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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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내려야하는 결정, 현명한 의사결정법은 있을까 ?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 쉬운 결정이다. 물론 이것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정에 서투른 사람들을 우유부단하다고 부른다.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결정이 고뇌의 연속이다. 그들은 결정자체를 유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상은 크고 작은 의사결정 과정임으로 결정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조건이다. 훌륭한 결정을 위한 비책은 없을까 ? 생각해 보자.
첫째,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결정할 때는 당신에게 잘 맞는 휴리스틱스를 설정하여 그에 따르는 것이 좋다. 휴리스틱스란 매번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하여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험이나 직관 혹은 논리에 의해 최적화시켜놓은 의사결정규칙을 말한다. 휴리스틱스를 따르면 매번 일일이 의사결정을 할 때 골치 아플 필요가 없다. 나는 기질상 우유부단한 편이다. 그래서 나만의 휴리스틱스를 정해 두었다. 예를들면 1년 이상 쓸 물건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최고를 고른다. 그러나 일시적인 용도라면 고민없이 아무 것이나 고른다. 살까말까 망설일 때는 사지 않는다. 그러나 할까말까 망설일 때는 한다. 그저그런 상품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경험은 의외의 깨달음과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러나 중요한 선택이 필요할 때는 휴리스틱스(heuristics)를 일시정지 시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보자. 괴팍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부자 삼촌이 죽기 전에 상당한 유산을 당신에게 남겨 놓았다. 그런데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맞추면 주겠다는 것이다. 방에 A,B,C라고 쓰인 3개의 작은 문이 있는 데 그 문 뒤에 유언장이 있다. 뒤에 유언장 숨겨진 문을 찾으면 그 속에 적힌 금액만큼의 유산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신은 B라고 쓰인 문을 선택했다. 그러자 삼촌은 A라 쓰인 문을 열라했다. 아무것도 없다. 잘 되었다. 당신은 이제 확률은 반반으로 높아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때 삼촌은 선택을 바꿀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B를 고수할 것인지, 마음을 바꿔 C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잠시 고민하다 똑 같은 확률이니 그냥 B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 선택은 올바른 것일까 ? 아니다. 당신은 휴리스틱스의 덫에 걸린 것이다. 당신이 만일 C로 옮겨 간다면 유산을 받을 확률은 2/3로 높아진다. B는 여전히 1/3의 확률에 머문다. 정말? 정말이다. 처음 B를 고를 때의 확률은 1/3이었다. A와 C를 다 고를 수만 있다면 맞출 확률은 2/3다. 그런데 A는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C를 선택한다면 유산을 받을 확률은 2/3로 높아지는 것이다. 일상의 의사결정을 할 때는 휴리스틱스가 유용하지만 중요한 결정일 때는 휴리스틱스를 반드시 재검할 필요가 있다. 관련된 정보를 찾아 올바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요소들을 이성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 올바른 결정의 확률을 높여준다.
셋째는 스톡데일 패러독스 Stockdale's Paradox 를 활용하는 것이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8년 동안 20 여 차례의 고문을 받으면서도 미군 포로들을 고향에 돌아가도록 도운 전쟁영웅이다. 그가 그 오랫동안을 반드시 구출될 것이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늘 이야기의 끝을 잊지 않고, 냉정한 현실성으로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용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낙관주의자'들이었다는 의외의 주장을 했다. 다음 크리스마스 까지는 나갈 수 있을 꺼야 그러다 못나가면 다음 부활절까지는 나갈 수 있을꺼야 그러다 못나가면 년말까지는 나갈 수 있을 꺼야 그러다 못나가면 절망하여 죽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난이 언제 끝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현실적으로 그 긴 기간을 서로 견딜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예를들면 고문을 시작한 후 몇 분이 지나면 얼마를 털어 놓아도 좋다는 실토의 이정표를 만들기도 하도, 포로가 홀로라는 고립감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박자를 맞추어 두드리는 통신 체계를 만들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나누었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당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이야기의 끝을 아름답게 하겠다는 신념이 지배하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라는 것이다. 무작정 '잘 될꺼야' 는 금물이다. '에잇, 복불복(福不福)이닷' 역시 금물이다.
우리는 매 순간 마다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동물이다. 일상의 작은 결정은 미리 셋팅된 휴리스틱스에게 일임하자.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관대해지자. 작은 결정의 실수에 대해 분개하지 말자. 그러나 중요한 일에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역학관계를 따져 이성적인 확신을 갖도록 하자. 그리고 모든 중요한 결정에 대하여, 이 결정이 삶의 이야기의 끝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결정일지 물어보자. 그러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자신의 주도적 선택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책임감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당당함이다.
(포스코를 위한 원고, 2011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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