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장재용
  • 조회 수 1916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3년 9월 26일 14시 14분 등록

떠남과 만남

(구본형, 을유문화사, 2008.04.15)

 

1. ‘떠남과 만남(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프롤로그

 

□ 비가 쏟아지더라도 길을 나섰으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백반 한 상을 시켜 먹었다. (p. 7)

 

Ü 백반 드시는 그의 등판을 상상한다.

 

□ 조금만, 아주 조금만 먹으면 되는데 날마다 너무 많이 퍼먹기 위해 너무도 많은 시간을 쓰고 있구나. 그러다 인생이 끝나고 마는구나. (p. 7)

 

□ 오직 죽은 것만이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삶의 원칙이다.

목줄이 풀린 내가 이리저리 떠돌던 바로 그곳들이었다. (p. 8)

 

□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움직임의 궤적이 남는다. 온몸으로 걸어가기 때문이다. (p. 10)

 

여행은 자유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가 매여 있는 질서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 돌아온다.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여 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하지 않다. (p. 11)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다. (p. 12)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p. 13)

 

Ü 스승님의 여행론

 

□ 나는 여행을 통해 20년간 나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책임.

 

20년 만에 주어진 한 달 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p. 13)

 

□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그래서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 없는 것이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하고 순수한 배움 자체가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이제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지리적 오지란 별로 없다. 마음속의 오지가 더 넓다. (p. 25)

 

Ü 나의 오지에 대한 스승님의 대답.

사람들이 가지 않은 오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길로 들어서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평범한 사람은 먼저 자신의 문제를 풀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기라는 오지를 풀어 가는 첫 번째 출발지다. 나라는 오지, 나라는 수수께끼, ‘라는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라는 사람이 걸어 간 오지의 아름다움을 보여 줄 수 있다.”

 

□ 이 고운 곳에도 술병들이 깨져 뒹굴고 있다. 세상의 망나니들도 섬진강 예쁜 줄은 안다. (p. 28)

 

□ 나무는 그저 나무라고 생각한다. 참 편안한 무관심이다. (p. 33)

 

□ 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땀이 가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호흡도 가빠진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에 빡빡한 압력이 걸린다. (p. 39)

 

□ 산이 늘 그렇듯 일단 속으로 들면 길을 내어 품어준다. 우리 나라 사람들과 같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말 걸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친해지면 속을 내줄 것처럼 정이 뚝뚝 흐른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산과 같다. 비둘기장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마음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면 산 냄새가 난다. (p. 41)

 

Ü 야무진 표현

 

□ 저 보수 공사가 끝나면 번쩍이는 절 하나가 또 생겨날 것이다. 옛날 같지 않은 정신으로 바삐만 사는 사람들의 영혼이 그 반짝거림으로 구해질지 의심스럽다. (p. 42)

 

□ 할머니께 굴을 많이 캤냐고 물어보았다. 고개를 들어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아마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 있다 뭐라고 대답을 했는데 바닷바람에 지워지고 말았다.

 

나는 모래사장 위에서도 영원을 그리는 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매끈한 피부와 웃음과 재빠른 몸놀림, 그 모두가 좋다. (p. 43)

 

□ 다른 사람들의 동의 없는 희생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나병 환자들의 희생이 이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눈웃음치는 그 잔인한 일본인 병원장의 얼굴이 보였다.

 

크든 작든 모든 잔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어려움 그리고 불행 위에 자신의 기쁨을 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이런 사람들은 한때나마 뱃심 있고 추진력이 강한 일꾼으로 추앙 받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 않는 사회가 바로 성숙한 사회다. (p. 45)

 

Ü 득달하고 으름장을 놓아 만든 늘씬한 보고서를 껄껄 웃으며 보고해 대는 회사의 임원. 그네들의 빛나는 자리를 우리는 그의 업적이라 말하곤 한다.

