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미지 에세이가 많이 늦었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께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웅덩이에 빠졌나 봅니다.

쓰고 그려야할 소재를 제때에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생생하게 살지 않으니 무엇을 그려야할지 헤메게 됩니다. 

엊그제 '마지막 4중주'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예고로 미리서 좀 알고 가서 그런지 저는 시작부터 슬프더군요. 영화가 계속되는 내내 슬펐습니다. 25년간 함께해온 단원 하나가 파킨슨병에 걸리면서 마지막 연주를 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마지막 연주곡으로 7악장을 모두 연주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연주해야 하는 곡으로 골랐습니다. 인생과 닮았습니다. 

영화 속 계절이 겨울인 것이 영화 내용과 너무나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눈이 쌓일 때는 화려함은 눈에 덮히고 무채색으로 배경이 정리되고, 자잘한 것들은 덮히고 눈이와서 덮어지지 않는 것들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것을 보면서 참 안됐다 싶다가도 삶이란 그런거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 속에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제 머릿속에는 '시험에 들게하지 마옵시고...'라는 말입니다.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삶이란 이런 거지였고, 그리고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영화를 소개하는 문구에는 '불협화음'이란 말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연주하기로 한 곡은 장시간 연주로 악기의 음이 조금씩 틀어지고 결국은 불협화음을 내게 되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문제를 안겨주는 곡입니다. 잠시 쉬면서 악기를 조율하고 할 것인지, 그 상태로도 서로가 최대한 맞추려고 하며 연주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저는 친구들이랑 모임을 하다가 화를 낸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모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모임 자체를 하지 못할 위기를 겪었습니다. 평일 저녁 일정이 어찌될지 몰라서 주말에 모임을 하자는 멤버와 주말은 가족과 보내야 하니 평일에 정해놓고 하자고 하는 멤버들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습니다. 서로가 맞춰보려고도 하지 않아서 화가 몹시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멤버들에게 부탁했던 것은 뭔가 선택을 할 때, 어려운 선택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하고, 자신이 한 번 더 뭔가를 해야 하고, 자신이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어려운 것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부탁의 말을 하면서도 저는 그걸 잘 하지 못했지요.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길이 너무나 멀었습니다. 멤버들이 교통문제를 이유로 자기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약속장소로 잡은 곳은 제 집쪽에서 멀었습니다. 모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둘만이 만날 때도 매번 약속장소를 자기집 가까이 잡는 것 같아 나중에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자신이 좀 힘든 어려운 선택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놓고도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만남은 조금씩 꺼려지기도 했습니다. 같이한 친구들과 영화 '마지막 사중주'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불협화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어려운 선택을 할만한 일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힘이드니까요. 체력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기를 너무나 바랬습니다. 여유가 없을 때 자꾸 쉬운 것만을 선택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서 그랬나 봅니다. 

'시험에 들게하지 마옵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