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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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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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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2일 12시 39분 등록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가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바쁜 사람은 바보다….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변화인 것이다.

322 , 떠남과 만남, 구본형

 

개천절 연휴에 여행을 다녀왔다. 가을로 접어드는 남도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고, 노래와 춤과 맛있는 제철 음식들로 흥겹고 풍성했다. 신나게 잘 놀고 온 여행 중 하나였다. 여정의 순간순간을 열린 마음으로 껴안아 주었고, 나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여행과 즐겁게 어울려 친구가 되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잘 노는 사람은 아니다. 약간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니 즐거웠던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함께 잘 노는 법 세 가지를 마음에 두고 즐길 것이다.

 

1. KTX를 타고 항상 출근하던 길을 지나는 순간은 무척 통쾌했다. 출근길도 배낭을 맨 여행자로 지나가면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롭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떤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두려운 것도, 아쉬운 것도 없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니 그만큼 담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질 터이다. 마음이 열려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진심으로 즐긴 순간만이 황홀한 영상으로 기억된다. 아주 많은 장면을 담아 오리라. 여행의 목적은 그것뿐이다.

 

2. 여행의 첫날 저녁, 기가 막힌 가을 전어에 소주를 한 잔씩 하고 바다로 걸어나갔다. 좁은 방파제 길을 따라 가니 어두운 선착장에 배 몇 척이 묶여 있다. 바다가 어두워 별이 아주 잘 보였다. 짠내와 나무냄새가 나는 선착장에 등을 대고 누워 별들을 올려다본다. 무한히 풀려나간 나는 별과 바다와 낡은 낚싯배가 되어 희미했던 공명과 떨림을 끄집어내 짚어보았다.

 

3. 여행을 함께 갔던 꿈벗들과 친구가 되었다. 강진 다산초당 바로 아래에 있던 숙소에서 늦게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야간 산행을 해보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 여수 바닷가에서 여수밤바다를 부르기도 했다. 여행은 함께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깊은 산의 계곡의 장엄함을 느끼고, 절벽 위의 좌선암에서 바다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파격을 행동으로 옮겨보는 축제, 그 깨어나는 순간, 과거의 나에게서 떠나는 순간의 싱싱한 파닥거림을 공유하는 것이다. 유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행은 창조적인 순간들의 모음이다. 일상에 거는 일시정지이며, 낯선 존재들과 즐겁게 어울려 노는 시간이다. 나는 좀더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내 인생을 채웠으면 좋겠다. 여행처럼 느슨하고 빛나는 나날들이 계속되면 좋겠다.

 

우리 삶의 목적은 세속의 성공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기쁨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며,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다

85, 구본형의 신화읽는 시간,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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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3 12:21:11 *.234.199.239

부러운 걸? 평화로운 여행을 했구나. 직장인이라면 더 더욱 필요한 휴식! 선비 언의 글을 읽노라니 사부님과 여러 벗들과 함께했던 남도여행, 그리고 다산 초당, 밤에는 어느 섬의 선착장 빈 배에 누워 뭍별들을 바라보며 노래와 이야기를 이어가던 일 등이 내게도 떠오르네.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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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11:15:42 *.50.21.20

그쵸? 이런 기분이 드는 여행은 참 오랜만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여행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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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3 21:50:31 *.217.6.151

싸부님의 향기가 떠올려 지는건 나의 생각만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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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13:35:35 *.50.21.20

요즘 다시읽기 해서 그런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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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00:58:53 *.38.189.27

해언이랑 삶의 알흠다운 한 순간을 공유해서 무척 행복했다네. 두고두고 기억날만한 장면이 너무 많았네. 너의 글을 읽으니 사부가 강림한 듯하네. 약간 투박하지만.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드러나는 시간. 아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곳에 놓인 그런 것. 두 팔 벌려 삶을 껴안으면 축복이 우연처럼 강림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여행이었네. 장소보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이 결국 주위에 누가 남아 있고 추억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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