 

□ 우측으로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능선은 좌측으로 흘러내리다 다시 기세 좋게 치올리며 뻗어온다. 그 우람한 능선 뒤 좌측으로 왕시루봉이 둥그렇게 버티고 섰다. 무착대 절벽 아래로는 능선이 완만하게 타고 내리다 피아골 계곡으로 모여드는데 그 부드러움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에 서면 너무나 예뻐 아끼고 또 아끼게 된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름다움은 더욱 은밀하다. (p. 47)

 

Ü 산은 이렇게 예쁘다.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고 있네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네.

 

달이 그저 뽐내는 어린아이 같다면 별은 학예회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부모들처럼 조용히 그 뒤에 서 있다. 조명은 늘 무대 위의 아이들을 비추고 부모들은 관객이 되어 어둠 속의 숨소리와 작은 기침 소리로 존재한다. (p. 49)

 

□ 이가 아래 위로 부딪힌다. (p. 50)

 

Ü춥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 돈과 권력은 너무나 분명하게 좋은 것이므로 아무도 대놓고 좋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은 맞다. 밝지 않은 사람들만이 모두 아는 일을 유별난 것으로 떠벌린다. (p. 51)

 

□ 매화의 향기는 그러나 코로 맡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귀로 듣는 향기이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마음이 잔잔해져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p. 59)

 

Ü 그 잔잔한 마음을 언제 한번 느끼려나.

 

□ 미륵님들은

왜 누워 계시나?

쌔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쉴 줄도 놀 줄도 모르는 사람들,

좀 쉬라고,

휴식이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몸소 모범을 보이며 누워 계신 게야  (안도현, ‘아정아래중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있는 사회는 쉬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이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다. 만일 한 달쯤 쉬다 왔는데도 회사가 자기를 아쉬워하지 않고 그런대로 잘 돌아가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다. 다른 사람이 저 사람은 없어도 되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인식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휴가를 갔다가도 사흘이면 돌아오고 길어도 열흘 이내에 출근하는 것이다. (p. 66)

 

Ü 쉴 줄 알아야 일 잘한다.

 

□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어 이곳에 있다. 노인에게는 어른인 아이가 있고 어른에게는 아이인 아이가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이 가벼워진다. 뼛속의 진이 다 빠져 나와 그렇게 가벼워지는 모양이다. 그 가벼움은 멀리서도 보인다. 바람에 옷자락이 날리는 것만 보아도 몸이 날아갈 만큼 가볍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p. 70)

 

□ 이서가든, 남도 최고의 맛 (p. 75)

 

□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으면 두륜산 대흥사로 가보라. (p. 76)

 

□ 대저 인생은 나이가 귀한 것이니

이제사 지난날의 행동이 후회된다

하늘에 닿은 바닷물을 어떻게 쏟아야

산승의 판사 이름을 깨끗이 씻을꼬

 

서산대사의 문집 청허당집에 자조 自嘲 라는 시

 

80년 전에는 네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 (p. 80)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선이요, 말 있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은 교이다. (p. 82)

 

□ 선가귀감에 나오는 말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으니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걸고 한번 뚫어보면 몽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미친 노래 근심 속에 부르고 취한 뒤에 맑은 눈물 흘리던(p. 95)

 

□ 정신을 놓아두고 마음을 놓아둔 것이 얼마 만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틀들이 터지며 매미 허물 같은 육신을 이곳에 놓아두고 혼은 잠시 여유로운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p. 97)

 

□ 계곡 : 산을 낳은 가랑이

바다1 : 낮은 곳을 차지하려는 물의 승리

바다2 : 모든 것을 담고도 푸른빛 하나

바다3 : 뛰는 가슴

바람1 : 천방지축 어린 것

바람2 : 그대 마음 (p. 100)

 

□ 땀에 젖은 속옷이 배낭에 눌려 살에 닿으니 섬뜩하다. 땀을 흘린 후 잠시 쉬었다 벗어놓은 배낭을 다시 멜 때마다 겪는 일이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좀 더 쉬고 싶은 사람들의 가벼운 저항이려니 생각한다. (p. 110)

 

