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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05시 20분 등록

율리시즈 (ULYSSES)

제임스 조이스 지음 / 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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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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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아일랜드 소설가이자 시인

20세기 초 근현대 아방가르드 시대에 가장 영향을 미친 작가

출생: 1882 2 2

사망: 1941 1 23 (스위스, 쮜리히)

 

Ulyses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는 1882 2 2일 더블린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4킬로미터 떨어진 라스가에 있는 브라이턴 서부 스퀘어 41번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존 스태니슬로스 조이스(John Stanislaus Joyce)는 지방 정부의 세금징수원이었다. 어머니 메리 조이스는 조이스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여섯 살 되던 해 예수회 학교로 널리 알려졌던 클롱고우스 우드 기숙학교(Clongowes Wood College)에 입학한 조이스는 남자 아이들만 가득한 이곳에서 엄격한 규율 속에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로 자랐다. 이 곳 생활과 과보호 경향을 가진 어머니, 원칙적이고 남성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그의 첫 창편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잘 그려져 있다.

 

1891년 아버지의 실직과 함께 조이스의 가계는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가난과 추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아일랜드 남성 특유의 체면치레와 남성우월주의적 태도 등은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서 잘 읽을 수 있다. 결국 클롱고우스 우드를 자퇴한 조이스는 기독교 형제 학교에 입학했으며 그곳에서 폭넓은 독서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작문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조이스는 글쓰기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하는 등 이때부터 문장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자라면서 조이스는 파산지경에 이른 가정의 혼란과 불확실성,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이를 신앙심으로 극복하려는 어머니 등의 모습을 매일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내면에서 솟는 알 수 없는 성적 욕망과 싸워야 했다.

 

그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율리시즈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되다

이제는 20세기 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율리시즈]는 출간 당시에는 음란성과 신성모독 등의 이유로 집필 내내 많은 논란을 낳았고 출판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매우 난해한 소설이여 읽기에 어려움이 많은 [율리시즈]이지만, 독자들의 관심은 이 소설의 지나친 난해함과는 별개로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쓰인 소설로 [율리시스]를 꼽히고 있으며 [율리시스]가 만들어낸 문학박사가 [율리시스]를 읽은 독자보다 많을 것이란 농담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이른바조이스 산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일랜드 더블린에는 조이스와 관련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있고, 더블린에 있는 제임스 조이스 센터는 조이스 문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율리시스]의 내용에서 등장하는 특정일인 6 16일에는 더블린의 전지역에서  블룸스데이(Blooms’ Day)’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이 날엔 전 세계에서 온 [율리시스] 열성팬들이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의 발자취를 찾아 더블린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파리, 취리히, 등등 조이스가 거주했던 그 외의 도시들에서도 조이스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임스 조이스는 21세기 유명 작가를 넘어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서도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다.

 

조이스의 전 작품은 그의 조국 아일랜드 더블린 사람들의 삶을 그린 것이다. [더블린 사람들(1914)],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과 더불어 [율리시스]까지 이른바더블린 3부작이라고 불리는 세 소설은 조이스가 겪었던 더블린 사람들의 실제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조이스 문학은 19세기 영국의 사실주의 소설과 20세기 유럽의 실험주의 소설의 경계선 상에 있고, 내용적으로는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블린 사람들의 내밀한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소설은 연재하는 내내 연재중단과 소송 위협을 받았다. 이런 불화 때문에 조이스는 1915년 아일랜드를 떠나 취리히로 옮긴 뒤 1941 1 13일 십이지장 수술 후 생긴 합병증에 의해 사망할 때까지 다시는 아일랜드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더블린이 자신의 문학 전체를 지배하는 터전임과 동시에 끊임없는 비난과 위협의 진원지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조이스 삶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조국에서의 외면과 영어권 사용국가 전체의 매도와는 대조적으로 조이스 문학이 비영어권인 유럽 대륙에서 먼저 인정받고 공인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또한 이례적라고 할 수 있다.

