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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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 ---역사 속 위인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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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28. 토. 2시 수업
충남 당진에서
작 성: 서 은 경
4인 4색 인터뷰
오늘 대가 4분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 독일인 *
소설가/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
* 영국인 *
학자/혁명가 -버트렌드 러셀(1872~1970)
* 한국인 *
교육자/혁명가 -백범 김구(1876~1949)
* 스위스인 *
정신분석가 -카를 구스타프 융(1885~1952)
괴테님은 1749년 출생으로 가장 형님 뻘이시고 러셀, 김구님은 1870년대, 칼융님은 그보다 10년 뒤 1880년대 태어나셨습니다. 하지만 네 분 모두 19세기를 함께 사셨구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일어난 산업혁명을 함께 겪으셨습니다... 그리고 괴테님을 제외한 네 분은 우리 인류에게 아주 혹독했던 세계 전쟁을 두 차례 겪으셨습니다.
네 분 모두 시대적 격정기에 살았기에 인간의 내면, 세상의 모순 등을 꿰뚫은 작가이자 사상가이자 시대의 스승이십니다. 네 분 모두 자서전을 출간 하셨구요.... 제가 네 분의 자서전을 제가 모두 읽었습니다. 그 기념으로 하늘에 계시는 네 분을 오늘 이 자리에 모시고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질문은 5가지입니다. 두 분 또는 세 분의 답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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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 융님은 자서전을 쓰고 출판하기를 처음에는 꺼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괴테님은 당신의 작품에 호의를 보내준 사람들에 보답하기 위해 자서전을 쓴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에게 ‘자서전’이란 무엇입니까?
1) 괴테
나에게 자서전이란 내 시대의 풍경이며, 내 시대의 풍경과 소통한 내 삶의 모습입니다.
나의 시대가 얼마나 나를 절망케 했으며, 또 얼마나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그 결과 무엇이 생겨났는지....... 그 시대와 호흡하며 만들어진 나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적은 기록입니다. 또한 저는 작가이자 시인입니다. 그래서 제 작품을 통해 나의 생각이 어떤 식으로 다시 세상에 표출되었는지를 자서전에 담았습니다.
자서전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면적 삶의 분석이 아니라, 시대 또는 세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있는 그 사람,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서전은 인생이 무르익는 노년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낡은 것과 현재의 새로운 것을 겹쳐내어 총체적으로 해석하는 힘은 노년에 이르러야 비로소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자서전 이름을 시와 진실이라고 붙였습니다. 시라고 한 이유는 바로 저의 인생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삶의 사실들과 시대의 개별적 사실들을 연대기 순으로 기록한 것이기에 그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2) 칼 융
안녕하십니까, 괴테님. 저는 괴테님과 좀 다른 자서전을 썼습니다.
저의 생애는 내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입니다. 바로 괴테님, 당신이 ‘파우스트’에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저에게 제2의 인격, 즉 무의식은 생생히 살아있는 실재입니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이 외부로 나타나 나의 인생의 사건이 됩니다. 저는 제 2의 인격, 또는 무의식, 또는 내 속의 ‘자기’를 꿈의 상징을 통해 전달 받습니다. 전달받는 나는 바로 제 1의 인격, 자아입니다. 나의 자서전은 보통 겉으로 들어나는 제 1의 인격, 자아의 기록이 아니라 제 2의 인격의 기록입니다. 제 내면과의 대화이지요.
(3) 서은경 (나)
제가 자서전을 쓴다면 괴테님의 글쓰기 방식를 따오고 부분 부분 마다 융님의 내면 탐색 방식도 섞어가며 자서전을 써 보고 싶습니다. 내가 산 시대를 둘러보며, 세상 속 이야기를 한 줄기 끌고 가면서 그 이야기들과 함께 맞닿는 내 삶의 경험들, 만난 사람들 등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중요시기마다 갈등하였던 문제를 외적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또 내면 탐색으로 풀어내 보고 싶습니다. 서사적이면서 동시에 내면적인? 너무 욕심이 많은가요? 연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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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테님은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이신데, 아주 엄한 아버지 밑에서 철저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으셨지요? 김구님은 몰락한 양반의 후손으로 일명, 상놈의 집안이 되었다고 하셨는데...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공부할 환경이 갖춰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기교육 열풍이 거셉니다. 유년시절 조기교육에 대한 두 분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1) 괴테
어린시절 조기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도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교육이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서 매우 커다란 모순을 겪게 됩니다.
