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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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오랜만에 메일을 열었습니다.
캐나다에 다시 이민 생활을 시작하려고 간지가 이년여 됩니다.
그런데 어찌 어찌하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세상살이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매일 새로운 날이 아닌 것이 없지만
매일 매일 일어나서 보는 것도 새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추석직전에 한국에 와서 진해에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다시 출근을 시작한지
이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이년동안 이회사가 변한 것을 생각하며 세상살이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갑짜기 세상에 살게 된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늦으막에 다시 갖게된 직장생활이 웬지 낮설어 보입니다.
벌써 저세상에 가든지 아니면 적어도 직장생활 만큼은 졸업을 해도
진즉이 해야 할 것인데 새롭게 이일을 시작하려니 우선 내 마음정리가
잘 안되는 것입니다.
매일 벌어지는 일들이 가만이 앉아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세상에 이상한 일도 있구나 하면서
엉뚱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저 주어진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이세상에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도 아니고
무엇을 가지기 위한 것은 더더구나 아닌 것인데
막상 현실에 부닥쳐 보면 이런 욕심을 버릴 수가 없지요.
그래도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지요.
이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짐작도 못할 일이지요.
세상을 여기 저기 휘적거리며 열심히 살아서
나름대로 제대로 살았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그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너는 멀었어 세상살이는
그런 것이 아니야 하며
이제부터라도 좀 제대로 살아야지 하며
저 위에서 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하면
막막하기 그지없지요.
어쩔 수 없이 여지껏 살아온 대로 덤덤하게 사는 것인데
무엇을 어찌 해보아야지 하는 생각이 맴돕니다.
저같은 범인이야 세상을 골백번 산다해도 뽀족한 수가 없는데
무슨 수가 있는 듯이 여겨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가요.
저는 2008년 8월에 꿈벗 연수시 10대 풍광에서 2011년 3월에
월급쟁이를 졸업하겠다고 저세상에 가신 사부님한테 엄숙히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되어 새롭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저세상에 가신 사부님이 어찌 된 일이냐고 뭐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
10대풍광이 대부분 잘 안되긴 했지만 이것은
일단은 시작은 잘 되어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모양이 이상해져 버린것입니다.
그러면서 저나름대로 타협을 해봅니다.
월급쟁이가 아닌 월급쟁이 처럼 직장생활을 해보자.
말 장난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저는
자못 심각하게 이일을 해볼랍니다.
원 세상에 이상한 세상살이도 있겠거니 하구요.
돌고 돌아 치열하게 생활하시다가
다시 원점인 고국의 땅으로 회기하셨네요. 강건한 이수 형아의 늠름한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 열정 그 결심과 성실하심을 믿어의심치 않으니까요.
시간이 되시면 이번(10월 19~20일) 괴산 여우숲의 꿈벗 소풍에 내외분 함께 오시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셔요~
그러한 비스므레한 경우의 제게 사부님께서는 "왜 다시 갔느냐? 월급을 아주 많이 주느냐?" 하고 물으셨지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 일에 있어 늘 급여가 제 욕망을 충족시켜주진 않지만 정년을 보장(반신반의 한 것이기는 하지만)해 주겠다네요?"
"새로운 일에 대해 탐사해본 결과 홀로 벌이기에는 만만찮을 듯하며, 동시에 해야 할 일의 병행도 어려울 것 같아서요."
"물론, 처음에야 그렇지. 그러나 한 3년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텐데... ."
당시 나는 빨리 끝내고 싶은 과제가 있었고, 새로운 일의 사업을 벌여서 자리가 잡힐 때까지 마음 조리며 신경쓰기보다 안전하게 직장생활을 좀 더 하며 해결하고 난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볼 요량으로 다시 취직을 했다. 직장 생활은 내가 여태 해온 일을 그대로 하나 이전처럼 경제력에 집중하기보다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며 착실히 소박하게 늙어가겠노라 마음먹었다. 공직생활자로 평소 늘 富보다 名禮를 선택해 왔다고 자부하시던 아버지의 생활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도 내 주변 환경이 확고히 추스려 질 때까지 만이라도 그러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박하기도 했다. 적게 벌지만 정갈한 가짐을 잃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그 일조차 여태 마치지 못한 상태이긴 하다. 아니, 아예 손을 놓아버리게 되고 말았다. 핑계를 대자면 생각보다 다시 시작한 일의 과제가 많았고 더불어 변수도 발생되어 유독 과제를 마치지 못하고 마음이 흩날리는 채 방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워하시는 사부님 속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제법 계획성 있게 실천하리라던 내 생각은 결국 현재로 보면 수포로 돌아가버린 격이다.
새 직장을 다니며 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 사부님께서는 "너, 얼굴이 좋아졌구나!" 하시었다.
"네, 살이 많이 쪘어요." 하며 나는 몹시 쑥스러웠다.
그러나 사부님께서는 "너에게 그 일이 잘 맞는 모양이다." 하시었다.
위로나 격려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말씀의 심중조차 잘 헤아리지 못했다.
나 같은 것에 무에 그리 신경을 쓰실까 해 왔지만 찬찬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토록 어버이 심정으로 나를 읽고 계셨던 것으로 짐작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것인 지의, 내 우선 순위의 표면이 아닌 심중을 꿰뚫어 깊이 이해하고 받아드리셨던 것 같다.
나는 우선 사부님을 기쁘게 해드릴 요량으로 " 이번에 전국적인 평가가 있었는데, 저 그곳에서 최고 점수 받았어요." 하며 뽐을 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좋은 점수를 득했다는 거 밖에는.... "
"음... "
아마도 나는 내가 변경연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열심히 살아가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분야의 다른 일이기도 하지만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명이기도 했으리라.
이수 형아처럼 누가 뭐라할 것도 없는데 솔직하게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 변경연이기도 한 것 같다.
굳이 토해내지 않아도 될 자책 같은 것을 떡하니 까발리며 짚고 넘어가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부님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바람, 조금 더, 조금만 더 깊은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일 터다.
하여 우리도 사부님처럼 그렇게 눈부시고 찬란하게 한껏 살다가 초연히, 아니 기쁘게 사부님을 뵈러 가고 싶은 것일 거다.
감히 흉내조차 내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변경연 이기 때문에 사부님과 같은 영예를 꿈꾸며 누릴 수 있기를 가슴 깊이 열망하는 것일 게다.
명예연구원을 매우 훌륭히 졸업하신 그 때처럼 응원합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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