 벗어나 집안을 일으키려 과거시험을 준비한다. 그러나 직접 과거시험을 치르러 가서 돈과 가문으로 급제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크게 낙담한다. 과거급제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관상쟁이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마의상서>라는 중국 관상학 경전을 석 달 동안이나 공부하였다고 한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 남긴 이 대목을 옮겨 적어 본다.

 

관상서를 공부하는 방법은 먼저 거울로 자신의 상을 보면서 부위와 개념을 익힌 다음, 다른 사람의 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는 것이 첩경이다. 나는 두문불출하고 석 달 동안이나 내 상을 관상학에 따라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그러나 어느 한 군데도 귀격(貴格), 부격(富格)이 좋은 상은 없고, 얼굴과 온몸에 천격(賤格), 빈격(貧格), 흉격(凶格) 밖에 없다. 과거장에서 얻은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과거장 이상의 비관에 빠져버렸다. 짐승과 같이 살기 위해 산다면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세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런데 <상서>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相好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身好不如心好) 

 

이것을 보고 나는 상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부터 밖을 가꾸는 외적 수양에는 무관심하고 마음을 닦는 내적 수양에 힘써 사람 구실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 백범일지(돌베개)에서 발췌

 

내 마음을 먼저 수양하여 심상을 기를 자는 관상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르침을 백범선생에게 배워본다. 또 한 명의 관상가로 일본의 미즈노 남보쿠의 일화도 유명하다.

 

18세기 일본 조정에서 대일본(大日本), 일본중조(日本中祖)라는 칭호를 받았던 전설적인 관상학자이자 사상가인 미즈노 남보쿠는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갔다가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옥 후 자신의 운명이 궁금하여 관상가를 찾아가지만 1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1년 동안 보리와 흰콩만 먹었고 이후 자신의 관상이 바뀌면서 죽을 운명이 피해가는 것을 직접 체험한다. 이후 관상학을 깊이 공부하기 위해 9년간 이발소·목욕탕·화장터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얼굴 모양, 벗은 모습, 죽은 사람의 골격과 생김새를 자세하게 관찰했다고 한다. 따르는 제자가 3천명이 넘었고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운명을 맞추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관상가였던 모양이다.

 

그의 철학이 담긴 <절제의 성공학>은 절제가 좋은 운명을 끌어들인다고 역설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소박한 식야 말로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명쾌하게 만든다. 요컨대 몸의 기흐름이 좋으면 마음도 안정되고 저절로 운명도 반듯해진다는 의미이다.

 

이제 가을이다. 오곡 백과가 무르익는 것처럼 올 한해 내 인생도 어떤 모양새를 띄고 있는지 돌이켜 볼 시기이다. 백범과 미즈노 남보쿠에게 내면수양의 중요성과 절제의 운명학을 배운다. 결국 세상을 판단하기 보다 내 마음의 수양과 절제야 말로 진정한 자기계발임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2013-09-23

IP *.6.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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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23:29:11 *.252.198.152
하하하. 저도 한때 관상, 손금, 별자리, 운명에 빠진 적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하도 우울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좀 찾아봤죠. 김구 선생님이 관상책에서 본 그말보고 저도 책 접었어요.

형선씨 웃는 얼굴, 얼굴에 마음이 다 들어나 벌릴 것 같은 이목구비 멋져요. 얼굴이 마음판인 사람은 표정 때문에라도 마음 닦아야하는 부담이 있어요. 어쩌누.
ㅋㅋㅋㅋ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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