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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일 09시 02분 등록

(회자): 안녕하세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9기 연구원 김대수입니다. 이 자리에 칼 융, 니체, 버트런드 러셀, 그리고 김구선생님 모셨습니다. 전 오늘 여러분들을 조금 더 알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나누고자 이렇게 인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스승 구본형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 스승 구본형 선생님이 있으셨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거든요. 스승님으로 인해 아주 조금이나마 여러분들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아무쪼록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1.
위인들의 삼십대

: 제가 올해로 36세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여러분들 대부분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었던 것으로 (또는 그렇게 보인 것으로) 아는데요. 여러분들에게 30대란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우리 사회자양반은 지금 몇살 이시요.

: 36살 입니다.


: 사회자의 30대는 어떤가요?


: 저의 30대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시대나 그랬겠지만 어려운 시기라고 불려지는 이 때에, 밥벌이를 하기 위해 적당히 취업을 했고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활활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이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제 아내를 만날 즈음엔 있는 그대로 울퉁불퉁하게 생긴 원석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풍파와 시간에 겪으며 모난 부분이 부드러워진 돌과 같은 상태였거든요. 어린 시절처럼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만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환경에 맞춰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은연중에) 찾았고, 마침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습니다. 일종의 절제된 사랑이었지요. 그렇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가장으로서 직장생활은 당연히 유지를 했어야 했습니다. 남자들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이 시대 - 예를 들면, 와이프에 대한 배려, 평등한 아이양육 또는 양육에 대한 도움 이다 보니 일만하며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회사생활은 지지부진해지고.... 변화를 원하는 것 같은데,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시기를 비롯해, 30대 중반쯤에는 일종의 슬럼프이자 오다가도 못하는 교착상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국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나는 왜 존재하는지, 또는 나는 왜 일하는지 등의 근원적인 물음 앞에 봉착했지요.


: 사회자 양반도 남들이 늘상하는 생각과 고민 속에 살아아고 있구만. 인생이란게 다 그런거지. 수많은 비슷한 고민과 질문들 속에서, 어떤 답을 내놓느냐. 그리고 과연 그 답대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게지.

나도 사회자 양반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 같소.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 말고, 내적으로 말이고. 나는 20대 중반에 나의 첫 아내 엘리스를 만났고, 사랑을 했지. 나보다 다섯 살 연상인 그녀를 말이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육체적인 욕구를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소. 숭고한 사랑 앞에 육체적인 관계가 혐오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어느 순간 문득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깨달은게야.(1902 30) 사실,깨달은 것인지, 사랑인 식은 것이지는 나로선 정확히 대답할 수 없소. 그 뒤로는 나의 학문(지적탐구)에 매진했던 것 같아. 이 시기에 나는 스승 화이트 헤드와 수학의 원리 집필에 매달렸지. 패러독스 이론 발견하기도 했고(1902) 여성 참정권 협회가입, 하월 보궐선거 출마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기도 했지요. 나에게 30대는 사랑보다는 나 자신의 지적탐구와 사회활동에 촛점이 맞춰졌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되오. 오토라인 모렐을 만나 사랑한게 1911년이니, 그 모든 지적 탐구 과정을 일단락하고 나서야 그게 가능하지 않았었나 싶기도 하고…… 30대라, 나에게 30대는 내가 원하는 것 - 지적활동 및 사회적 활동 - 을 위해 기반을 다져놓은 시기가 아닌가 싶네.

:그렇다면 김구선생님에게 30대는 어떤 시기였나요. (김구는 1876년 생이다)

 

