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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일 18시 05분 등록

 

질문 속에 답이 있다

 

 

프시케, 구렁덩덩 새선비, 해의 서쪽 달의 동쪽에 나오는 여자들 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 떠난다. 고단한 부엌일을 마치고 콩쥐가 가려고 하는 원님 잔치는 신데렐라의 파티처럼 새로운 인연을 만나러 가는 장이니까 이번에는 깍두기로 빼야겠다. 내 안에서 무럭무럭 올라온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첫째, 여자들이 결혼한 남자는 아직 완전한 인간이 아니다. 에로스는 낮에는 신이고 밤에는 남자이며, 설원과 침엽수림이 펼쳐진 북구의 셋째 딸이 달의 동쪽 해의 서쪽으로 찾아간 남편은 낮에는 북극곰, 밤에는 사람이었다. 한국의 막내딸이 결혼한 남자는 뱀이었다. 이건 무엇을 상징할까? 이 질문은 신발이나 장갑처럼 쌍이 있다. 그러니까 옛 이야기 속에는 남자는 사람이고 여자는 짐승인 혼인 이야기가 있다. 개천절이면 더 생각하게 되는 단군신화의 웅녀와 환웅의 결합이 그러하고,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나가는 나그네와 하룻밤 사랑을 원하던 천년 묵은 이무기, 삼국유사의 호원사 처녀의 이야기가 그러하고 농사꾼 총각을 사모했던 우렁각시가 그러하다. 남자에서 여자로 짐승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짐승과 인간이 혼인하는 이야기가 주는 힌트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들은 영웅의 출생의 근원을 신이나 신성한 존재에 두기 위해서 천신과 동물을 가지고 온 것과는 다를 것 같다. 예를 들면 선화공주를 업어간 백제 무왕인 서동은 남지(南池)라는 연못의 용과 과부 사이에서 출생했단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상주 북촌에 사는 한 여인이 밤마다 찾아오는 지렁이 화신의 남성과 동침하여 태어났단다. 이런 SF적이고 재미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고구려의 시조인 고주몽의 어머니 유화는 자신을 쫒아 오는 빛에 의해 임신을 했다. 제우스가 변신한 빛에 의해 감옥에 갖힌 채 임신을 해서 카시오페아와 안드로메다 등 수많은 별자리의 이야기를 만든 페르세우스를 출산한 그리스 여자 다나에도 그랬다.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 예수님은 처녀 어머님의 몸에서, 부처님은 엄마 옆구리에서 태어나 신생아 주제에 나자마자 일곱걸음을 걸었다.  나는 동물과 결혼을 한 여자들 또는 남자들에게 관심이 있다. 신화에서 결혼에 대해 한 수 배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둘째, 여자들은 촛불로 비춰보다가 촛농을 떨어뜨리거나, 금기를 깸으로써 잃어버린다. 그리고 한결 같게도 이 일은 어머니와 자매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추동된다. 또 다른 일관성이 있다. 남편들 역시 어머니에게로 돌아가 버리거나, 마법을 걸 수 있는 다른 여자에게 돌아가 버리거나 그 여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가족이 문제인가? 아니면 양쪽 어머니들이 문제인가? 「구렁덩덩 신선비」에서는 방해자가 언니들로 되어 있는데 아버지의 방해가 드센 경우고 있다더라. 무속신화인 「당금애기」, 「자청비」는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고 결혼과정에서 부모 특히 아버지의 방해로 고생을 한다. 신화는 혼인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도록 단골배역을 누구에게 주고 있는 걸까? 이건 사랑과 결혼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공통의 어려움으로 어떤 걸 예측하고 대비하라고 힌트를 주는 걸까?  

 

셋째, 여자들은 길을 떠나고, 여러 가지 모험을 한다. 그 문제와 도전꺼리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매고, 물 긷고, 방아 찧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깊은 동굴이나 땅 속으로 들어가고, 벌레를 씻는 게 영웅 여정과 관련이 있을까? 영웅 여정에 대해서는 비교신화학 분야에서 한 소식 하신 미국 할아버지 조셉 캠벨의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틀을 보면 될 것 같다. 또 한가지 궁금증이 인다. 남성영웅의 여정과 여성 영웅의 여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성 영웅의 여정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책이나 인물이 있을 터이다. 결혼에 대해 한 수 배우려는 관심을 들여다 보는데 문득 영웅이라는 말이 나왔다. 결혼이라는 사적인 세계와 영웅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말일까? 영웅여정에서 결혼의 의미를 주워들을 지도 모르고, 생활의 달인처럼 나라를 구하고 불씨를 구하는 건국형 영웅과는 다른 생활형 영웅이 있을 지도 모른다. 결혼도 일종의 수련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넷째, 이 이야기들은 현재 나의 삶에 어떤 힌트를 줄 수 있을까? 신화가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오이디푸스의 후예와 미녀와 야수의 후예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일이라면 내 생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일 수 있을 거다. 내 삶의 에피소드에서 신화를 읽고 신화를 통해서 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어보려는 시도가 충분히 가능할거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상태로 진입한 지 만 1년이 되지 않은 나의 상태가 이런 걸 읽기에 매우 적합할 것 같다. 무엇이든 이방인의 눈에 더 잘 띄는 법이니까

 

질문 속에 답이 있을까? 저 질문은 화두처럼 초점이 되어 줄까? 인간과 동물의 혼인, 결혼 훼방꾼, 남편을 되찾기 위해 길 떠난 여자들의 거리 수업, 생활 에피소드로 된 새댁의 신화 읽기 네 꼭지의 자작답안을 써봐야겠다. 각각 하루 길이나 사흘길, 또는 일주일 길 쯤 될랑가? 나서봐야겠다. 싸움 자체가 목적인 싸움이 있듯 떠남 자체가 원조방안 퉁수인 나에게는 의미가 될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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