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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8일 10시 49분 등록
한겨레 bullet03.gif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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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장자>의 외물(外物) 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혜자가 장자를 찾아와 말했다. “자네의 가르침은 하나도 쓸모있는 것이 없네.” 그러자 장자가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쓸모 없는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쓸모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네. 예를 들어, 땅은 넓고 광활하다네. 그러나 사람은 그가 그 시간에 우연히 서 있는 발밑의 땅만을 사용하지. 그렇다고 그의 발아래의 땅만큼만 남기고 나머지 땅을 황천에 이르기까지 깊이 파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과연 얼마나 오래 그가 사용하고 있는 땅을 더 사용할 수 있겠는가?”

 
독서의 계절 때문일까. 서점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제법 늘었다. 둘러보니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당장 성공을 보장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눈에 띈다. 이른바 ‘실용서’라 불리는 이런 책들은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반면 서점 반대편에 있는 인문학 코너의 책은 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자기계발서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습관’에 대해 답을 제시할 때, 인문학은 ‘왜 사람은 습관에 지배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인문학 공부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이런 존재다’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는 무심하다. 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언제 또 시간을 내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것인가? 아마도 인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비실용적인 학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어렵고 모호한 인문서보다 효과가 확실한 실용서를 고른다. 그러나 장자가 말했듯, 실용의 이면에는 ‘편협함’이라는 함정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각해 보자. 과연 성공하기 위한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을까? 실용서는 이러한 주제에 구체적인 답안을 제시하지만, 자칫 그 답만이 유일한 정답인 양 맹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때론 그 책의 작가조차 다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완벽한’ 방법론을 말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게으름’이라는 주제를 보자. 자기계발서는 게으름을 적으로 간주하고 무찌르는 방법을 가르칠 때 인문학은 ‘인간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게으를 때’이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당장 쓸모는 없더라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 우리가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다. 무용의 용(無用之用),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을 빛낸다는 장자의 지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용서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실용서에 열심히 밑줄을 쳤다면 이제는 인문학에 푹 빠져 볼 시기다. 안상헌의 <인문학 공부법>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더불어 대표적인 문학·역사·철학 도서를 소개해 인문과 실용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해준다. 인문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깊어지는 가을, 인문학을 시작하기 참 좋은 날씨다.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아홉번째 칼럼이 10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working/6061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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