():  나의 삼십대라.....난 내 아내와 29(1904)에 결혼을 했지. 내 아내 최준례는 16세 였어. 사실 활발하고 당찬 여자(안신호)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그녀는 약혼한 사람이 있었기에 이어지지 않았지. 그리고 내 아내 최준례를 만난게야. 그게 인연이 아닌가 싶네. 하지만, 그게 우리 사랑의 다 였지. 1905(30) 을사조약이 맺어졌어. 대한민국이 사실상 일본의 민통치하에 들어가게 된게지. 그럼에도, 국민의 정신은 여전히 19세기 후반에 머물러 있었어 상놈은 몸뿐 아닌 정신까지도 상놈이었고, 양반도 과거의 구태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 그런 현실이 답답해 나는 '양반도 깨어라. 상놈도 깨어라'라고 외친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난 계몽교육을 시작했지. 안악 양산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애국사상과 신교육을 가르치려 했고, 일본이 조작한 105인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되었지. 하지만 난 그 옥살이를 하며 태산처럼 커보이던 일본놈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인간, 어찌 보면 자연 앞에, 신 앞에 한없이 미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태산처럼 보이던 왜놈이 그때부터 겨자씨와 같이 작아보였다) 을 하게 되었고, 국가 없는 설움에 애국심도 고취되었어. 생각해보면 나의 30대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주관이 본격적으로 깊어진 시기가 아닌가 싶어. 계몽교육과 신민회활동 그리고 5년간의 투옥생활이 국가에 대한 나의 사랑을 더욱 더 고취시켜준 시기였지. 나의 30대는 그런 대의가 있었기에, 개인적 삶과 성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

 

: 여러분들(어르신들) 30대는 가히 파란만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저 같은 보통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30대 중반에 고민이 극히 사적이고 지엽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이 조금 더 깊어졌네요. ㅡ ㅡ

 

2. 사랑이란.

 

() : 그나저나 얘기를 가만히 듣다보니 30대에 다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을 하거나, 또는 그들과 이별하기도 한 시기이군요. 21세기에 사는 사회자양반은 어떤 사랑을 하셨나요.

 

:  ?! 제가 인터뷰어인데, 괴테씨가 제게 질문을 하는군요.(모두들 웃음) 저야 뭐 평범하지요. 지난 시절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죽도록 좋아하다가 헤어진 적도 있었고, 풋사랑을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살아가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엔 사랑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이겨낼 수 있다. 사랑만 가지고 살수 있다는 순정파 로맨티스트였지만, 결국 사랑도 현실 앞에 무릎을 꿇더군요. 30대의 사랑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여자, 내 환경(부모, 경제적 사정 등) 을 이해해주고 나의 가 능성을 믿어주는 여자. 현실적인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여자. 그런 사랑을 만나는게 (잠재된) 목표였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의 사랑은 현실에 잘 녹아드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에 녹아든다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엔 직장생활이나 아이의 양육 등 고단한 현실에 사랑도 매몰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군요. 초기의 뜨겁고 달콤한 사랑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에 대한 연민이나 안쓰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랑이라면, 러셀씨와 괴테씨가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은데, 두 분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 또 어떤 사랑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 난 인간의 영혼은 근원적으로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그 고독함, 그리고 그 외로움을 치료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강렬한 사랑이라 생각했고......


: 사회자양반도 현실앞에 소중한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난 사랑이란 인생의 전부, 인간이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울고 웃고, 화나고 슬퍼하게 되지요. 일을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사람을 만나는  , 밥을 먹는 것,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왜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 모든 행동에는 우리가 말하는 이 사랑이란 감정이 뭍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감정이 더하냐 덜하냐에 따라 집착이라 냉소 또는 무관심으로 나뉘어지는게 아닐까요. 지금 이야기한 건 물론 사랑의 범위를 조금 확장한 것이지만, 그만큼 인간에게서 사랑이란 감정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사랑합니다. 내가 만난 많은 여인들, 10대 때 만난 프리데리케도, 20대레 만난 아름다운 랑 샬롯데 부프도, 70대에 만난 17세 소녀 울리케도. 그렇기에 열정적으로 사랑했지요.

난 이런 시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사랑으로.
우리들은 어떻게 멸망하는가? 사랑이 식어지면
.
우리들은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사랑의 힘으로
.
우리들은 무엇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는가? 사랑의 빛으로
......
우리들은 무엇으로 밤새 울 수 있는가? 사랑의 감동으로

우리들은 무엇으로 하나 될 수 있는가? 사랑의 온기로.

