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31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우리동네엔 아이라곤 동생과 나뿐이었다. 이런 겨울이면 산골은
동생과 나는 계절 마다 어느 골짜기 어디에 산딸기가 많은지 다래가 많은지 알고 있었다. 산에 난다고 해서 산딸기가 아니다. 종류도 다양하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 근처에 군집한 넝쿨딸기, 밭이나 산등성이에 있는 알이 작지만 너무나 달콤한(그래선지 작은 벌레들이 먼저 먹고 있다) 나무딸기, 그리고 산에 낮게 자라 꽃송이처럼 탐스럽게 달려있는 왕 딸기. 이것은 단맛보다 새콤한 맛이 더 강하다. 또 하나 한해살이 풀로 자라서 노란 꽃과 같이 예쁘게 맺히는 뱀딸기. 이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실, 난 도시에서 딸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쳐다 보지도 않았던 뱀 딸기과 이기 때문이다.
봄이면 올챙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것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살았고 들에 난 달래와 냉이를 캐기 위해 얼었다 녹은 밭의 그 푹신한 흙 밟는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고 매년 그리워한다. 여름 찬이슬 내린 오솔길 풀들을 그야말로 헤치며 학교에 갔다. 이슬에 무거워진 날개에 잠자리들이 날지 못하는 틈을 타, 시집 보내준 잠자리들도 수백 마리나 된다.
난 항상 과일은 나무에서 직접 따먹었기에 파는 것은 그 싱싱함 맛이 없어 잘 사먹지 않는다. 특히 토마토와 홍시 감. 이렇게 생각하니 초가을 익어가는 달콤한 맛이 잔뜩 오르기 시작하는 풋풋하며 불긋불긋한 대추를 한 웅큼 따서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며 먹고 싶어 진다. 그때처럼 맛이 있을까 모르겠다.
산골의 밤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여름에 멍석을 깔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바라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했다. 난 달이 휘엉청 밝은 밤하늘에 흰 구름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는 밝은 밤하늘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내가 정말 놀란 것은 밤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의 일이다. 22살의 나이에 밤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 난 놀라 꼼짝하지 못했다. 바닷물이 환하지 않고 시커멓기 때문이었다. 난 환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당연히 늘 푸른 바다가 밤에도 환하게 파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충격의 느낌은 아직도 멍하게 한다.
그 산골에서 난 밤이면 라디오를 듣고 방학 때는 친구들한테 편지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이 너무 멀어 직접 배달하지 않고 모아두면 아랫마을에 내려 갈 일이 있을 때 한꺼번에 찾아오곤 했다. 제각각 모양에 제각각 글씨체의 편지를 받고 읽어보는 느낌. 너무 행복하고 그립다. 그때의 편지를 쓴 실력 때문인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남들에 보다 적은 편인 듯 하다.
이렇게 시골의 풍경과 추억은 밤을 지새어 얘기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동생과 나는 계절이 바뀌는 시점마다 지금쯤이면 산골 어디에 뭐가 있고 그 때 우린 어떠했는데 하며 그 시절 이야기로 밤을 새곤 했었다. 이런 시골의 정서가 지금의 나를 풍요롭게 해서 나는 행복하다. 그곳에서의 대자연이 나에게 따스함을 한없이 채워 주고 있는 느낌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712 |
[No.5-5] 4인4색 인터뷰-역사속 위인과의 대화-9기 서은경 ![]() | 서은경 | 2013.10.01 | 2466 |
3711 | 위인들과의 대화 (9월 오프수업) | 땟쑤나무 | 2013.10.01 | 2185 |
3710 | 역사 속 위인들과 가상 인터뷰 (오프수업) | 최재용 | 2013.10.01 | 4216 |
3709 | 9월 수업 - 4명의 위인과 인터뷰 (9기 유형선) | 유형선 | 2013.09.30 | 2206 |
3708 | 9월 오프 수업_4명의 위인을 인터뷰 하다 [1] | 라비나비 | 2013.09.30 | 2314 |
3707 | #20, 위대한 사람이 되는 길(9월 오프수업) | 쭌영 | 2013.09.30 | 2326 |
3706 | [2-18] 나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칠까 말까? [1] | 콩두 | 2013.09.27 | 3060 |
» | 산골의 추억 [1] | 정야 | 2013.09.26 | 2310 |
3704 |
여신이야기1- 아테나 ![]() | 효인 | 2013.09.26 | 2597 |
3703 | #7_인연은 어떻게 올까. [4] | 서연 | 2013.09.24 | 2145 |
3702 | J에게 : 아이의 밥먹는 것을 보며 | 한정화 | 2013.09.24 | 2227 |
3701 | 얼굴, 마음의 통로 [1] | 유형선 | 2013.09.23 | 2513 |
3700 | 마음의 통로 | 유형선 | 2013.09.23 | 2095 |
3699 | [No.5-4] 이야기를 캐내는 임무 -9기 서은경 [2] | 서은경 | 2013.09.23 | 2315 |
3698 | 정말 살아있는 거 맞아? [1] | 오미경 | 2013.09.23 | 2079 |
3697 |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2] | 라비나비 | 2013.09.23 | 3583 |
3696 | #19. 범수(凡樹)씨의 삶 [1] | 땟쑤나무 | 2013.09.23 | 1924 |
3695 | #19. 김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3] | 쭌영 | 2013.09.23 | 2453 |
3694 | 성장 [7] | 최재용 | 2013.09.22 | 1990 |
3693 | 만나고 걷고 웃고 마시고 보고 헤어지고 [8] | 범해 좌경숙 | 2013.09.22 | 21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