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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9일 05시 43분 등록

나는 마흔이 넘어서 바쳐야 할 목숨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이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푼돈 서푼짜리 인생이었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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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라는 나이는 오묘합니다. 마흔이 되면 한 번쯤 놀랍니다. 내가 벌써 마흔이로구나 하는 느낌 때문이지요. 스물이 되는 것은 젊음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서른이 되는 것은 여전히 푸른 젊음이 한껏 농익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흔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숙함을 말하자니 아직도 젊음이 넘치는 것 같고, 젊음의 계속을 말하자니 젊다고 하기에는 나이가 제법 들어버린 그런 시기입니다. 중년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자니 왠지 내키지 않고, 그것을 부인하자니 그럴 만한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습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중년으로 들어서는 어쩔 수 없는 나이입니다. 공자가 불혹이라고 말한 바로 그 나이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평균수명 100세인 시대에 마흔이 어찌 불혹이 될 수 있느냐고들 하지만, 마흔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불혹이라는 표현이 그다지 틀리지 않음을, 불혹을 받아들여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제법 나이가 든 불혹의 시기에도 달라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흔들림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흔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더 서글픈 게 있지요. 시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이 쓴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 바쳐야 할 목숨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이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푼돈 서푼짜리 인생이었다.’ 듣고 보니 나의 이야기 같지 않나요? 지금 마흔을 걷고 있다면 생각해 보세요. 목숨을 바칠만한 것이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젊음의 기운으로 내달리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게 마흔입니다. 어제를 살았으니 오늘도 살고 또 떠밀려 내일을 살아가지요. 중력의 법칙처럼 밀려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시들고 있는 건 아닌지요.

 

체 게바라의 젊음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친구 알베르토는 남미 여행을 떠나자고 말합니다.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길을 떠나자는 거지요. 그는 카페에서 졸고 있던 무기력한 중년남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 저렇게 끝날래?” 구본형 선생님의 표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참한 일이었다. 푼돈 서푼짜리 인생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대책 없이 시들어가는 게 마흔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그 마흔의 한가운데서 구본형 선생님은 변혁을 일으킵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책을 씁니다. 이제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이제는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삶을 바꾸어 갑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구 선생님은 변화경영전문가라는 1인기업을 일구어 냅니다. 그건 혁명이었습니다.

 

누구나 구 선생님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변혁을 시도해도 삶은 요지부동이고, 무언가 시도한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지요. 혁명을 하겠다고 호기 있게 나섰다가 주저앉는 경우는 왜 없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실패한다는 게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시들어 간다는 것이지요. 나이에 밀리고, 현실에 쫓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들어 간다는 게 더 서글픈 일이지요.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런 마음은 더 커집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마흔, 자꾸 너무 늦은 것 같은 마흔. 마흔은 그런 나이, 그렇게 점점 나이가 더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자꾸 시들어 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나요? 잎은 마르고, 채 피우지 못한 꽃은 이미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그런 스스로를 바라만 보며 시들어가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 않고 있는 것뿐일 테니까요. 마흔의 시기에, 또는 그보다 더 많은 나이에 삶을 바꾼 사람들이 한둘이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그들도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도 압니다. 마흔은 삶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100세 시대로 계산하면 이제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기입니다. 서푼짜리 인생이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실제 그런 인생이 되어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드는 건 왜일까요.
지금 마흔을 걷고 있나요? 지금 시들고 있나요? 혹시 스스로 시들고 있는 건 아닌가요? 지금 마흔이라면, 시들지 마세요,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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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0 06:39:58 *.217.6.142

마흔. 그 나이는 나에게 찬란함으로 다가 왔습니다. 책으로써 싸부로써 그리고 시작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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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0:11:34 *.97.72.106

시들어감을 정신차려 혁명하지 못하면 그저 시들뿐이지요. 지금의 저가 그렇다는 생각으로 잠못이룬 밤의 다음 날 아침에 호흡 가다듬어 읽습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마음 다잡아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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