 

조이스의 작품은 전체가 하나의 연작처럼 읽힌다. ‘더블린 3부작이라고 평가받는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는 같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같은 장면이 계속되기도 한다. 특히 스티븐 디덜러스([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가 레오폴드 블룸을 만나는 과정은 [율리시스]의 중심 에피소드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의 세 사람이 보낸 1904 6 16일 하루를 묘사한 작품이다. 젊은 지식인 스티븐 디덜러스와 신문광고 모집인 레오폴드 블룸, 블룸의 부인 마리언 블룸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세 사람의 내면과 무의식의 흐름을 좇아간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형식을 따라 배열된 18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블룸의 비밀스러우면서도 관음증적인 성욕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4 – CALYPSO (칼립소)

  <103> 고양이는 머리가 나쁘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러나 사람이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보다도 고양이가 우리 말을 더 잘 이해하는 법이다. 이 녀석은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이해한다. 게다기 집념이 강하다.

 

  <103> 그는 고양이의 어두운 눈동자가 욕망 때문에 좁아지고, 그 눈이 두 개의 녹색 구슬과 똑같아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104> 그는, 고양이가 세 번 입을 대 보고 가볍게 핥기 시작했을 때, 그 수염이 약한 빛 속에서 철사처럼 빛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수염을 깎으면 고양이가 쥐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일까? 왜 그럴까?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가? 아마도 수염 끝이. 그렇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는 하나의 촉각 역할을 하는 거야, 틀림없이.

 

<104> 왜 고양이의 혀는 저렇게 까실까실할까? 핥기 좋게 온통 잔구멍이 나 있다. 무엇인가 고양이에게 먹일 것은 없나?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없다.

 

<104> 그는 그러고 나서 그녀가 몸을 뒤쳐서 침대의 느슨해진 놋쇠 고리가 삐걱 소리를 냈을 때 더 낮은, 따뜻하고 무거운 한숨소리를 들었다. à 이게 무슨 의미일까?

 

<104> 블룸의 손은 그의 머리글자가 든 외투와, 유실문 보관소에서 산 중고 레인코트를 걸어 둔 못에서 자기 모자를 집었다.

 

<106> 그녀는 전날 빵, 바삭바삭하는 껍집을 뜨겁게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십으면 젋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동방 어딘가의 나라에서 아침 일찍, 날이 새자마자 출발해서 태양보다 앞서 여행하면 하루의 진행을 단축시킨다. 영원히 그것을 계속하면 이론적으로는 나이를 조금도 먹지 않는다.

 

<106> 그것이 신호다. 신호, 저녁 바람이다. 나는 지나간다.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 한 어머니가 혼자 문간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높은 벽, 그 저편에서 현악기 소리가 울린다.

 

<110> 답이 나오지 않은 채 숫자는 머릿속에서 하얗게 흐려졌다. 그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숫자가 사라지는 대로 그의 눈을 채웠다. 그리고 그는 양념을 발라서 구운 돼지고기의 미지근한 냄새를 조용히 들이마셨다.

 

<113> 구름 하나가 차차 태양을 덮기 시작하여 완전히 가리고 말았다. 잿빛이다. 멀리까지.

 

<114> 회색 공포가 그의 육체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는 신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모퉁이를 돌고 에클즈거리로 돌아 집으로 길을 서둘렀다. 차가운 기름이 그의 피를 냉각시키면서 그의 정맥을 흘렀다. 나이가 그를 소금의 외투로 감쌌다.

 

<118> 윤회라,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스어야. 그리스에서 온 말이야. 영혼의 전생이라는 뜻이지.

 

<125> 가벼운 구토를 일으키는 후회의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의 등뼈를 따라 내려갔다, 일어날 건가?  일어날 거야. 막는다. 헛된 일이지. 움직일 수가 없다. 소녀의 달콤하고 가벼운 입술. 그 입술에도 일어나겠지. 그는 척추를 흐르는 구토 기운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간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키스를 받는 입술, 키스하면서 키스를 받는다. 푹신하게 달라붙은 여자의 입술.

 

<126-127> 눈부신 빛 속에서 사지가 가벼워지고 차가워졌다. 그는 그의 검은 바지를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자락, 무릎, 무릎 뒤를, 장례식은 몇 시였던가? 신문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아.

