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2013년 9월 26일 08시 44분 등록

s-놀이-20130925-1.jpg


그제, 어제 난지캠핑장에서 놀다왔습니다. 캠핑을 가는 날은 오전에 비가 왔습니다. 일행과 만나는 시각에도 살살 비가 내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전 내내 연을 만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강에서 연을 한 번 날려보고 싶단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2007년 몽골여행에서도 초원의 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려보고 싶단 생각을 했지요. 이번에 만든 연은 그러니까 2007년도에 재료를 사두었던 것인데, 이제야 만든 것입니다.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만드는 데는 재료가 다 되 있는 것이라서 풀칠은 빨랐습니다. 그런데 연줄을 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오래도록 꼼지락꼼지락 했지요.


비가 오는 날이라서 연 날리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한밤중에도 비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런 중에 나중에 합류한 사람과 고기를 구워먹고 밥을 먹었습니다. 바람이 살살 불고, 비가 살짝 내리니 그것도 좋았습니다. 비오는 날 캠핑할 기회는 별로 없거든요. 

한참 후에 나머지 일행이 합류했습니다. 엄마와 아이들 둘. RC 헬리콥터를 가지고 왔습니다. 아이는 넓은 데서 헬리콥터를 날렸습니다. 헬리콥터에는 밝은 등이 날려 있어서 날아가는 게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윙하고 소리가 나며 날아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옆 텐트에 놀러온 사람도 그 헬리콥터에 눈이 가나 봅니다. 아이에게 자꾸 말을 걸며 한번 해보자고 합니다. 저는 그 틈에 연을 날리려 시도 했지요. 바람은 별로 없어서 연은 잘 날지 않았습니다. 


쌍동이 아이는 밤이 늦도록 놀았습니다.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RC 헬리콥터를 좋아하는 데, 그걸 사려하니 비싸서 사서 조립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립하고 갖고 노는, 그런 방과후 교실 참여같은 것을 제안했더니 아이가 자기는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는 군요. 아이는 아빠가 사두고 갖고 놀지 않은 것을 아빠에게 싸게 샀다고 합니다. 아이의 용돈으로는 무지 비싼 것인가 봅니다. 저를 생각해봤지요. 저는 연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나 였습니다. 많이 가지고 놀아보지 않아서 어떤지는 아직 잘모르겠네요. 저는 연을 갖고 노는 것보다는 바람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과 함께 놀 수 있는 것이 연이라서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풀밭에 이는 바람 소리가 좋아서 풀밭에 가고, 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좋아서 대숲에 가고, 귀 옆으로 스치는 바람이 좋아서 자전거를 탑니다. 


아, 저는 그리고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의 놀이가 가지고 노는 것이라면 저는 뭔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틀이 짜여진 것을 조립하는 것보다는 재료를 가져다가 변형시켜서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요. 어쩌면 그림이라는 게 몇가지 색이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놀이입니다. 가끔은 재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되기고 하고, 만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놀이입니다. 부셨다가 다시 만들거나 완전히 새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제게는 놀입니다. 


캠핑 2번째 날, 아침에 바람이 좋아서 연을 높이 날렸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어 연은 곤두박질치며 나뭇가지여 걸렸습니다. 2개를 모두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왔습니다. 같이 온 일행은 아들은 학교에 보내고, 아이의 것인 RC 헬리콥터를 빌려왔습니다. 잔디밭에서 계속 그걸 날려봅니다. 어쩌면 RC헬리콥터 조정도 여러가지 조합을 시험해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바라보고 따라가고 손을 재빨리 놀리는 그 일련의 행동들이 긴장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그 물체에 자신을 옮겨놓고 몰두하는 놀이입니다. 어떤 조합이 멀리 나는지, 어느 만큼 높이 올랐을 때까지가 콘트롤러와 통신이 가능한지, 어떻게 하면 앞으로 가는지, 어떻게 하면 되돌아오는지를 시험해보는 것 말입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이완되기도 하지만, 바짝 긴장하기도 합니다. 그 이완과 긴장을 즐깁니다. 저는 그것에 중독되어 그림을 그리며 노는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놀이는 이완과 긴장을 만들어 냅니다. 놀이에 특별한 규칙은 없지만, 약간의 한계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지면과 색조합을 한계로 갖고 그 안에서 갖가지 조합을 만들어내며 노는 것처럼, RC 헬리콥터도 그 무게와 바람과 주위의 물건 배치와 서로의 거리를 끊임없이 고려하며 만들어내는 놀이 같습니다. 그 한계에 바짝 다가들 때의 긴장, 그리고 다시 한 번의 시도. 변형하여 시도한 것에 대한 결과 분석, 다시 긴장, 시도. 이런 일련의 조합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그런 후에는 또 다른 조건을 만들어서 다시 시도해봅니다. 


캠핑장에서 심부름도 느릿느릿하고, 천천히 밥을 먹고, 천천히 풀칠하여 연을 수리하고, 천천히 연을 날렸고, 딴짓거리를 해가며 길을 걸었습니다. 하늘에 뭉게구름과 새털구털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느릿느릿. 


s-놀이-20130925-3.JPG


s-놀이-20130925-4.JPG


s-놀이-20130925-5.JPG


s-놀이-20130925-7.JPG 


s-놀이-20130925-6.JPG







IP *.39.145.41
프로필 이미지
September 26, 2013 *.108.69.102

그림도 좋고 글도 좋고 사진도 좋네요.^^

바람이 좋아서 풀밭에 가고~~  이 문장이며 정화씨가 잘 느껴지는 글이에요.

 

특히 그림의 색감과 구도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이패드에 그린 느낌도 들면서 아주 독특해요.

저 멀리 텐트에 살짝 불이 들어 온 느낌.

 

프로필 이미지
September 30, 2013 *.139.113.77

변경사람과 꿈벗들과의 놀이와 여행은 그 자체 이상의 기쁨을 줍니다.

그냥 논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의미를 부여해주니 캠핑 놀이를 기획한 사람으로 뿌듯하네요. 

1박2일 캠핑(2013.0924~25), 개인적으로 2013년 손꼽을 수 있는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아침에 올라간 노을공원도 정말 좋았습니다.

<신나게 놀아봅시다. 02 "우리 또 캠핑간다"> 2차 장소(10/15~16,노을캠핑장)도 결정하구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