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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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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7일 06시 01분 등록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해라. 모든 훌륭한 성취의 이면에 숨어있는 공통점이다. 인정과 격려를 받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로운 일이 이루어져야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정말 큰 일이 성취된다. 처칠의 가장 짧은 연설을 기억하라.‘여러분,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요

 

<구본형 칼럼> ‘마흔의 지혜 37가지’ (2005.3.20) 중에서

 

내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나 자신과 가족에게 이해시키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고, 다행히 그 결과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쏟아지는 일상의 의무들에 지쳐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평정심을 잃을 즈음이면 나는 식구들에게 당당히 '타임 아웃'을 외칠 수 있게 되었고, 식구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편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던 거다. 어떤 때엔 그들편에서 먼저 '좀 쉬었다 오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제안을 해오기도 하니 나로서는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타임 아웃'은 나 뿐만 아니라 남편을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허락된 찬스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가 비슷한 한계를 지녔음을 알아차림으로써 훨씬 더 가깝고 따듯한 관계를 지을 수 있었던 거다. 어찌 축복이 아니랴.

 

이 축복의 수혜가 우리 가족을 너머섰으면 하는 바램은 과욕이었던 걸까? 여전히 '엄마'라는 역할로만 자신을 이해하는 동료 엄마들 안의 '인간' 혹은 '여자'를 깨워내고, 그 역할과 존재가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자기다운 현장을 일구어 가는 과정을 응원해 주고 싶은 이 마음은 역시 지나친 오지랖인 걸까? 기획서를 보낸 출판사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였다. 요즘 엄마들은 '자신'이 아니라 '자녀'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어야 책을 읽는다는 거다. 나의 메인 타겟인 집에서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다시 말해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http://cafe.naver.com/momtime)>을 확보하고 있는 전업주부일 경우는 더더구나. 그러니 책을 내려면 '엄마는 자신의 삶을 좋아했다'는 것 보다 더 훌륭한 유산은 없다는 진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구하려는 수요자층을 만들어 내는 작업부터 해야 할 거란다. .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 내게 그럴 수 있는 힘이 있기는 한 걸까?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누군가에게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달라'는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나는? 스포트 라이트는 커녕 눈앞을 분간할 빛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그 외로운 길을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정말 큰 일을 해내고 말겠다.'는 욕심만으로 견디기엔 아무래도 너무나 험난해만 보였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별 승산이 없는 게임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때때로 예기치 않았던 당혹이 있고,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있고, 왜 시작 했는지 모를 자괴가 있고, 지나온 길들에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종종 끝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일 때도 있다. 살아 보아야 삶을 알 듯, 끝까지 가서 후회하는 경우 보다는 끝까지 갔기 때문에 깨달음이 많다. 중간에 그만 두지 말자. 포기 하지 말자.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구본형 칼럼> ‘시작의 법칙 4가지’(2005.3.3)중에서

 

차마 그만 두겠다고 말할 수가 없다. 도저히 포기하겠다고 주저앉을 수가 없다. 그래. 어쩌면 이야말로 '끝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인 게임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거다. 그러니 어쩌리. 이제 그만 두고 온 길을 뒤돌아 보느라 너무 많이 길어진 목을 추스려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펼쳐든 스승의 글속에 '포기하지 말자'라는 구절이 이리도 집요히 반복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렇게 나를 기다리는 세상속으로 또 한걸음을 내딛어 보는 수 밖에.

 

 

스승은 언제나 훌륭한 영감을 주고, 지칠 때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고의 행운 중의 하나다.

 

<구본형 칼럼> ‘미침에 대하여’ (2007.05.16) 중에서

 

 

편지에서 인용한 <구본형 칼럼>의 정수를 모아 묶은 유고집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삶과 글을 그리워하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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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8 06:46:54 *.217.6.74

나의 속살을 대중에게 내어 보이는 작업 그리고 행위.

그것은 또하나의 진보로의 도전.

 

미옥. 나는 당신 글이 좋다. 나도 그러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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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8 21:39:56 *.1.16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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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8 22:58:31 *.223.8.15
출간기획안이 거절됐구나. 컨셉이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고는 끝냈 것 같구나. 맞다. 종종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일 때가 있다. 출간이 되든 그렇지 않듯 초고 완주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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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9 11:51:12 *.1.160.49

감사합니다~^^

 

글이란 참 묘해요. 자꾸만 저를 가보지 못한 그 곳으로 데려다 주네요.

마음편지가 끝날 때쯤 제가 서있는 그 자리는 어디일까요?

나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가슴.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 피. 바로 그 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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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9 22:40:38 *.108.69.102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선생님의 뜻을 살아내고자 하는 제자 미옥씨!

처음에는 조금 엉뚱해 보였던 수유너머 같은 곳이, 세상에 인문학 열풍이 붐으로써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꾸준히 이론과 현장을 매치시키며 연륜을 키우다 보면 언제고 작은 지류의 오리진이 되어 있을 것이오.

왜냐하면 미옥씨가 추구하는 방향이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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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30 04:26:34 *.1.160.49

^^*

구본형 다시읽기를 하는 요즘.

연구원 현역시절 체험하고 좀처럼 재현하지 못하던 희열이

온몸을 타고 흐름을 느낍니다.

이 기운으로 또 한 고비를 넘기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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