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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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하나의 꿈이 나를 이끌었다. 역사학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내 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20년 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게 되었다. 꿈을 잃었고, 직장 생활은 무료하고 지루하고 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어떤 각성에 의해 나는 마흔 세 살에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13년 동안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살게 되었다. 가끔 나는 푸른 하늘을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젊은 시절 내가 원했던 교수가 되어 살아가는 삶과 작가가 되어 살고 있는 지금의 나 ,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말이다. 나는 주저없이 말한다. 지금이 좋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쓴다. 폭발하는 화산처럼 뜨거운 불길이 되어 쓰거나 푸른 하늘을 지나는 흰구름처럼 쓴다. 나는 몰입한다. 그러므로 지금이 좋다라고 말한다. 한때 꿈을 잃고 좌절했고, 인생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먼 길을 돌아 왔으나, 나는 내가 계획한 곳 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어디에 있던 지금 이곳으로 이끈 것은 신의 손길이다. 나는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나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고통과 인생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있다. 좌절은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픔은 우리를 울게 한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단 말이냐. 왜 그것이 나여야 한단 말이냐. 우리는 분노에 가득 차 하늘과 땅을 저주한다.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다. 여기에는 어떤 뜻이 있을 것이다. 나의 계획 보다 더 훌륭한 우주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나는 묵묵히 그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 까지 기다린다. 어떤 때는 나에게 주어진 일의 의미를 따지지 않고, 열심히 그 일을 하리라 결심한다. 그렇게 묵묵히 그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그 일의 뜻을 깨닫게 되고, 그 일을 발판으로 새로운 꿈의 웅대한 건축을 설계하게 된다. 그 일에 일생을 걸게 되면, 바보도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세상을 얻게 된다. 내가 지난 날 바로 그 바보였다.
고통은 삶을 갉아 먹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무료한 하루하루는 정신을 갉아 먹는다. 언젠가 우리가 고통과 권태를 딛고 떨쳐 일어나게 되면, 우리는 '살았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것이 '오늘' 이기를 바란다. 왜 오늘이면 안된단 말이냐 ? 오늘이야 말로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에 완벽한 날이 아니냐. 새로 시작하는 용감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삶은 바뀐다. 그대가 정신을 차리는 그때, 인생의 꽃이 피기 시작한다. 꿈을 꿔라.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꿔라.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할 수 없는 다른 것을 잘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 육체적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어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특별한 일이 생겼다는 것은 내가 특별한 어떤 일에 쓰이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꿈의 힘이다. 꿈은 망상이 아니다. 아니, 망상이 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실천하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 마음 속에 별처럼 품은 꿈의 빛 한 자락을 시작하자. 그것이 오늘이 있는 이유다. "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번이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의 밑천이 있다. 그것이 용기를 내게 한다. 그게 뭘까 ?
첫째는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다르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결핍과 열등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절망과 슬픔이 따르게 된다. 바로 여기서 생각을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지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대신 가지고 있으나 충분히 계발하지 못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 이것이 자유다. 자유란 스스로에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힘인 것이다.
둘째는 제약을 오히려 강력한 결집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재주가 많은 사람은 사방팔방으로 그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힘은 분산되면 제대로 작용하기 어렵다. 나는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해내는 것을 잘 할 수 없어 마음이 어지러운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 제약들이 다행스럽게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를 집중하도록 도와 주었다. 한 눈 팔지 않고 한 길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다. 평범한 자의 돌파력은 한 길로 가는 우둔함에 있다. 모자라는 사람을 위한 얼마나 커다란 위안이냐.
셋째는 무엇을 하든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즈의 맛은 그 즉시로 즉흥연주를 해 낼 수 있는 자유로움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재즈는 아니다. 재즈에는 기본이 있다. 기본을 익힐 때 까지는 땀이 필요하다. 그 땀이 없으면, 재즈의 자유로운 선율은 소음에 지나지 않게 된다. 무엇을 하든 약간 공부하자. 작은 배움이 큰 배움을 낳도록 하자. 큰 배움은 곧 자유를 낳게 되니, 어느새 자신의 세상을 가진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언젠가 어느 용기있는 사람이 이렇게 외친 적이 있다. " 위대한 일을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라. 그것이 위대함의 시작이므로" . 눈을 갖지 않은 그대들, 귀를 갖지 못한 그대들, 손발이 없는 그대들, 어제까지 그대들이 가지지 못한 그것들이 슬픔의 원인이었으나, 오늘은 바로 그 결핍 때문에 오히려 그대들은 더욱 빛나게 되리라. '언젠가'라는 말은 위험한 단어다. 왜냐하면 그 날은 영원히 찾아 오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오늘'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단어다. 오늘 다시 시작하자.
(장애인고용공단을 위한 원고,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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