아이 스스로에게는 각자의 역량이 있습니다. 역량이란 스스로 자라나는 힘입니다. 그 힘은 아이들 끼리 놀면서 아이의 능력에 어울리는 관계 속에서 자라납니다. 그런데 부모의 과다한 공부 계획과 엄격한 교육은 아이를 참담하게 만듭니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뛰어놀며 스스로 커가는 즐거움을 뺐는 것이지요. 아이는 자연 상태와 문명 상태 사이에 끼어서 갈등을 겪게 됩니다. 내적 발전을 방해받기도 하고 교육이 고통스럽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는 엄격한 조기교육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부모의 도움으로 자신의 재능을 잘 찾아가면서 그러한 고통과 갈등을 잘 이겨낸다면 신이 부여한 자기 재능을 그 누구보다 뛰어나게 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 하지요. 교육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수많은 재능의 싹이 제대로된 교육과 학습을 접하지 못하여 빛도 한번 못 보고 어른이 되면서 지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2) 김구
저도 조기교육에는 반대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갈 적정 나이가 되었을 때, 또는 아이가 공부에 뜻이 있을 때,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합니다.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데 받지 못하는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없어야 합니다.
우리 집안은 본래 양반집안이었으나 반역죄를 짓고 신분을 숨기기 위해 상놈행세를 하다가 판박이 상놈의 집안이 되었습니다. 내 아버지도 이름 석자 밖에 쓰지 못하였고 집안에서 나에게 글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배우고자 했을 때, 동네의 양반아이들이 다니는 서당에 갈 수가 없으니, 우리 아버지는 이웃들과 의논해서 상놈 아동들이 다닐 수 있는 서당 하나 만들어 주셨습니다. 배움은 꿀맛과 같습니다. 배움이 절실할 때 그 맛은 답니다. 적절할 때 교육할 수 있는 나라, 교육은 나라의 힘입니다.
우리 대한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지만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 철학으로 결정됩니다. 국민성과 신앙, 철학은 바로 문화와 교육의 힘입니다. 민족이 무엇인지, 국가 무엇인지 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조기교육은 반대하지만 교육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고 자기 문화, 주체가 바로 선 교육을 해야 합니다.
(3) 나(서은경)
저는, 자신이 원하는 배움을 찾아 끊임없는 노력을 할 때, 교육이 진정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시절 교육의 목적은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나 당당하게 독립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의 성장 단계에 무리를 주는 조기교육은 반대합니다. 일단 아이는 많이 뛰어놀고 다양한 경험하면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아이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고 자라나는 역량을 믿습니다. 부모는 사랑을 듬뿍 주면서 아이의 역량을 믿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재능을 펼칠 길을 잘 살피며 아이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아이 옆에 있으되 부모는 아무 것도 안 한 것처럼 아이의 옆에서 아이 교육의 힘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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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괴테님, 러셀님, 김구님께 ‘사랑하는 여자’란 무엇입니까?
(1) 괴테
저에게 사랑하는 여자란 마음 속의 성단에 얼마 동안 모셔두고 숭배 하고 싶은 대상입니다. 숭배라는 것은 숭배를 받는 쪽보다도 숭배를 하는 쪽이 때때로 더 즐거운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자란 천사이며 기쁨입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밖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벌어온 것을 집안에 잘 모아놓고, 그것을 바람직하고 즐겁게 쓰기 위해서는 아내가 필요하지요.. 내가 숭배할 수 있는 여인이 나의 아내가 된다면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 모든 여자가 아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내가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적절하게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 러셀
사랑하는 여자란 희열입니다. 저는 늘 사랑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사랑이란 얼마나 대단한지 그 기쁨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남은 여생을 모두 바쳐도 좋으리라 종종 생각합니다. 사랑은 몸서리치도록 차가운 지독한 외로움을 덜어주지요.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합은 천국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여자는 나에게 희열이자 삶의 에너지입니다. 나는 어쩌면 여자라는 밥을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여인을 만나서 매력을 느끼면 이 여자와 사랑하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내가 대시하고 그것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게 되지요. 그녀와 정신적으로 사상적으로 통할 때 저는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열정이 식기도 합니다. 변하게 됩니다. 서로의 변화한 모습을 보며 관계는 소원해집니다. 사랑은 불꽃처럼 타 오르고 서서히 꺼져가기도 하지요.