 

<127> 하는 높이 공중에 울려 퍼지는 금속음과 어두운 신음소리, 성 조지 교회의 종이다. 때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소리 높이 울리는 어두운 쇳소리

 

13 – NAUSICAA (나우시카)

 

<575> 저 멀리 서쪽에서는 해가 막 져가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쉬운 듯 마지막 노을이 바다 위에, 해변 위에, 예부터의 만의 물을 지키면서 오만하게 서 있는 낯익은 호스곶 위에, 샌디마운트 해안 지대의 해조로 덮인 바위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서 있는 유서 깊은 교회 주위에 아름답게 머물러 있다. 이 교회로부터 가끔 정적 속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폭풍에 시달린 사람의 마음을 인도하는 영원한 등불, 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에게 올리는 기도의 목소리들이었다.

 

 

<575> 세 소녀가 바위에 앉아 석양의 경치와, 아직은 하오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녀들은 마음에 드는 이곳에 와서 반짝이는 파도 옆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도 하고 여자다운 화제에 열중하기도 했다.

 

<576> 이보다 진실한 마음씨를 지닌 아가씨는 또 없으리라, 언제나 웃고 있는 집시 같은 눈, 잘 익은 버찌와 같은 붉은 입술, 쾌활한 목소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579> 어째서 여인들의 눈은 그리도 마력적인가 짙푸른 아일랜드 푸른빛를 띤 거티의 눈동자는 운기 흐르는 속눈썹과 표정 풍부한 짙은 빛깔의 눈썹으로 인해 더욱 두드려져 보였다. 전에는 그녀의 눈썹에 이 정도로 부드러운 매력은 없었다.

 

<579> 그러나 거티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그 풍성한 그 머리카락의 아름다움에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곱슬진 암갈색머리였다. 그녀는 마침 초승달이 뜨는 날이므로 오늘 아침 그것을 막 자른 참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머리 위로 풍성한 머리다발이 눈부시게 늘어뜨려져 있다. 또 그녀는 손톱 손질도 했다. 목요일에 하면 복이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방금 에디의 말을 듣고는 빰에 섬세하고 옅은 장밋빛 홍조를 띠우며 수줍어 하는 그녀의 표정은 신이 빚으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 내에서도 견줄 여성이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580> 거티가 입은 옷은 단순했지만 본능적인 판단으로 귀부인형을 고른 것이었다. 그가 그 근처에 잠깐 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약간 있었으므로.

 

<581> 그녀의 우아한 발목은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부분과, 위쪽은 가터벨트 형태를 띠고 뒤꿈치 부분은 그물 형태로 된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보기 좋은 다리 전체와의 완벽한 비율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드러냈다.

 

<582> 그녀는 행운의 바탕이 된다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이었고, 또 신부가 옷 어딘가에 푸른색을 조금 지니면 행복해진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좋은 운명이 오기를 기도했다. 왜냐하면 지난주 어느 날, 그녀가 녹색 옷을 입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중간시험의 장학금을 위해 공부하라며 그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한 슬픈 일이 있었으므로, 또 그녀는 이날 아침, 낡은 속옷을 뒤집어서 입을까 고심했는데, 이는 속옷을 뒤집어 입으면, 그날이 금요일만 아니라면, 행운이 찾아오고 연인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à 미신에 징크스 같은 것이지만 이런 미신에 희망을 걸어서라도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싶은 마음들이 있다. 물론 나도.

 

<582>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녀의 얼굴에 떠오르는 저 굳은 표정! 신경을 갉아 먹는 슬픔이 얼굴에 새겨져 있다. 그녀의 영혼이 그녀의 눈 속에 드러나 있다. 지금 당장 내 방으로 돌아가 혼자 마음껏 울고, 가슴을 조여 오는 이 감정을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후련할까? …
그녀의 결혼에 대한 백일몽이 한갓 공상일 뿐임을.

 

<583> 그녀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랑은 그녀의 발아래 진기하고 불가사의한 애정을 바치는 왕자의 매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강하고, 과묵한 얼굴을, 이제까지 이상적인 여성을 만난 일이 없는, 아마도 머리에는 약간 백발이 섞인 남자다운 남자다. 여자를 이해하고, 그 튼튼한 팔로 힘껏 그녀를 품어 안고서, 길고 긴 입맞춤으로 위로해주는 그런 남자. 틀림없이 천국과 같은 기분이리라. 그런 남자를, 그녀는 이 향기로운 여름의 석양빛 아래 앉아서 동경하고 있다. 마음의 모든 것을 바치고, 오직 그만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앞으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의 약속된 아내가 되기를 바란다.