□ 하나의 일에 평생을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 생긴 대로 살겠다는 뱃심이 중요하다.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p. 112)

 

Ü 여전히 나약한 건 아닌가

 

□ 바람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가 하도 휘젓고 다녀 머리에 바람이 든 모양이다. (p. 113)

 

□ 보리는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따가운 햇살에 뭉클뭉클 살아나는 붉은 흙들의 건강한 발기를 보지 못하고 봄이 왔다고 하지 마라. (p. 115)

 

□ 해가 서산에 깊이 들고 햇빛이 잦아들자 그 고요가 주는 무게가 뜰에 가득하다. (p. 116)

 

□ 여기 있는 나무들 중에 아주 오래된 놈들은 충무공이 아침에 일어나 해변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충무공의 시신이 배에 실려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p. 117)

 

□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일이 닥쳐서야 어쩔 줄 몰라 하다 모욕을 당하는 일만큼은 피해라. (p. 121)

 

□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 함께 있다 혼자 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마침내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또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도 사랑의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다. (p. 123)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p. 135)

 

Ü 산다는 것

 

□ 가서 인사를 하였더니 얼굴이 허물어지도록 웃었다. (p. 139)

 

Ü 감자 캐는 노인의 웃음

 

□ 천관산은 여자 같다.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다가 섬세한 바위로 멋을 낸다. (p. 151)

 

□ 새와 친해지려면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그 새가 가장 즐기는 모이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 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 둘째는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깨는지 알아야 같이 놀아줄 수 있다. 셋째는 정말 그 새와 함께 놀고 싶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자연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p. 154)

 

Ü 사람도 다르지 않다.

 

□ 이별의 아픔을 가진 사람은 천관산에 와 바다를 보았으면 한다. 바다 너머 그리움을 보라. 인생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도 이곳에 와서 바다를 보았으면 한다. 이곳은 그리움의 산이다. 양근암과 금수굴이 서로 다른 등성이에 있어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곳은 그리운 사람들끼리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 가득한 산이다. (p. 159)

 

Ü 천관산엘 갔었다. 큰 아이가 백일 채 되지 않아 갔으니 벌써 6년 전 이야기다. 천관산을 보고 푹 빠져 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 생각하여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혼자 능선을 향해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 바다, 능선에 삐죽이는 바위들, 연희봉이었나, 빛나는 그 이름도.

 

□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방법은 그 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방법으로는 적당치 않다. 지혜롭고 뜻 있는 훌륭한 사람이 어찌 저 아수라장을 거쳐 선량이 되고자 하겠는가? 피곤한 일이다 (p. 189)

 

□ 상징을 빼면 인간의 정신은 빈약해 진다. 땅끝의 아름다움은 여기가 반도의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비장하고 단호한 정취를 갖게 만든다. (p. 192)

 

배는 길을 싣고 먼 바다를 건너 다음 기항지에 그 길들을 풀어 놓는다. 마침내 길들은 서로 이어진다. (p. 193)

 

Ü , 끝이 없는 이어짐.

 

□ 고요함이 너무 커 소음은 오히려 고요함을 가중한다. 시간이 멎은 듯하다. 호흡도 멎은 듯하다. 일체의 미동도 없는 대낮. 내가 완벽히 쉬고 있는 듯했다. (p. 202)

 

Ü 완벽한 쉼

 

□ 파도는 바다가 숨을 쉰다는 증거다. 밀려나가는 바다지만 파도는 바위를 두고 가지 않는다. 떠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와 바위를 어루만져준다. (p. 206)

 

Ü 니체는 의지와 파도의 상관관계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흡사 누군가를 앞지르기라도 하려는 듯이 마치 가치 있는 가장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 거기에 숨겨져 있기나 한 듯 보인다. 그리고 이제 파도는 다소 천천히 그래도 아직 흥분하여 하얀 거품을 내며 되돌아오고 있다. 실망했는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는가? 실망한 척을 하고 있는가? – 그러나 이미 또 다른 파도가 처음 것보다 더 탐욕스럽고 야만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파도는 산다.”

