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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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로 가는 설렁탕집이 있다.
주인은 70대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늘 부지런히 주방과 홀을 오가며 분주하시지만 손님들을 향한 밝은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어느 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그 집에 들렀다.
오후 2시쯤이어서 그랬는지, 한차례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였다.
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설렁탕 한 그릇을 주문한 후 종업원에게 무심코 물어보았다.
“주인 할아버지는 오늘 안 나오셨나요.”
그러자 종업원은 웃으며 조용히 손을 들어 좌식 탁자가 높인 홀 마루를 가리켰다.
“저기 계시잖아요.”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직접 바닥을 걸레로 훔치고 계셨기 때문이다.
“어르신, 이제 청소 같은 건 직원들 시키시죠. 연세도 많으신데 몸 상하실까 염려됩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이건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오.
가만히 무릎을 꿇고 바닥을 훔치고 있노라면 왠지 그 어려웠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겸손한 마음이 든다오.”
나는 이 할아버지의 말씀을 젊은 직장인이나 사업자들에게 곧잘 소개하곤 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선 기꺼이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힐 줄 알아야 한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굽혀야 할 때 굽힐 줄 아는 건 비겁한 게 아니라 용기 있는 행동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서른에도 알았더라면 中 (이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