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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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Success Trap(성공 함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엘렌 랭거(Elan Langer)가 제시한 개념으로 과거의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변화하는 시장의 새로운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성공함정’이 비단 경제학이나 기업의 시장 대응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닌 것 같다.
과거의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사고, 또 생활방식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자신이 믿고 고수해오던 사고나 생활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는가? 그것도 평생을 자신의 삶의 모토처럼 생각했던 것이 흔들리는 때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인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달라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과거의 사고나 익숙했던 방식에 매몰되어 현재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되는 것 같다. 아니면, 현재가 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냥 과거에 안주하다가 도태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삶의 패턴이 바로 그러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지나간 일에 연연하고 미련을 많이 갖는 아이였던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던 물건을 잃어 버리면 아무리 더 좋은 것, 새 것을 사준다고 해도 내가 잃어 버린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계속 아쉬워하며 연연해하며 가슴 아파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물건에 대한 애착도 그러할 진대 사람에 대한 애착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나는 사람, 특히 ‘관계’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래서 이게 아닌데, 싶어도 관계를 내 쪽에서 먼저 끝내거나 끊어 내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주도권을 갖고 결정 내리지 못하고 소위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지냈지만 늘 이성관계에서 누가 내게 나가오면 나중에 관계를 끊을 자신이 없어 애초에 시작부터 겁내어 마음의 틈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사람도 물리적으로 잡지 않는 것뿐이지 정서적으로는 내가 잃어버린 관계에 대해서 그 끈을 놓지 못하고 계속 연연해하고 가슴 아파했다.
난 왜 지난 시간에게 작별을 고하지 못하고 계속 미련을 갖는 걸까?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집착?? 정말 완전히 ‘끝’이라고 생각하기 전까지 계속 미련을 갖는 바보 같은 마음, 거기에는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내 믿음에 대한 자만심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하면, 내 마음이 진심이라면 모든 것이 다 통할 것이라는 믿음’ 그러한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던 것은 아닐런지...
내 삶의 족쇄는 어쩌면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고 종결을 짓지 못하여 ‘중간지대’로 진입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이었던 것 같다. 단절하고 끝내야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는데 이것도 놓지 않고 저것을 잡으려고 하니 이것도 놓치고 저것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연애에서도 사랑에서도 또 커리어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은 환경뿐, 실제 나 자신은 그 새로운 변화에 맞춰 제대로 ‘전환(transition)’을 하지 못했다.
서커스를 보면 공중 그네가 있다. 저쪽 편에서 그네가 날아오고 내가 매달려 있던 그네를 놓아야만 저쪽 편 그네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내가 잡고 있는 그네를 놓지 않는다면 절대로 날아오는 그네를 잡을 수 없고, 그러면 절대로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 과거와 결별하고 중간지대로 가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닐까… 내가 잡고 있는 그네를 놓고 날아오는 그네를 향해 팔을 뻗어 뛰어 오르는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공중그네에서 이쪽 그네를 놓고 저쪽 그네를 향해 도약해야 하는 용기이자 결단이다. 비록 저쪽 그네를 잡는 과정에서 추락하는 일을 겪게 되더라도. 그 추락 뒤에는 다시 털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나는 대박 늦게 연구원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전반 4년 정도는 나를 드러내는데 전혀 자기검열이 없어서 하고 싶은 대로 토해내고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반복했어요.
내 강좌를 하고 글쓰기지도층이 되면서^^ 자기검열이 늘어나 차 떼고 포 떼고 할려니 글 쓰기가 재미가 없어지더라구요.
글에서의 자기노출은 글 쓴 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가 해답이겠지요.
내 심층부까지 노출하면 나는 치유받고 독자는 반응하게 되니
결국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결단과 절박함이 관건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작가는 치부노출증 환자'라는 말도 있을 꺼구요.
하지만 나를 노출한 뒤의 피곤과 특히 연루된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살짝 돌려서 '즐거운 거짓말'을 섞어 소설 형태로 가는 것도 시도해 보구요.
'말하고 싶다'와 자기검열 사이의 균형의 문제일 테니, 더욱 센 쪽으로 손을 들어주어야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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