 

아이들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다. 아이들처럼 사는 어른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조금 더 불행하다. (p. 210)

 

Ü 완벽한 어린 시절, 행복한 어른

 

□ 유학자 : 마음을 편케 해주십시오.

달마 : 좋다. 네 마음을 이리 가지고 오너라.

유학자 : 그게 문제입니다. 그걸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달마 : 네 소원은 이루어졌다. (p. 212)

 

□ 다산은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천하에는 두 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하나는 시비의 기준이요, 또 하나는 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종류의 큰 등급이 생기게 된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다. 그 다음은 나쁜 것을 좇아 이익을 얻는 것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좇아 해를 받는 것이다(p. 218)

 

□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우럭이 엄숙한 입을 하고 왔다 갔다 한다. (p. 236)

 

Ü 우럭의 엄숙함

 

□ 심심하다는 것은 자기 속에 데리고 놀 자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늘 밖에서 친구가 될 만한 것을 찾는다. (p. 236)

 

늑대는 사악한 짐승이라고 알려져 있어 늑대를 모조리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미국의 한 젊은 산림청 직원은 평화로운 늑대 가족에게 라이플을 쏘아 댔다. 늙은 늑대가 쓰러지자 가까이 다가간 그는 늑대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늑대의 눈 속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것, 즉 산과 늑대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후로도 그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결국 알도 리오폴드라는 이름의 그는 미국 환경 보호 운동의 주창자가 되었다.

 

늑대가 죽음으로써 그것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번 시멘트가 깔리면 다시 복원하기 힘들다. (p. 243)

 

Ü 늑대의 눈과 교감했던 그 모든 숲들.

 

□ 우리의 놀이가 밤이 깊어질수록 야단스러워지는 이유는 어쩌다 한 번 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처럼의 휴식은 또 다른 노동이 되고 만다.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p. 247)

 

□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p. 248)

 

Ü 노동과 사회와 휴식

 

□ 그 아이는 목욕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는 바다에서 커다란 고래를 타고 자기 집보다 더 큰 흰 갈치를 잡아끌고 있는 중이다. 그의 영혼이 놀고 있는 곳은 마법의 세계이다.

 

어른이 되면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힘을 잃어버린다. 마법의 힘을 상실했기에 그가 보는 것은 목욕탕이며 수건이며 세숫대야일 뿐이다. 그 속에서 물고기도 커다란 고래도 멋진 하얀색 배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p. 254)

 

Ü 어른인양 떠드는 속에 우리는 철든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철이 들면 그것으로 생은 상징을 잃어버리고 꿈도 없어진다. 어른인양 떠드는 것은 그래서 바보짓이다.

 

□ 밀란 쿤데라의 음문에 대한 탁월한 묘사

음문은 공식적으로 중요한, 계약되고, 분류되고, 통제되고, 해설되고, 조사되고, 실험되고, 감시되고, 노래되고, 칭송되는 장소이다. 음문, 수다스러운 인류가 상봉하는 소란스러운 광장, 세대들이 거쳐가는 터널. 오직 얼간이들만이 그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이 장소의 내밀함을 여전히 믿고 있다.” (p. 273)

 

□ 사바 娑婆라는 단어에 여자를 빠뜨리지 않고 겹겹이 넣어놓았다. 그러니 어떻게 구녕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p. 276)

 

□ 어때요 나의 향기가? 나의 목숨이어요.

근데 아저씨 눈동잔 누굴 생각하셔요, ? (p.287)

들국화, 신동엽

 

나비는 그 부드러운 날갯짓과 꽃잎 같은 모습 때문에 종종 시간 너머로 생각을 확장해가는 것을 도와준다. 그 팔랑거림을 따라가다 보면 700여 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저 나비들은 그때 그들인지도 모른다. (p. 295)

 

Ü 이 몽환적 장면 변환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을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그 주인 되는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자기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허락한 대로. (p. 300)

 

Ü 자기로서 살 수 있다면 성공과 실패는 저 아래의 이야기다.