: 혹시 김구 선생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 나 또한 사랑이 인생의 크나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랑'을 논하자면, 내게는 두개의 큰 사랑이 있었던 것 같소. 하나는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이었고, 민족과 국가를 향한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도 내가 태생적으로 화를 잘 못참고 남에게 굽히질 못하는 기질이었던 것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 농민은 빈곤에 시달렸지만, 일부 양반들과 부패로 물든 탐관오리들은 호위호식하고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는데 양반과 상놈이 여전히 나뉘어져 있었지. 몰락한 양반, 즉 평민이라는 이유로 양반들에게 놀림당하고 굽실거려야 하는 실정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까지 와서 우리 국권을 침해하는 행동들을 일삼았던 이 시기적인 배경과 나의 기질이 만나 민족과 국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더 키웠는지도 모르겠소. 이것이 나의 사명이자 나의 사랑이었지 않았나 싶소 

 

3. 어머니

 

: 김구선생님이 어머니의 사랑을 말씀하시니까, 문득 여러분들의 어머님이 궁금해집니다. 어머님은 어떤 분이었고 어떤 의미셨나요?

 

: 어머니는 제가 온전히 존재하고 의지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저는 어머니의 강직한 성격을 고스란히 보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그런 어머니는 제 인생의 어려운 시기마다, 제가 쓰러질 것 같은 순간마다 저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옥살이를 할 때도 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허드렛일을 하셨고, 상해 임시정부시절에도 타지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제 아이들을 대신 돌보아주고, 근처 시장에서 버려진 배춧잎을 모아두고 우리를 먹여 살리신 분, 마른 젖을 물리며 내 아이 신이를 키워주신 분. 그 분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행하고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 끝이 없지만 무뚝뚝한 아들은 표현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없이 사랑에 비해 부족했던 나의 사랑, 그 미안함 이 세상 끝날 때 까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럼 칼 융 박사님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이신가요


: 제가 사랑하고, 저를 사랑하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어머니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요. 난 내 어머니를 통해 인간에게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어머니와 나쁜 어머니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었지요. 그녀는 악의 없이 인간적인 모습과 무의식안에 존재하는 으스스한 인격, 사람의 마을을 꿰뚫어보거나 심지어는 사람의 일상이나 역사까지도 볼 수 있는 듯한 그녀의 어두운 면을 지녔습니다.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상태를 유지할 때도 잦았습니다. 난 내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모든 인격을 사랑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내 학문에도 내가 여성에 대해 가지는 인식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만나는 최초의 여성이니까요. 그리고 난 그 여성으로서, 두 인격의 어머니를 만났던 것이지요. 그럼 사회자에게 어머니란 어떤 의미요?

 

: 칼융씨의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보통의 사람, 아니 적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듯해 느낌이 묘합니다, 글쎄요. 언제나 미안한 존재. 내가 조금 더 많이 사랑해줘야 할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어린 시절 제 아버지는 많이 편찮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했어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활동 말이지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저희를 잘 챙기지 못하셨지요. 아침에 밥도 못차려주고 늦잠을 주무시는 어머니가 게을러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측은해 보이고, 어머니는 게을러 보였던 거지요. 아마 저 또한 8남매 장남의 아들, 장손이다 보니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었던 듯 합니다. 또 제가 남자이다보니 아버지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고요. 이게 청소년기 어머니에 대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되었을 때 어린시절의 그런 생각이 한 참 잘못된 것을 알았습니다. 남편은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었고 대신 고생은 고생대로 다했지만 시댁식구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자식도 그런 삐뚤어진 시각으로 봤다고 생각하니 어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깨달음 뒤로는 더 살갑게 대하고, 더 많이 사랑 표현하고 하지만 그걸로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언제나 어머니에게 미안함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며 살며, 오랜 시간이 흘러, 어머니의 마음 속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잠시 잠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마치 자신들의 어머니가 옆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아무 말없이 어머니의 존재를 되새겨 보았다. 그 때 러셀이 나에게 물었다.)

 

4. 여러분들에게 글이란

 

: 사회자양반 그런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왔다고 했소?
:

: 거기는 뭐하는 곳이오?
: 변화를 경영하는 곳입니다
?
: 변화를 경영한다? 그게 무슨 말이요
?

: 자기 생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실현하는 곳입니다.