 

<583> 거티는 남편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음식과 의복을 준비할 것이다. 여성다운 지혜를 가진 그녀는 보통 남자들이 가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584> 남편은 훤칠한 키에 어깨가 떡 벌어져 있을 것이며(그녀는 항상 남편으로 키가 큰 남자를 원했다), 꼼꼼히 손질한 콧수염 아래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빛나는 그런 남자일 것이다. 그와 그녀는 대륙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고(꿈 같은 3주간!), 그리고 그 다음엔 작고 아늑한 집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날마다 소박하면서도 빈틈없이 갖춰진 아침식사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일하러 집을 나서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와 진심어린 포옹을 하고는, 잠깐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것이다.

 

<586> 하지만 그렇게 많은 가정이나 가족을 파멸시켜 온 저 천한 음료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왔다. 그녀는 음주벽이 가져온 가정 내 폭력을 직접 목격까지 한 바, 그녀는 음주벽이 가져온 가정 내 폭력을 직접 목격까지 한 바,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서 그 몹쓸 마력의 희생양이 되곤 했던 것인데,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자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589> 물론 그것은 저편에서 보고 있는 신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었다. 그녀는 따뜻한 홍조가, 거티 맥도웰, 그녀에게는 늘 위험한 산호인 그 붉은빛이 자신의 뺨으로 올라와 후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까지는 무심히 스쳐 지나듯 신사와 시선을 마주친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번엔 모자 챙 아래로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황혼 속에, 그녀가 바라본 그 신사의 얼굴은 창백하고 묘하게 굳어져 있어, 그녀가 이제까지 본 얼굴 가운데 가장 슬프게 보이는 듯했다.

 

<589> 교회의 열린 창으로부터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원죄의 얼룩 없이 태어난 성모의 향기로운 이름들이, 신비로운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존경하올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지극한 사랑의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신비로운 장미여 하는 기도 외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590> 그리고 이제 그 풍경은 서서히 다가오는 저녁의 어둠 속에 묻혀가고 하늘엔 구름이 밀려들고, 호스곶의 베일리 등대엔 불이 켜진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교회의 노랫소리, 그리고 교회에서 태우는 향냄새, 이 모든 것이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응시하는 동안, 그녀의 가슴은 두근두근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신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녀였고, 그의 시선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의 내부를 샅샅이 뒤지고, 그녀의 영혼 자체를 읽어내기라도 할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591> 그녀가 그토록 자주 꿈꾸던 일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그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그를 원했기에, 본능적으로, 그가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느꼈기에. 여인이 되어가고 있는 소녀의 심장이 그 사람에게로, 꿈속의 남편에게로 이끌렸다.

 

<592>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가 자신과 사라에 빠지게 된다면, 그의 지난 사랑의 기억들, 추억들조차 모두 용서할 것이며 그 사람 역시 그 모두를 잊게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참다운 사내로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포근히 껴안으리라, 사랑해주리라, 그만의 소녀, 오직 하나뿐인 그만의 그녀를.

 

<594> 거티는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잠시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더욱 우아한 밤색 머리가, 그 어떤 소녀의 어깨 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아름다운 머리가 나타났다.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이 정도의 머리를 만나려면 적어도 수백 마일은 헤매 다녀야 하리라.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그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생각이 들어, 그녀는 전신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챙 밑으로 훔쳐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다시 썼다. 그는 뱀이 먹이를 바라보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본능이, 그녀가 그의 내면의 악마를 깨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이마까지 화끈 달아오르면서 탐스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595> 그리하여 그녀는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고, 그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또 그녀는 그가 초조한 듯 어색하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어 시곗줄을 만지작거리면서 교회 쪽을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거티는 그 신사가 정열적인 성격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꽤나 억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순간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에 매혹되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그 탁월한 외양 곳곳에 자기 억제의 표현을 드러내며, 점잖고 엄숙한 신사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596> 그녀는 어떤 감동이 온몸에서 격렬하게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근처의 느낌과 코르셋이 닿는 곳의 초조한 느낌으로 그것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596> 또다시 그의 검은 눈은 마치 그녀의 윤곽 전체를 빨아들일 것처럼, 여신의 신전에서 경배하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의 정열적인 응시에 거짓 없는 숭배의 마음이 드러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이 남자의 얼굴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은 너 때문이다. 거트루드 맥도웰이여, 그리고 너는 것을 알고 있다.

