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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9일 07시 11분 등록

헤파이스토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아내로 얻은 추남-----

올림포스의 12 주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스 신화 속 수없이 많은 신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추남신이다. 거기다 절름발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대장장이의 신이며, 놀고 먹는 다른 신들과 달리 엄청난 몰입으로 신기한 것들을 줄줄이 만들어 내는 호감가는 신 중의 하나다. 헤파이스토스에 관계되는 이야기들은 특히 흥미진진하다.

신이면서 왜 헤파이스토스만 못생긴 장애인일까 ?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하여 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버전은 이렇다. 제우스가 자가 생식을 하여 아테네가 그 머리를 깨고 속에서 튀어 나오자 질투심이 많은 헤라도 스스로 잉태해서 처녀 생식을 한번 따라 해본 것이다. 올림포스의 최고신과 마찬가지로 여신 중의 최고신인 헤라도 홀로 아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니 헤파이스토스 역시 태어날 때는 온전하고 아름다운 신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불행의 그 날이 찾아 왔다.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헤파이스토스는 하늘에서 태어나 헤라의 젖을 먹고 무럭무럭 크고 있었지만, 제우스의 바람기와 헤라의 질투심이 격돌하는 순간이 잦았다. 그 날도 제우스와 헤라는 이런 일들로 서로 다투고 있었다. 그때 꼬마 헤파이스토스가 지나가다 엄마 편을 들었다. 분통이 터진 제우스가 그렇지 않아도 제자식도 아닌 이 꼬마 헤파이스토스의 발목을 잡아 바다로 던져 버렸다. 헤파이스토스는 하루 종일 하늘에서부터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겨우 렘노스라는 섬에 떨어졌다. 이때의 충격으로 한쪽 얼굴이 일그러지고, 한 쪽 다리는 결국 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꽤 쓸만하기는 한데, 앞 뒤가 잘 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 두통에 고통스러워하는 제우스의 머리를 도끼로 깨준 신이 바로 헤파이스토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 보다 먼저 존재했을 것이고, 그러면 헤라가 제우스 보다 먼저 자가생식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앞뒤가 달라 채택하기 껄끄러워 진다.

또 하나의 버전은 호메로스가 '일리아드' 속에서 한 이야기인데, 헤파이스토스는 태어날 때부터 추남이고, 절음발이였다는 것이다. 처녀생식의 불완전성 때문에 그리되었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고 보니 너무 흉해서 도저히 양육한 자신이 없었던 헤라는 이 불완전한 자식을 죽일 생각으로 바다에 던져 버렸다. 다 죽게 된 어린 헤파이스토스를 받아서 9년 동안 숨겨주고 키워 준 것이 바로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은빛 발의 테티스였다. 그러니 테티스는 헤파이스토스의 은인임 셈이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무구를 새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하여 헤라클레이토스를 찾아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하며 테티스를 반겼다.

"참으로 어렵고 존경스러운 여신께서 내 집에 오셨구려.

여신께서 나를 구해 주셨지. 내가 절름발이라고 해서

나를 없애버리려던 파렴치한 어머니의 사악한 속셈 때문에

내가 멀리 추락하여 고통당하고 있을 때 말이오. 그때 만일

도로 그 자신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오케아노스의 딸

에우리노메와 테티스께서 나를 품 속에 받아 주시지 않았던들 나는

마음 속으로 소통을 당했을 것이오. 나는 아홉해 동안 그분들 곁에서

지내며 속이 빈 동굴 안에서 브로치며 나선형 팔찌며 귀걸이며

목걸이 같은 장신구들을 수없이 만들었지요........

