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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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 남는다'
떨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빗겨갈 수 있나보다 하지만 벗어 날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사업에 힘들어 했고 건강은 좋지 않았었다. 하던 요식업을 접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다른 일을 기웃거려야 하는 심난한 때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 다시 요식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 그에게 '그 지긋지긋한 패배'를 안겨주고, 다시는 그 길 근처에서 얼른거리지 않겠다던 그 일을 그는 운명처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동안 작은 승리들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의 승리가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의 승리는 타오르는 불길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전념하게 되었고, 그 동안의 패배들로부터 교훈을 얻어내 지혜로 삼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실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자신이 택한 인생에 대한 실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베껴온 것도 아니고, 들은 이야기도 아니고, 짜집기한 이야기도 아니다. 직접 겪고, 배우고, 공부하고 실험한 그의 인생이야기다. 그러므로 리얼하다. 그의 강점은 두 가지다. 매일 식당에 나가 장사를 하니, 장사꾼이고 경영자다. 하루하루 실험을 해야 할 실험장으로서 현장을 가지고 있는 현역이다. 고객이 소리치면 그 소리를 직접 듣는 식당주인이며,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해결해야하는 책임자다. 신발을 잃어버린 손님에게 신발값을 물어주어야 하고, 엉뚱한 음식을 먹고 와 식중독에 걸린 고객의 치료비를 물어주어야 하는, 뒤로 물러 서 책임을 다른 직원에게 전가할 수 없는 현장인이다. 또 하나의 신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식경영 컨설턴트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현장의 너머에서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 시키는 연구자이며 이론가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장에서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현장인으로서의 경영자이며, 동시에 그 경험을 이론화하고 모델을 만들어 범용적 조언과 지도를 제공하는 요식경영 작가라는 두 개의 역할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것이 그가 두 번 째 자신의 책을 펴낼 수 있는 역동성이었다. 그는 경험과 이론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훌륭한 카펫을 짜내는 부지런한 연구자이다. 그러므로 그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며, 페이지 마다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특유의 웃음과 단단함이 묻어난다. 그는 짠돌이다. 나를 평생의 스승이라고 높여 부르지만 선생인 내가 제 식당에서 같이 밥 먹고 나오면 제가 먹은 밥값까지 내가 내게 한다. 가끔 명절에 선물을 보내 오기도 하는데, 대체로 보잘 것이 없다. 예를 들면 먹기 고약한 싸구려 국산 포도주 같은 것을 보내온다. 한마디로 촌놈이다. 나는 늘 그에게 촌티를 벗어나라 놀려 주곤한다. 물론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다. 자린고비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후배가 찾아 가면 밥도 주고 용돈도 주어 보내는 넉넉함이 있다. 그의 식당이 번창하게 되고 몇 군데 프랜차이즈도 하게 되면서 틀과 격을 갖추게 된 다음에는 해피 데이라 하여 매월 첫 번째 월요일 매출의 50%를 사회에 선뜻 내놓기도 한다. 이 책에서 밝힌대로 가장 장사가 안되는 날을 골라 정해 둔 것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그의 안목이 성공에 비례하여 더욱 커지게 되면 특유의 촌놈이 가지는 끈적한 진정성이 발동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그를 잘 알고, 그의 성실함을 믿기에, 가지가지의 이유로 음식 장사를 시작한 초보에서 베테랑까지 그의 조언과 지혜를 나누어 가질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은 바닥의 맛을 본 사람이 그 바닥을 짚고 일어선 치열한 이야기니 누구나 읽고 배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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