 

<597> 그녀들 모두 거티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그들과는 다른 영역에, 다른 차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 것이므로, 그녀들은 이 점에 대하여 오랫동안 곱씹어 보아야 하리라.

 

<599> 어느 날 저녁에 냄새를 싼 신문에서 발견하여 베껴둔, 그토록 깊이 감동을 주었던 그 시처럼,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자기도 시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599> ‘어느 날엔가 그대 또한 황혼에와 같은 시구가 있었다. 시 속에 그려지는 저 덧없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생겨나는 슬픔이,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침묵의 눈물로 그녀의 눈을 흐리게 했다.

 

<599> 그녀가 그 남자의 눈에서 읽은 저 마법과 같은 유혹이 진실이라면,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랑은 열쇠장수를 비웃는다.

 

<601> 그녀는 한 순간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빛이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얼굴에는 달아오른 정열이 있었다. 무덤과 같은 침묵의 정열이, 그리하여 그것이 그녀를 그의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여러 가지 참견을 하는 사람이 없어져, 마침내 그와 그녀는 단둘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죽을 때까지 믿을 만한, 강직하고 진실한 남자라는 것, 손 가락 끝까지 불요불굴의 명예 인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손과 얼굴이 움직이자 전율이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그녀는 몸을 뒤로 쭉 빼고서 멀리에 있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무릎에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녀가 포동포동한, 부드러운, 아름다운 다리 전체를 드러냈을 때, 그것은 보는 사람은 그와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심장과 고동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의 그러한 정열에 대해서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02> 또 하나의 불꽃이 올라갔다. 그녀는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투명한 가터벨트가 불꽃으로 인해 푸른빛으로 빛났다. 모두가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것 봐, 저기 좀 봐. 그녀는 불꽃을 보기 위해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무엇인가 기묘한 것이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앞으로, 뒤로, 어둡게. 그리고 그녀는 길다란 원통형 꽃불이 나무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들은 높이, 높이 올라가는 그것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하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높이, 높이 치솟는 그것을 눈으로 쫓기 위하여 점점 더 뒤로, 뒤로 몸을 젖혀야 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리하게 몸을 뒤로 젖힌 탓에 신성하고도 매혹적인 장밋빛으로 붉게 애무하는 면직물, 그녀는 그에게 그것이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꽃불은 너무나 높이 올라가 한 순간 보이지 않게 뵈었고 그녀는 너무 무리하게 위를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사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602> 그녀는 흐느낄 듯이, 그 하얀 가는 팔을 내밀며, 외치고 싶었다, 이리 와서 그 입술을 내 이마에 대어 달라고, 그녀는 갈구했다, 어린 소녀의 사랑의 외침, 오랜 세월 거듭되어 온 그 외침으로.

 

<603> 그리고 나서 그 모두가 잿빛 하늘로 이슬처럼 녹아 사라졌다. 모두가 침묵으로 돌아갔다. !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일으켜서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을 담고, 머뭇거리듯 비난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흘끗 쳐다보자 그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603> 얼마나 비열한 남성인가! 그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름다운, 더러움이 없는 영혼의 소리가 그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그는 실로 천한 짓을 저질렀다. 소녀의 호소에 터무니없는 짓거리로 응답했다. 이 얼마나 천한 인간인가. 소녀는 이번 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까? 아니다, 천 번도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그들만의, 그들을 가려주는 해거름의 어둠 속에서의, 두 사람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석양의 어둠 속을 여기저기 조용히 날아다니는 작은 박쥐 말고는 그것을 아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작은 박쥐가 이야기할 리 있는가.

 

<603> 그녀는 똑바로 섰다. 여운이 남는 마지막 눈짓에 두 사람의 영혼은 교감되어, 그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그의 눈초리는 이상한 빛을 띠고, 그녀의 아름다운 꽃과 같은 얼굴에 황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창백하게 미소 짓는 표정을 그에게로 돌렸다. 감미로운 용서로 가득 찬 미소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미소를.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604> 구두가 너무 죄는가? 아니. 그녀는 절름발이이다! !