 

조릿대와 바람은 친하다. 속삭이듯 다정하다가 싸우듯 와삭대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바람이 삐쳐 가버리면 조릿대도 실망해서 조용해진다. (p. 302)

 

Ü 감탄이 나오는 표현이다. 조릿대를 열심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문장이다. 역시.

 

사람들이 아쉬워해도 진달래는 자기가 밖으로 나와야 할 때를 알고 있다. 그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 자기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p. 305)

 

Ü 자신을 믿는다는 것.

 

산행의 즐거움은 산과 만나는 데 있다. 산은 음악과 같다. 조용해야 들을 수 있다. 한적해야 피어 있는 들꽃을 볼 수 있다. 호젓하지 않으면 온몸의 피부가 그 정적을 감지할 수 없다. 햇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바위에서 옷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땀을 식힐 수 있어야 청량한 계곡에서 생겨나 아름드리 나무와 고운 꽃잎을 만지며 푸른 하늘을 지나온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이름 모를 새, 그러나 그 울음은 익히 알고 있는 새소리가 반갑고 얼마 남지 않은 산벚꽃잎 중 하나가 나비처럼 오래 공중에 머물다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봄이 깊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한 하이쿠 시인은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라고 읊는다. 오랜 후에 산의 얼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핀 들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좋을 일이다. (p. 307)

 

Ü 산에 안긴다는 것.

 

□ 바다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도 오직 하나의 색,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가 바다일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어찌 배우고 닮고 싶지 않겠는가? (p. 309)

 

Ü 바다.

 

바라는 대로 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세상이 만들어주는 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p. 312)

 

Ü 이 책을 단 한 줄로 요약한다면 아마 이 문장이 되지 않겠는가.

 

□ 도연명의 시 한 구절

 

그만 두어라

이 우주간에 몸 맡길 날이 얼마나 남았는가

어찌 마음대로 머물고 나아가지 못하는가

무엇을 위하여 허겁지겁 어디로 가려는가

 

기분이 좋을 때는 홀로 나다니고

때때로 지팡이 꽂아놓고 김을 매노라

 

잠시 자연에 맡겼다가 돌아갈 뿐이니

귀거래사중에서 (p. 313)

 

□ 자유, 세상을 바꾸고 들어와 자신을 바꾸는 것 (p. 315)

 

Ü 이것은 무사적 자유다. 가장 크고 가장 무서운 자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됫박 피는 좋이 흘릴 자신이 있어야 한다.

 

□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p. 317)

 

Ü 이 큰 꿈을 꾸는 사람은 누구인가.

 

□ 원숭이가 나무를 버리고 물로 간다면 물고기나 자라만큼 뛰어 놀 수 없다. 천하의 명마도 위험한 일을 겪고 겁쟁이가 되면 당나귀만큼도 못해진다. 훌륭한 장수도 그 손에 쟁기를 쥐어주고 밭고랑에 서게 하면 평범한 농부만도 못하다. 사물의 단점만을 생각하고 그 장점을 죽이면 요 임금과 같은 사람도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p. 322)

 

Ü 자신으로 사는 것.

 

□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p. 322)

 

2. ‘끼니처럼 계절이 찾아온다(내가 저자라면)

 

봄에 그를 보내고 가을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 짜증스러운 더위가 전에 없이 부담이었다. 나는 쓰지 않았고 읽지 않았다. 그가 있었다면 매일 썼을 것이고 매일 읽어 내렸을 내가 아니었겠는가. 이런 나의 모습이 무지하게 불만이었다. 지난 4월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에 기어코 내 한자리 앉아 보고자 서울 길에 올랐다. 그 길에서 나는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었다. 이후 한 동안 책을 쳐다 보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이 책을 펴고 밑 줄 그은 부분을 다시 받아 적기 시작했다. 지난하고 쓰레기 같은 날들을 그냥 흘러 보내는 것이 삶의 한 부분을 죽여버리는 어마어마한 일임을 다시 그를 통해 깨달아 보고자 했다. 그러나 없었다. 이제 나는 그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 배워서도 안 된다. 이제는 오로지 나라는 인간에게 집착했다가 외면했다가 연구했다가 놀다가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숙제를 부여 받았을 뿐이다. 그가 주었다. 아니다 내가 스스로 부여 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그의 가치가 있다. 인류 최고의 이 질문을 부여하는 법을 나는 그로 인해 배웠다. 이 배움은 일동만수의 경락을 짚어 내는 그의 통찰에 힘입은 바 크다.