사랑은 인간 남자와 인간 여자, 존재 그 자체가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천국의 문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3) 김구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기로 했으면 영원히 변치 않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소?
하지만 나는 가정을 지키기보다 나라를 되찾아야 하는 운명이라, 사랑하는 여인을 끝까지 지켜주며 가장으로 집안을 책임질 수가 없는 입장이요. 내가 사랑을 사랑하는 여인이 나의 이런 뜻을 함께 나누면서 이 나라를 위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지이었으면 좋겠소. 여자 역시 교육을 받고 남자와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오. 남녀 모두 사랑도 개인의 자유에 따라 할 수 있어야 하오. 여자 역시 남자를 골라서 결혼할 수 있어야 하오.
내가 좋은 시절에 태어났으면 보다 내 아내를 아끼고 사랑했을 것이오. 하지만 시절이 좋지 않아 늘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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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가 작품 속에 담는 진실은 어떠해야 하나요?
(1) 괴테
작가가 작품 속에 담는 진실은 벌거벗은 진실이 아니라 가공의 진실이어야 합니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에는 늘 비밀의 베일이 씌워져 있습니다. 인간 수수께끼는 결코 다 드러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숭배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진실은 그것이 인생에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데 단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작가는 벌거벗은 진실이 아니라 가공의 진실을 만들어 표현함으로써 벌거벗은 진실보다 더 감동과 울림을 주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겁니다.
(2) 서은경 (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진실... 저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 늘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무언가 내가 생각하는 진실을 말했다가 그 사람이 상처 받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옳은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진실....역사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부조리한 일에 대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다수 민중의 이름으로 약한 자의 이름으로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진실이 밝혀져야 정의가 승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가..... 싶습니다.
진실이란 사람의 관점에 따라 각기 각각의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순간 순간 마다 진실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진실이었어... 사람 마음이 순간 순간 변하니깐요... 그러니 그 때는 그게 진실이었다는 말이 맞는 말입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역사의 진실이 다릅니다.
진실은 관점이며 진실은 변화합니다. 영원한 진실과 사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진실이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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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에게는 다중지능 8가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혹시 자신에게 해당하는 지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 괴테
저는 언어지능, 자기성찰지능, 공간지능이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기성찰지능은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회의를 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시와 문학에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던 이유가 주체할 수 없는 언어지능의 샘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작품 속에 엮어가고 상세한 묘사를 할 때는 저의 미술적인 재능인 공간지능을 이용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다재다능하였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꾸준한 공부습관과 경제적 뒷받침 그리고 조부, 조모를 비롯한 온 가족의 문화적 소양 덕분에 더욱 더 제대로 키워졌다고 봅니다.
(2) 김구
저는 신체활동지능, 자기성찰지능, 인간친화 지능이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1세 때 치하포에서 일본인 염탐군을 맨손으로 제압한 것은 생각한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저의 신체적 힘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2년에 걸친 5 여 년의 옥살이와 중국에서의 25 여 년 간의 힘겨운 독립운동을 잘 버텨낸 것 역시 신체적인 강인함에서 온 것입니다.
조직을 이끄는 데는 늘 어려움이 따릅니다. 저는 늘 다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고 사람들과 교감하며 배웁니다. 감옥에서 만난 도적의 우두머리, 여행 도중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 등 누구를 만나더라도 친구가 되어 그들의 면면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과 기질을 꿰뚫어 보며 배울 점을 취하고 또한 그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기꺼이 도와 주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한번 믿으면 그냥 믿고 나갑니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만, 한번 믿음을 가지면 싶게 버리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친화지능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도 부당하게 타인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확고했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나는 존중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확고한 자아 형성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배움의 깊이를 더하면서 신분 차별 없이 누구나 존중 받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자기 성찰 지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찰의 힘이 확고한 신념을 낳고 그것은 행동하는 신체지능과 만나 강한 추진력을 낳고 또한 인간 친화지능이 어우러지면서 존경받는 민족의 지도자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답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동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