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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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볕이 좋다. 10월 둘째 날 일산의 호수공원에 꽃구경을 갔다. 가을 꽃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평일이어서 덜 복잡할 듯도 하였다. 평소 꽃을 좋아하시고 바람을 쐬고 싶어하면서도 체력도 달리고 걷기가 힘들어 늘 마음으로만 그리는 노모와 함께 산책을 겸한 나들이를 시도하였다. 전철을 타고 둘러둘러 약 한시간 반 이상을 가노라니 가는 동안에 힘이 빠져 도착하자 마자 "볼 것도 없다"시며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하시는 노모를 달래 반바퀴를 돌다가 꽃 몇가지를 사가지고 돌아오게 되었다.
이내 해걸음이 되어 낮과는 달리 바람도 차가워 몹시 쌀쌀했다. 출구로 향하려는데 귀여운 알바 여학생 하나가 "사진 한 장 찍고 가셔요~" 하며 우리를 향해 호객행위를 한다. 파장 시간은 되어가는데 매출이 별로 신통 찮아 보인다. 싫다시는 노모를 꼬득여 서둘러 옷을 덧 입히고 잽싸게 기념촬영을 하였다. 여학생은 내 폰으로 뚝딱 몇 장의 사진을 제법 성의것 찍어주었다.
< 김~치~ 찰칵!>
< 엄마! 따~악! 한 장만 더요. 제발~~~~ 학생? 빨리빨리 찰칵! >
나는 내심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으랴!" 마음 속으로 대뇌었다.
이 순간을 놓치고 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뻗쳐 올라오는 것이다.
지난 사월........ 생전에 그리도 좋아하시던........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할 무렵.......
그렇게 갑자기 사부님을 잃게 될 줄이야....... .
엄마는 빨리 가자고 성화를 대고 나는 알바 여학생에게 순간 포착 잘해달라는 싸인을 연신 보내며 건진 몇 장의 사진. 촬영을 한 것 만으로 큰 보람이나 있는 듯 순간 마음이 뿌듯해 졌다.
돌아와 멀리 타국에 있는 올캐들과 출가해 제 각각 흩어져 살고 있는 조카들에게도 카톡을 통해 전송해 주었더니 금새 답장이 돌아왔다. "울 할머니, 고모 대비마마와 왕비마마 같네요~" 하며, 대나무 같이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사진 몇 장도 같이 보내왔다. 서로간 소식을 나누자 그재서 흐뭇하신 모양으로 어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어디 보자, 내 사진 괜찮냐?" ㅎㅎㅎ 허허허 곁에 계신 아버지도 덩달아 좋아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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