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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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실패투성이의 게임이다. 골을 만들어 내려고 수많은 드리볼과 패스를 시도하다가 겨우 한두 골로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다. 그 숱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축구는 실패를 콘트롤하는 경기다" 축구에 대하여 이렇게 멋진 정의를 내린 사람은 히딩크다.
오랫동안 그를 코치로 보좌해 왔던 베어백 감독은 히딩크를 '관찰자'라고 말한다. 분석적이고, 냉정하며, 쉽게 감정을 들어내지 않고, 비디오 분석가를 늘 중용했다. 실제로 그는 경기장에 8대에서 16대 까지 특수카메라를 설치하여 경기장면을 샅샅이 촬영하였다. 선수들의 패스의 성공과 실패 뿐 아니라 전체적인 활동량이 그대로 들어 있다. 간혹 카메라가 선수를 놓치면 현장 분석 요원들이 보정한다. 데이터를 모아두고 특징을 기록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낸다. 그것이 그의 성공의 원인이었다. 실패의 콘트롤이 성공의 원인이라는 아이러니는 참으로 삶을 닮았다. 우리가, 적어도 2002년 월드컵 이후, 축구에 매료된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라는 경기장에서 졸렬한 축구를 하는 것이다. 현란한 드리볼도 멋진 패스도 강력한 슛도 해보지 못한 채, 그저 공을 기다리고 모처럼 공이 오면 내놓지 않으려 한다. 생각 같아서는 그저 성공이라는 축구공을 가슴에 꼭 안고 풀밭 위에 주저앉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의 삶이 골을 넣기 위한 실패 투성이기를 바란다. 그 수많은 시도, 그것을 실패라고 부르지 말자. 그 실패를 지금부터 시도라고 부르자.
'나는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는가'라고 물으면 실패가 많을수록 삶은 암담하겠지만, '나는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는가' 라고 물으면 많을수록 좋다. 인식과 언어의 힘이다. '실패가 곧 시도'라는 인식이야말로 실패의 경영이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하자. '시도하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표어를 걸어 두자. 그리고 매일 시도하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일상으로 불러들이자.
첫째, 실패보다 한 번만 더 많이 시도하자. '꿈을 가지되,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멈춰야겠다고 여겨질 때 한 번만 더 해보는 것이다. 굴복하지 않는 시도(試圖), 그것이 곧 성공이다. 만일 담배를 끊는 일에 실패했다면, 그 다음 날 한 번 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시도하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매일 하는 일에 실패했다면, 그 다음 날 한 번 더 영어 책을 펼치고 배우는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운동장을 10번 도는 일에 실패했다면, 그 다음 날 다시 운동장으로 나서 보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수련하겠다는 결심이 와해되는 것을 막고,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반복의 중단을 막아야한다. 만일 하루를 거르게 되었다면, 그 다음 날 다시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결심이 무너지는 것 보다 한 번 더 많은 결심을 하자. 그러면 그 결심을 지켜진다. 나는 그렇게 하여 꿈이 무수히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보아 왔다.
둘째, 시도가 단순 반복이 되지 않고 창의적 시도가 되도록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자. 예를 들어 매일 독서를 하여 일 년에 50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자. 그러나 머리 속에 남는 것이 많지 않다면 독서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한다. 밑줄을 치며 읽자. 다 읽고 나서 밑줄 친 부분을 컴퓨터에 옮기면서 고요히 다시 음미하자. 강력한 구절은 따로 떼어 내어 '나를 움직인 한마디'라는 파일에 넣어두자. 그리고 응용하자. 프레젠테이션에도 인용하고, 팜픔렛을 만들 때도 인용하고, 편지를 쓸 때도 인용하자. 그러면 독서는 훨씬 흥미진진한 사상과 언어의 채집 과정이 된다. 모든 배움과 훈련은 그 과정에 대한 진화를 요구하며, 방식의 변화에 따라 효과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실패한 방법을 답습하면서 여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우둔한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성공할 때 까지 방법을 달리해본다.
자, 이제 키플링의 시를 기억하자. 그리고 그 스피릿이 스며들게 하자.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그 두가지를 똑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그리고 만일 네 생애를 전부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몸을 굽혀 낡은 연장을 들고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실패는 없다. 오직 무수한 시도가 있을 뿐이다.
(포스코를 위한 원고 2011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