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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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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일 00시 11분 등록

지난 한 주 동안 숲을 떠나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나가 일요일에 돌아왔으니 67일을 외박한 셈이군요. 월요일에 집을 나가 오송에서 시작, 수안보를 들렀다가 울산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경주에서 점심을 먹고 전주로 건너가 하룻밤을 유숙한 뒤 제주로 건너가 이틀 밤을 머물고 다시 경주로 돌아와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대구에 들렀다가 여우숲으로 돌아온 여정이었습니다.

 

두 해 가까이 외박을 밥 먹듯 하면서 여행과 외박의 기술도 조금씩 늘었습니다. 먼저 알맞은 크기에 튼튼하면서도 어떤 옷차림에도 무난하게 어울릴만한 배낭을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외박하는 날에 하루를 더한 날 수 만큼의 양말과 약간의 속옷, 그리고 꽃무늬 잠옷 바지를 배낭 가장 깊숙한 곳에 챙겨 넣습니다. 아내가 재봉틀로 만들어준 연두색 체크무늬 파우치에 면도기와 손톱깎이, 치약과 칫솔 따위의 잡동사니를 항상 넣어 다닙니다. 가장 슬림한 사이즈의 강력한 노트북을 늘 배낭에 넣어두고 다닙니다. 강연장에서도 쓰고 숙소에서도 쓸 수 있는 장비입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권의 책과 기자수첩 비슷한 메모지도 휴대합니다. 차에는 여러 벌의 제 철 옷을 걸어두고 다닙니다. 전체 동선을 계산하여 다음 행선지를 매개하기에 가장 훌륭한 역이나 터미널에 차를 세워두고 가능한 KTX나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이용하여 전주로 넘어갔습니다. 딱 하루에 세 대 밖에 없는 시외버스, 이동 시간만 3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차량을 이용하여 전주로 넘어갔습니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제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KTX를 이용하고 (기차에서 잠시 졸다가 목포까지 가는 바람에 광주공항에 연락하여 비행기를 묶어달라고 통사정을 하기는 했지만...^^) 제주에서 부산으로 돌아온 뒤 경주행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서 세워둔 승용차로 나머지 여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옷은 가능한 진 바지를 입게 됩니다. 블루진이나 블랙진 두 벌이면 일주일 정도의 여정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셔츠도 두 벌 정도의 면 T셔츠면 너끈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주하는 시공간들이 참 좋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각 지역마다 시외버스 터미널의 풍경이 다 다릅니다. 역전이나 공항의 풍경도 제법 다릅니다. 대도시의 대중교통 터미널이나 역전, 공항일수록 긴장감이 높은 편입니다. 대도시는 오가는 사람이 많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일까요? 예외나 여유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편입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 서린 긴장이나 무표정감이 훨씬 높은 편입니다. 전주나 경주의 시외버스터미널은 아주 오래된 풍경이지만, 광주나 청주의 시외버스터미널은 현대적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제주의 공항에서는 보딩시간이 엄격하지만, 광주 공항에서는 인심이 느껴지는 배려가 있었습니다.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경주-전주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지만,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노선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흘렀습니다.

 

더 많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을 하고 싶어집니다. 가능한 느리게 오가는 여행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습니다. 느려서 더 잘 볼 수 있는 풍경 맛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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