 

메마른 글의 논조를 태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촌스럽게 울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리움과 슬픔과 아픔 그 언저리에 아직 나는 있다. 조금은 더 징징댈 예정이다.

 

이 책은 오로지 그가 그리워 집어 들었다. 그 중저음의 목소리가 하도 듣고 싶어 집어 들었다. 끼니처럼 계절이 찾아오듯 그에 대한 그리움도 익을대로 익어지면 저절로 온다. 우주에서도 떠나라 외치는 스승은 내 아둔함에 오늘도 혀를 차신다.

IP *.51.145.193

프로필 이미지
2013.09.26 15:07:07 *.175.250.219

이 책에 이렇게 많은 산길의 모습이 있었던가?

오래전에 읽고 꽂아둔 다음 열어보지 않아서 기억이 없다.

 

대나무도 아닌 것이 대나무 모양새를 하고 집단으로 모여있는 능선길이 생각난다.

조릿대. 그렇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들의 속삭임이 시끄럽다.

스승은 산의 이미지를 많이 닮아있지. 늘 말이 없고 늘 그자리에 있고.

 

징징대고 싶을 때까지 징징대다보면

징징대는 것이 쪽팔릴때가 있을게다.

네 글은 무사하니?

프로필 이미지
2013.09.26 17:24:52 *.51.145.193

글의 초고를 쓴 다음,

언젠가 노적봉에 올라 스승께서 안식을 찾으신 그 자리에 서 보렵니다.ㅋㅋ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2 [구본형 다시읽기7]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한 명석 2013.09.22 1996
1191 [구본형 다시읽기] 사람에게서 구하라 -창- 2013.09.22 1850
1190 <백범일지> file 최재용 2013.09.22 2455
1189 [구본형 다시 읽기 4] 구본형 칼럼 [2] 박미옥 2013.09.22 2143
1188 #16. 백범일지(김구, 돌베개) 땟쑤나무 2013.09.22 2779
1187 #19. 쉽게 읽는 백범일지 / 김구 file 쭌영 2013.09.23 4779
1186 (No.19) 김구 [자서전-백범일지] 돌베개-9기 서은경 file 서은경 2013.09.23 3327
1185 [구본형 다시 읽기 3]-낯선 곳에서의 아침(구판) 단경(旦京) 2013.09.23 2136
1184 [9월 4주차] 백범일지 file 라비나비 2013.09.23 2080
1183 [구본형 다시읽기 4]The Boss(2009년) 오병곤 2013.09.23 2067
1182 백범일지/ 김구 자서전 file 오미경 2013.09.23 3239
1181 9월 4주차 백범일지 유형선 2013.09.23 2115
1180 [구본형 다시 읽기 4]-사람에게서 구하라 단경(旦京) 2013.09.23 1967
1179 9월 4주차 백범일지 file 유형선 2013.09.23 2170
1178 생명의 그물 -프리초프 카프라- file [2] 장재용 2013.09.23 4804
1177 [구본형 다시읽기]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1] 해언 2013.09.24 2484
1176 [구본형 다시읽기8] 깊은 인생 한 명석 2013.09.24 1680
» 떠남과 만남 [2] 장재용 2013.09.26 1916
1174 <다시 읽기 종합-8권> file [3] 한 명석 2013.09.26 1708
1173 [구본형 다시읽기] 종합 file [3] -창- 2013.09.27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