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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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3
나의 낙하산은 무엇일까? 오미경 2013.10.07
어디서인지 잘 모르겠으나 들은 이야기다. 일본에 낙하산을 제조하는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는 공군에 납품을 했다. 그러나 낙하산 불량률이 약 10%였다고 한다. 즉 10개를 제조하면 1개 정도가 불량이고, 100개를 제조하면 10정도가 불량이었다. 1000개를 제조하면 100여개가 불량이었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불량률은 전혀 줄어들지가 않았다. 낙하산은 사람 목숨과 관련이 있다. 공군이 훈련을 받다가 혹은 낙하산을 사용하는 사람일경우 불량인 낙하산을 타고 내리면 그 군인이나 민간인은 바로 사망하게 된다.
불량률을 고민하다가 문득 사장이 기발한 착상을 하게 되었다. 낙하산을 제조하는 생산자가 그 낙하산을 타고 내리면서 불량률을 점검한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를 접한 생산자들은 일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졌다. 아침 출근 시간전부터 일찍 와서 수시로 점검하면서 낙하산을 제조했다. 또한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점검 또 재검을 했다. 그 이후 낙하산 생산 공장에서는 낙하산 불량률 제로라는 신화를 달성했다고 한다.
약간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다. 이번에 읽은 책 파라슈트parachute 라는 제목을 보면서 ‘낙하산 불량률 제로’ 라는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낙하산은 비행기에서 내려올 때,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는 생명줄이다. 그 낙하산이 없다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을뿐더러, 하늘을 활공하고 활보하는 자유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문득 추석 명절 때 정글의 법칙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김병만의 도전을 봤다. 낙하산에서 바라본 중앙 아메리카 벨리즈, 신이 만든 함정이라 불리는 ‘그레이트 블루홀’로 떨어지는게 김병만의 도전이였다. 비행기에서 떨어져 낙하산을 펼치지 않고 그대로 하늘을 나는 사람이 마치 새처럼 느껴졌다. 지상으로 다가올수록 낙하산을 펴고 블루홀로 착지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유로운 비상이 푸르른 바다와 함께 살아있는 축복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이를 위해 김병만 족장은 '그레이트 블루홀 스카이다이빙'을 위해 3개월 동안 총 65회 강하를 하며 스카이다이빙 훈련을 했다. 낙하산은 인간의 자유로움을 더욱 만끽하게 해주는 도구이다.
이번 주에 읽은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what color is your parachute?’는 직업을 구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왜 하필 낙하산일까 라는 의문이 들어 찾아보았다. 파산하기 직전의 회사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것, 탈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낙하산을 직업이라고 보았다. 직업은 경제적인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시켜 주며,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발휘하고 그 직업에 자신이 녹아 있다. 자신이 녹아 있지 않은 일은, 어느 일이건 살아숨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대학교때 이런 책을 읽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직업을 구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경험들이 직업을 찾는데 더 대담해지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일을 해봤다. 대학 졸업후에 몇 달 간의 기자 생활, 여행사에서 친지 방문이라는 가짜편지를 써서 중국 비자 발급업무도 했다. 내가 근무할 당시는 중국여행 자유화 이전이었다.
그 후, 그림을 배워 석화 공예를 했다. 색색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그라데이션의 그림이 나를 사로잡았다. 임신중이었을 때, 하루종일 그림을 그려도 지루하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를 구원해준 것이 그림이었으리라. shop을 운영하면서 학교와 문화센타에서 강의를 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공부하는 책을 펴보지도 않았던 내가 생존을 위해서 영어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자재로 영어를 하고, 원서를 한글처럼 읽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부러움이 생존과 연결이 되었다. 영어를 하면 최소한 학원에서는 가르칠 수는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영어영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을 하고 2년만에 졸업했다. 졸업 후 바로 시사영어사에 들어갔다. 그 회사는 15명의 교사들이 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출강을 지원하는 곳이었다. 그 당시는 조기영어교육과 맞물려서 여러 유치원을 다니면서 오전에 강의하는 것 치곤 보수도 좋았다. 그러다가 오후에 시간이 되어서 다른 학원에서 초등과 중등을 가르치게 되었다. 어쩌면 그곳 시스템에서 영어를 제대로 배웠다. 프랜차이즈를 하는 영어학원 이었기에 매달 교사 교육을 철저히 했다. 운 좋게도 서울 본사에서 실시하는 교사교육에 참여하면서 대표president로부터 영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영어를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다. 마음속에서는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한 번 가르쳐 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러려면 영어교사자격증이 필요했다. 또다시 교육 대학원에 입학했다. 교육 대학원 입학 하기 전에 나는 그 학교를 찾아갔다. 방문해서 영어과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 이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은데, 어떤 책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며, 면접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정말 그 당시 절실했다. 대학원 입학 여부에 따라 나의 삶의 길이 달라질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다. 한달 반 정도를 남겨두고 일하는 시간외에 밤에 공부를 했다. 봐도 잘 모르는 어휘들 뿐이었다. 말하기 연습도 하면서 영어 인터뷰 연습을 했다. 모든게 다 영어로 진행되는 면접이었기 때문이었다.
