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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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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일 11시 3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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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통 전화를 안하시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일 안하고 있으니 돈 필요하면 부쳐주겠다 하시네요.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말씀은 동생이야기였습니다. 금요일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아버지께서 백방으로 찾았는데, 알고보니 도박중이었다고 하네요. 작년 여름에 도박으로 사채를 끌어써서 엄청 빚을 졌는데, 이번에도 그와 버금가는 빚을 졌다고 합니다. 아버진 밥맛이 없으시데요. 전 가족들이 전화하는 걸 받는 게 싫습니다. 식구들이 전화는 게 반갑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폭탄이거든요. 


제 머리 속에는 온통 그 생각 뿐입니다. 

끄적거리는 메모도 온통 그것 뿐이지요. 미운 마음이 불쑥 불쑥 생기고, 왜 사람은 이렇게 안변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의지로 벗어날 수 있으면 중독이 아니지', '시스템은 어느 한 곳이 무너져도 작동하게 만들어져서 보통의 한 인간의 의지보다는 힘이 세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라는 둥, 작년에 왜 좀더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있구요. 왜 자꾸 정에 끌려서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하나 하는 것도 짜증나고 그랬습니다. 어머니께서 돈 부쳐 주시겠다고 하신 것은 혹시 여유돈 있냐라는 말을 돌려하셨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리리 있으면서 안주면 속이라도 편하지, 없으면서 말로만 뭐라고 하니 비참함도 고개를 들이미네요. 이번에도 작년같이 하면 전 식구들 안보고 산다고 진심을 말해도 그건 어머니 귀에는 들리지도 않나봅니다. 어머니를 이해 못하는 저에게 짜증만 내시네요. 사람은 왜이리도 안 변하는지 답답합니다. 일 저지르고 그것에 욕먹고 책임지는 것은 딴 사람에 내맡겨 버리는 그놈이 어린애 같습니다. 그걸 감당하든 못하든 그걸 짐어지겠다고 하는 게 어른인데. 그래서 부모님만 속이 상하고, 아픈가 봅니다. 


저에게도 위로가 필요합니다. 제가 혼자 도망갈 곳은 그림이나 책이죠.


'세상에서 제일 좋은 풀을 찾아 나선 동물들.' 


'큰입이는 풀을 먹어보지 않아서 어떤 풀이 좋은 풀인지 몰라서 토끼에게 묻는다. 토끼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풀은 토끼풀이라고 한다. 왕눈이는 예쁜 것이 가장 좋은 풀이라고 여겨서 예쁜 풀을 찾아 나선다. 개코는 무작정 먹어본다. 벌레가 먹고 있으니 이건 먹어도 될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덥썩 먹어 버린다. 그리고는 방귀를 연신 뀌어댄다. 그 후에 후휴증으로 털이 홀라땅 빠져 버렸다. 흰눈썹은 몸에 좋다는 영지가 제일 좋은 풀일 거라 생각하고 영지를 찾아헤맨다.' 


저는 이 이야기의 끝을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풀은 잘 모르겠습니다.  위의 그림과 글은 얼마전 한밤중에 심심해서 그리다가 낄낄 거렸던 것을 다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제 동생은 처음에 조금 먹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찮지만 자꾸 먹다보면 털이 홀라당 빠져버리는 풀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혼자 찾기 어려우면 물어서 찾으면 되는데, 어머닌 누가 먹으니까 자신도 무작정 먹어버리는 것 같구요. 전 이쁜 것이 제일 좋을 풀이라고 여기는 녀석일 겁니다. 전 제가 아무거나 집어먹고 털이 빠졌다가 다시 괜찮아지는 녀석이길 바랬는데, 그 몫은 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당분간은 머리속이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돈으로 풀리는 문제라면 쉬운 문제인데, 이건 돈으로 푸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해는 작년과 다를 겁니다. 저는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자신 앞에 닥친 그 문제가 그를 시험하는 딱 그만큼의 한계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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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3, 2013 *.152.170.214

그림,예술의 힘이 느껴지네요..

"그림으로 도망간다" --> "그림으로 치유한다" 로 변경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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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3, 2013 *.39.145.122
감사합니다.
어제까지는 대놓고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런걸 구상했습니다. 그리고는 전 정말 그림으로 도망쳤어요. 도망쳤는데도 거기까지 문제가 계속 따라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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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3, 2013 *.185.135.183

그림이 좋아서 가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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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3, 2013 *.39.145.12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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