 

: ....그럼, 사회자 양반은 변화를 원해서 그곳에 있다는 얘기인데, 무얼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 ... .. 벌써 물어보신 것 같습니다.(웃음)

전 제가 있는 이자리,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원하는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갸우뚱했지요. 경찰, 소방관, 가수, 영화감독, 가수, 만화가, 동시통역가……나의 꿈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전 결국 현실을 마주했지요. 적당한 성적, 적당한 취업, 적당한 회사생활……. 어느 순간 벽을 만나게 되더군요. 한참을 헤맸습니다.

그러다가 예전부터 존경했던 한 분 - 지금은 나의 스승이 된 - 주변에 머물며 그분처럼 되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꿈틀거리기 시작한거죠. 새벽 기상을 하고, 사람들과 변화에 대해 논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문득 생각날 때 즘이면 글을 쓰곤 했지요.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있었지만, 막상 써보니 재미있더군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저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토해내듯 쓰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가끔은 이 정도면 꽤 느낌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일종의 희열도 느끼게 되구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는 책과 글에서 변화를 찾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책과 글. 요즘은 공부를 하면서 굉장히 어설프고 한없이 부족해  (능력의) 실체가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저 부여잡고, 놓지 않고 버티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성공하지는 못해도, 취미로라도 가지고 있는다면 언젠가 내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을거라구요...... 지금은 조금은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책과 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책과 글, 특히 글은 저에게 즐거움이자 희망입니다. 그래서 여쭙는건데, 러셀씨와 괴테씨에게 글은 무엇인가요.

 

: 젊은 양반도 참 좋은 취미를 가지게 되었군..... 나에게 글이라..... 내게 글은 나의 생각과 의지를 실현시키는 수단이자 첫번째 문이었지. 내가 내 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강렬한 세가지 열정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동정이었소.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이루었던 것 같소. 살면서 백권 이상의 책과 2천편 이상의 논문을 썼지요. 생계를 위해 결혼, 섹스, 교육 등에 대한 대중서를 쓰기고 했고 1차 세계대전(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써서 감옥에 갇히기도 했소. 칼 융씨가 무의식을 통해 자기실현을 했다면, 나는 글을 통해 자기실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소. 글은 내 인생의 열정을 꽃피우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였지.

 

: 괴테씨는요

 

: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질문이네요. 나에게 글은 사랑이자 인생입니다. 나는 글로 사랑을 표현했고 사랑을 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재가 아닌 이상, 혹은 천재라고 해도 모든 글을 잘 쓸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독일의 대문호, 천재작가라고 부르지만, 나 또한 수 많은 실패를 겪었소. 색채론을 토대로 뉴튼의 빛의 이론을 반박했지만 이는 결국 잘못된 것이었고,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한 글들도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지 못했지. 젊은 양반이 글을 통해 변하고자 한다면 많이 써보아야 할 것이오. 그리고 많은 벽을 만나 부딪혀야 할 것이오. 젊은 양반이 부서지든 벽이 부서지든 둘 중 하나겠지만, 그 과정을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오. 내가 파우스트에서 한 말을 인용해 보지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지만, 언제나 노력하고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 네 분께 너무 힘이 되는 말을 잘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분들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 변경인들이 많은 관계로 인터뷰를 이쯤에서 마쳐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가지만 여쭤보고 싶습니다
.
인생에 대해서 물을지 행복에 대해서 물을지 고민이 되는데, 전 행복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일년 중에 낮에 못지 않게 밤도 많고, 낮의 길이에 못지 않게 밤의 길이도 존재합니다. 행복한 삶도 어둠이 없으면 있을 수 없고, 슬픔이라는 균형이 없으면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행복이란건 우리의 인생이 행복으로만 가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이죠. 그러니 인생이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비추는 햇살을 볼 수 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 열렬히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글쓰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 싶은데요...

 

: 자유롭게 사랑하고 글에 자신의 의지를 담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 없이 탐구하고, 나아가 인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지요.

 

: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동료(민족)가 있고, 자신이 자유롭게 디딜 수 있는 국가가 있고,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희망과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다면... 난 그게 행복이라 생각하오.

모두들 좋은 말씀해주셨습니다. 행복의 정의는 각자가 정하기 나름이니까요.
전 행복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나의 가슴 속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희망과 의미를 나눠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 제겐 그게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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