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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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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5일 07시 28분 등록

어느 겨울 깊은 밤 <숲에서 온 편지>의 저자 김용규 형은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랜 만에 통화를 하게 된 후배는 3년 전에 회사를 옮겨서 좋은 직장에서 높은 지위와 근사한 대우를 받고 있었음에도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후배는 용규 형에게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형은 그의 말을 한 동안 들은 후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연에는 겨울이라는 시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우리 삶에도 종종 겨울이라는 시간이 찾아 들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겨울이 찾아온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았는데도 자신의 삶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거기에 있어요. 겨울을 맞아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고,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지나온 봄날처럼 여전히 꽃피기를 바라는 데 우리의 불행이 있습니다.”

 

자연의 원리 중에 삶에 적용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순환하는 자연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연에 계절이 있듯이 삶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인생의 어떤 계절을 맞고 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자기 삶의 계절을 아는 것은 지혜에 속합니다. 지식은 외부의 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데 비해 지혜는 외부와 함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내 짐작이 맞다면 용규 형은 인생의 계절을 가늠하는 지혜를 자연과 함께하는 성찰을 통해 익혔습니다. 형은 후배에게 ‘나무가 겨울을 맞이하고 건너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를 보세요.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들은 가장 붉거나 노랗거나 저다운 빛으로 잎을 물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단풍이라 부르고 그 가없는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하지만 실은 단풍은 나무들이 자신의 욕망을 거두어들이는 모습입니다. 이제 성장을 멈춰야 하는 시간을 맞으려는 의식이 나무들의 단풍인 것입니다. 그들은 마침내 봄날부터 피웠던 모든 잎을 버려 겨울을 맞이합니다. 벌거벗는 의식인 셈이죠. 우리는 그것을 낙엽이라 부릅니다.”

 

나는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4년 6개월 전에 나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회사를 나오면서 인생의 봄이 시작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난 11개월 동안 세 권의 책을 썼고, 그 책들이 하나씩 나올 예정이었으니까요. 출간될 책들을 나는 봄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을의 열매였습니다. 수확의 기쁨에 취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처음에는 몰랐고, 그 다음에는 겨울이 아닌 척 했고, 나중에는 겨울을 봄으로 바꿔 보려고 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무너지고 나서야 나는 겨울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늦게 받아들인 만큼, 또 준비가 덜 된 만큼 겨울은 춥고 혹독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자연에 관심이 없던 내가 이즈음부터 겨울의 숲과 나무들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겨울의 숲과 나무에게 나를 비춰 본 것입니다. 용규 형은 후배에게 말합니다.

 

“나무들은 나목(裸木)이 되어 자신을 지켜냅니다. 겨울엔 오로지 자신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죠. 더 이상 소비도, 생산(인간으로 치면 무모한 모색)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목은 무언가를 생산하려는 시도를 멈춥니다. 당연히 소비도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고요. 간결해지는 것이고,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만 버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에는 그렇게 버티는 것만이 가장 큰 희망이고 수행인 시기가 있습니다.”

 

내 삶의 겨울이 지나갔는지, 여전히 겨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나는 지혜를 체득하지 못한 탓입니다. 알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겨울이든 아니든 좋습니다. 전에는 햇빛 쨍쨍한 여름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여름 이상으로 겨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난 4년을 거치며 바뀐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연의 계절과 삶의 계절을 좋아함이 일맥상통하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삶의 겨울을 보내며 외향 일변도였던 내가 내향(內向)의 본질을 익혔고, 혼자 놀 줄 알게 되었으며, 욕심도 조금은 버릴 줄 알게 되었습니다. 엄살과 허세도 줄었습니다. 겨울은 엄살과 허세를 용납하지 않는 계절이니까요.

 

용규 형은 나무가 겨울을 건너는 방법에 이어서 겨울에 피는 매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화꽃은 꽃눈을 뚫고 핀 것인데, 꽃눈은 매화나무가 지난여름에 이미 만들어 가을과 겨울 동안 고이 지키고 키워낸 것이라고. 돌아보면 삶의 겨울은 현재 내 수준의 밑바닥을 보여줌으로써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는 시기인 듯합니다. 설중매(雪中梅)처럼 겨울에도 꽃이 핍니다. 내향성, 혼자 놀 수 있는 능력, 욕심과 엄살과 허세의 감소는 내 삶의 겨울에 핀 꽃입니다. 그러고 보니 종류만 다를 뿐 사계절 모두 꽃이 핍니다. 제철에 핀 꽃들이 아름답고 건강하듯이 모든 계절이 아름답고 의미가 있습니다.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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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저, 숲에서 온 편지, 그책,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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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멈추고 나침반을 보라>의 저자 박승오 연구원이 <나침반 : 춤추듯 나를 찾아가는 여행 10기>를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대와 30대를 위한 자기 이해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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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5 18:55:46 *.132.184.188

와 ~ 이책 읽고 싶어집니다.

승완님처럼 저도 가끔 자연을 보게 됩니다.

올봄에는 2~3개월 된 풀들만 보이더니, 이제는

몇년된 감나무의 감을 봅니다. 

미처 겨울을 준비할 마음의 준비가 없었습니다.

이제 겨울을 맞을 준비도 해야겠습니다.

멋진 지혜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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