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쭌영
- 조회 수 200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취업을 했지만 이 회사에 언제까지 다닐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불안감이
커지고 답답함이 쌓여 간다. 또래의 친구들과 고만고만한 넋두리 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진다.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사회는 더욱더 빠르게 변해간다.
회사가 나와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고등학생때부터 알았다. 난
얽매이는 타입이 아니였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엄청난 반감이 들었다. 집단주의, 수직적인 조직구조는 숨이 막혔다. 친구들과 사뭇 진지하게 창업을 꿈꾸기도 했지만 바쁜 회사생활을 하면서 시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라는 노래 가서처럼 입사 5년차 되어가면서 이제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 불합리하고 형식적인 것들도 그럭저럭 참아내게 되었다. 적당히
비위맞추고, 적당히 조율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 불만이 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게
너무 찜찜하다.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아무 의미없는 일들만 하는 것 같았다. 회사 내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바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회사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취업을 도와준다는 책이나, 자기개발, 자기경영서들 역시 명쾌한 답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내 마음가는
일을 하라는 조언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못찾는 것이
문제겠지만.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꽤나 깊이 고민을 해봤다.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예술관련 일이였다. 직종은 크게 상관없었다. 음악이든,
영상이든, 미술이든, 그냥 예술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내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몇번의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고서는 자신감을 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너무 늦었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실패 확률이 너무 크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내 생각들, 내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몇명의 롤모델도 정해놓고 변경영이라는 모임에서 훈련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게 나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첫째는
허접한 내 글쓰기 실력이고, 둘째는 IT관련이나 출판 산업구조
때문이였다. 회사를 포기하면서 올인하기에 이분야 역시 불안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다. 2년간의 고민에서 얻었던 해답이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나마 가슴뛰게 하는 일은 책을 쓰는 것뿐이다.
내 밥벌이와 내 자아실현을 해줄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을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이 많다. 1인 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떨쳐낼 수가 없다.
결국 오늘도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생각만 하고 있다. 생각은 사념으로
바뀌고 무수히 많은 기회들을 날려버리고 있다. 고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 가끔 햇갈린다. 내가 진짜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책을
쓴다는 것에 얼마나 진지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아리송 하다. 혹시 고민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라도 하고 있구나’라는 데서
위안감을 얻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이제 고민은 그만하자. 걱정이나 불안도 조금 줄여보자. 책을 쓴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제 진지하게 내 꿈을 돌아봐야한다. 훗날 지금의 이 시기가 위대한
인생의 첫 서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준영아...
네 글을 읽다보니 사부님의 글이 생각난다.
내가 힘들 때마다 늘 읽고 되새겨보는 사부님의 글이야.
힘든 고비고비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응원해 줄 구본형 선생님의 詩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 하리라.
신(神)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라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 묻고 가슴에 물어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 속으로 머리를 처넣 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든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천 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그리하여 내 가슴의 땅 가장 단단한 곳에 기둥을 박아
평생 쓰러지지 않는 집을 짓고,
지금 살아 있음에 눈물로 매순간 감사하나니
이 떨림들이 고여 삶이 되는 것
아, 그때 나는 꿈을 이루게 되리니
인싱은 시(詩)와 같은 것
낮에도 꿈을 꾸는 자는 시처럼 살게 되리니
인생은 꿈으로 지어진 한 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