그런데 이제 그분께서 내 집에 오셨으니

나는 마땅히 머리를 곱게 땋은 테티스에게 생명을 구해준 보답을

해야할 것이요"

어린 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 헤라를 미워했다. 버려진지 9년이 지나 헤라의 성대한 생일 날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황금옥좌를 만들어 헤라에게 슬쩍 선물했다. 헤라가 너무 기뻐하여 그 옥좌에 얼른 앉자마자 발과 손이 자동으로 결박이 되고 말았다. 누구도 이것을 풀지 못했다. 모든 신들이 나서서 이 황금옥좌를 선물한 범인을 찾아 나섰다. 그러자 범인이 바로 9살짜리 헤파이스토스임을 알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를 불렀으나 이 대담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꼬마는 오지 않았다. 디오니소스를 보내 술에 취하게 한 다음에야 겨우 헤파이스토스를 데려오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 신궁으로 와서 헤라와 화해하고 12 주신의 하나로 당당히 인정받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신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절름발이 신이다. 그런 그가 바로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 행복했을까? 너무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은 지독히 못 생긴 남편은 마음의 고통이 많은 법이다. 헤파이스토스 역시 아내에게는 늘 찬밥신세였다. 아프로디테가 늘 새로운 연애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군신(軍神) 아레스와의 불륜으로 유명하다. 헤파이스토스는 그들이 자신의 침상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즉시 청동을 보이지 않는 실처럼 뽑아내어 그물로 된 올가미를 만들어 조그만 움직임에도 반응하도록 한 다음 교묘한 기술로 침상 위에 쳐 두었다. 이윽고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그 침상에 누워 포옹하는 중에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헤파이스토스는 방문을 활짝 열어 그들이 벌거벗은 채 그물에 걸려 서로 부등켜 안고 있는 창피한 모습을 다른 신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신들은 그 꼴을 보고 웃고 또 웃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자신도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와 그렇게 창피를 당해보았으면 좋겠다고 놀려 댔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헤파이스토스-현장.jpg

아내에게 늘 상처를 받은 헤파이스토스 역시 마음 속에 연정을 품은 여신이 있었다. 어느 날 아테나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무기를 주문하기 위해 그의 대장간을 방문했다. 평소에 아테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날따라 그 욕망을 참지 못하고, 풀무가 씨뻘겋게 달구어 놓은 화덕에서 타오르는 불구경을 하고 있는 아테나를 덥쳤다.
athena-hephaistos.jpg


깜짝 놀란 아테나가 몸을 빼는 순간, 아뿔사 너무도 급한 그는 그녀의 넓적다리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아테나가 황급히 올리브 잎으로 닦아냈으나 그 중 한 방울이 땅에 떨어져 엉뚱하게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인간의 몸에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억울하게 남의 아이를 낳아버린 분노한 대지의 여신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양육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아테나가 데려다 키우게 되었다. 아테나는 이 아이에게 에릭토니오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주 도와주었다. 아테네의 왕가를 건국한 케크롭스 Cecrops로 역시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이었다. 케크롭스로부터 몇 대째의 왕이 이어진 후, 에릭토니오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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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
2011.11.17 16:19:46 *.110.188.226
신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 불만1 이름이 많고 길어 외워지지가 않고
                                                      2  신화지만 이룰수없는. 아니 늘 갈망하는 본성을 닿을 수없는 읽는 것으로만 만족과 재미를 느껴야 하며 허구야!!!!  하며 연기처럼 날려야 하는 현실
                                                       3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재기하여  끌리게 한다는것

선생님께서 다시 들려준 오늘얘기를 읽다 보니 문득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책이 떠올랐어요.   장애를 가진 여주인공이 사랑을 받을 때 또 다른 여자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도 다리가 없어서 남자친구를 뺏고 싶다고...

사랑이 뭘까?  순간의 사랑을 위해 다리를 자르고 싶다던 그여자의 외침이 . 정말 사랑은 목숨도 건다고 하던데
불인 줄도 알면서 뛰어 드는 그사랑의 힘은 어디서 올까요.  생이 끝나기 전 그사랑을  찾고 싶군요. 무엇이되든

흐린 지금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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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9:20:02 *.170.174.217

선생님의 이야기에 홀딱 빠져버렷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도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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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4 13:47:40 *.212.217.154

세상 가장 진귀하고 아름다운것을 가진다 하여도,

그것을 취할 그릇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 이겠지요.


스스로 그런 그릇이 되기를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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