면접 날, 80여명의 면접 대기자들이 있었다. 운 좋게도 앞에서 몇 번째였다. 두 분의 교수님이 앉아 계셨다. 그 중 한분이 내가 상담한 교수님이었다. 면접 당시를 생각해보면, 정신이 없었다. 추운 날씨였고 떨렸고, 게다가 영어로 말해야 했다. 외국이라곤 여행으로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책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약 20여분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합격자 발표때 정말 기뻤다. 삶의 갈림길에서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Ability to communicate with foreign language is like to have a parachute when you are falling from the sky.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낙하산을 가지는 것과 같다.
2년 반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영어교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임용고시를 공부했다. 졸업 논문 쓴다 공부한다 해서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면서 그 한해동안 임용에 올인을 했다. 공부하면서 원칙이 있었다. 나이도 있거니와 공부에 올인할 수 있는 여건이 그 한해였기 때문에 후회없이 공부한다 였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하지만 후회가 되지 않았다. 결과는 비록 낙방이었을지라도, 나의 모든 것을 다하여 도전하였을때는 결과에 상관없이 성취감이 있었고, 그 힘이 다음 할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때부터 내 자신을 워킹 컴퍼니walking company로 이름지었다. 내가 어느 누군가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계약하고 그 계약하에 나는 그 일을 성실히 완수하면 되었다. 사고의 전환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렇게 사고의 전환을 하니 두려울 게 없었다. 학교에 원서를 냈다. 마침 수준별 수업이 시작되어서 시간제 강사활동도 괜찮았다. 대학원 졸업 1년후에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강단에서 2년 정도 강의를 했다. 기업에서도 강의가 들어와 일주일에 하루는 대학교에서, 4일은 중학교에서, 오후 3일은 기업에서 강의를 했다. 즐거웠다. 정규직으로 학교에 매어 있는 것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면서 가르쳤다. 정규직으로서의 연금을 못받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으나. 몸으로 체험하는 다양한 장소에서 가르치는 것은 나의 시야를 넓게 만들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로 올라가 칼라테라피와 크로키를 배웠다. 그림과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그림과 칼라를 배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또한 깊어졌다. 그림을 했던 나의 경험이 작용했으리라. 그러다가 인연이 되었던지 아는 분의 비즈니스 제안으로 그림과 관계된 일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도 하지만, 나는 장차 그림과 관계된 더 나아가서는 예술과 관계된 일에 더 비중을 둘 것이고 어느 샌가 그곳에서 완전히 몰두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다. 초록잎이 돋아나는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 덧 여름이 오고 그 덥던 여름도 지금은 높은 파아란 하늘과 머리를 맑게 해주는 가을이다. 이 가을이 나는 좋다. 매 순간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사람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변한다는 의미는 성장한다는 뜻이다. 내 자신이 필요하고 끌림이 있으면 그냥 한다. 즉, 나의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최우선을 두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놓아둔다. 실행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계획한다. 계획하면서 실행한다. 어쩌면 나의 강점 중의 하나가 ‘생각나면 실행하는 행동주의자’ 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라는 말이 있지만, 내가 정말 원하고 끌림이 있다면, 계속해서 생각하다가 이거다 싶으면 실행한다.
나는 실패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또 하나를 경험했다’라고 적극적인 자기 해석을 한다. 예를 들어, 매년 1~2월이 되면, 새로운 학교 강사 자리를 찾아 나선다. 운이 좋아서 근무했던 학교에서 다시 계약하면 좋지만, 예산 문제라든가 교장 선호도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 것이 강사의 운명이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몇 군데의 학교에 원서를 내야 했다. ( 그 전에는 한 번 원서를 내면 바로 합격했다) 원서를 냈던 학교들이 이미 교사들이 내정되어 있었나 보다. 인터뷰와 수업 시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합격되지 않았어도 그 다음 날 내 마음에 드는 학교를 선정해서 원서를 냈다. 일자리는 언제나 있고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이 기간제 강사에 대한 장점은 원하면 매년 다른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다. 단점은 음~~ ‘노후를 보장할 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거절이 두려워 시행하지 않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는다. ‘아님 말고’ ‘나하고 안맞나 보네’. 나의 일상이 거절당하는 것인데 뭐.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 내 마음에 끌리면 일단 하고 봐. 그래야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날아오르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인식도 선택이다. 내가 어느 것을 선택할 지는 내 자유다. 거절을 더 인식할지 수십번의 거절에서 한 번에 대한 수용을 더 기억할지는 내 자유의지다.
나는 아예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인생은 늘 불안정하다.’ 아예 처음부터 불안정하다라는 전제하에 시작하기에 거절도 당연한거고 안되도 당연한거니 나는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고 그 나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냥 하늘에 맡긴다. 나의 낙하산이 점점 강해지고 단단해져서 어떠한 비바람에도 찢어지지 않고 뒤짚어지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훨훨 자유롭게 하늘을 활공하는 낙하산이 되도록 오늘도 나는 새로운 경험에 기쁘게 ‘life is a festival' 라는 생각으로 또 다른 경험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숨을 쉬고 있다.
"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땀을 믿는 사람들이다.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라1
이런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들도 항상 열정과 즐거움을 갖고 일할 수는 없다.
긴 슬럼프에도 빠지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단, 그들은 그 과정을 땀으로 넘어설 뿐이다.
그들이라고 매일의 연습이 지겨울 때가 없겠는가.
다만 그들은 타인에게 구속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구속시킬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여 있다.
-문요한, '그로잉 내 안의 성장본능을 깨워라' 중에서
한 조각 한 조각 의 경험들이 아름다운 퀼트로 된다니 ^____^
우 와~~~~
한 조각의 퀼트 속에 수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담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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