미스터 블룸은 그녀가 다리를 끌면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엾은 소녀! 그래서 그녀를 제쳐놓고 다른 소녀들이 전속력으로 뛰어간 거였구나. 그녀의 모습에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버려진 미녀. 불구는 여자에게 10배나 더 손해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자는 정숙한 법이다.

 

<605> 모르는 척하는 것이 좋아. 필요 없다고 하면 저쪽에서 쫓아오거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잡아붙드는 거지. 자기 스스로 그것을 알 수 없다니 여자는 불쌍해. 터질 것 같은 스타킹의 꿈. 그것을 어디서 봤지?

 

<605> 여자는 핀을 하나 뺄 때마다 매력을 잃는다지. 핀으로 꼼꼼히 잘 여민다. , 메리는 자신의 핀을 잃었다네. 누군가를 위해 정성들여 성장하고 여자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유행의 역할, 슬슬 비밀을 알아차릴 무렵이 되면 또 바뀐다.

 

<606> 그것이 시작되면 여자들은 악마로 변한다. 어두운 악마 같은 표정. 몰리는 몸무게가 1톤이나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었다. 발바닥을 긁어 줘요. , 거기 네, 기분이 아주 좋아요. 이쪽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한 달에 한 번 휴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것일 때 하면 안 되는가?

임신할 염려는 없지. 우유도 상하게 하고, 바이올린 줄도 끊어놓는다지, 여자가 그것 중일 때는 정원의 풀들도 시든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 게다가 옷에 장식한 꽃이 시들어 잇는 여자는 바람둥이라는데. 여자란 다 그런 것이다.

 

<608> 미스터 블룸은 조심스러운 손으로 젖은 셔츠를 매만졌다. , 큰일이다, 저 절름발이 마녀 같으니. 차갑고 끈적끈적하군. 뒷맛은 안 좋아. 그래도 남자란 어떻게 해서든 배설해야 한다.

동기는 신성한것이어라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무슨 말을? 하지만 이야기를 어디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면 상황이 곤란해져. 여자들이란 질문을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되물어오는 법이거든. 얌전히 마차 안에 머물러 있는 게 상책이다.

 

<609> 첫 키스가 계기가 된다. 기회가 무르익은 순간, 그녀들의 내부에서 무엇인가가 터진다. 남몰래 글썽이는 눈에서 전해지는 그 말. 최초의 생각들만큼 강력한 건 없다. 그것을 그녀들은 죽는 날까지 기억하고 있다.

 

<613> 남자의 약점은 언제나 그의 아내를 보면 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은 운명. 두 사람만의 비밀. 여자가 돌보지 않으면 타락해버릴 남자들. 작달막한 계집에겐 체격이 왜소한 남편이 붙는다. 신은 그 지으신 대로 이들을 짝지어 주신다. 그런데 가끔 아이는 제대로 생긴 것이 태어난다. 0 더하기 0 1이라. 그런가 하면 70세 부자 영감탱이가 수줍음 타는 어린 아내를 얻기도 한다.

 

<614> 어쨌든 문제는 자력이야.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력이 있어. 예를 들어, 지구 역시 자력에 따라 끌리거나 끌어당긴다. 운동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거지. 그리고 시간은? 그렇다. 운동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에 무엇 하나가 멈추면 온 우주가 서서히 멈춘다. 서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짜여 있으니까.

 

<615> 왜 지금에서야 이 향기를 맡았을까? 냄새가 여기까지 닿는 데에는 그 아가씨가 오는 것과 같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늦지만 확실하게. 수백만 개의 미분자가 불려서 날아온다고 생각해 봐.

사실 여자의 피부는 대단히 얇은 베일이나 망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잇다. 여자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무지갯빛 도는 미세한 거미줄 같은 것을 실을 잣듯이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다. 그녀가 벗는 모든 것에 그것이 묻어 있다. 스타킹의 발가락 끝부분. 이제 막 벗은 구두. 코르셋. 속바지. 가볍게 차서 던져 놓는다.

 

<618> 그대만의 작은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 사랑 그리고 항해. 그리고 이번 것은? 물론 그 아가씨가 다리를 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너무 불쌍히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여자들은 그것을 기회로 삼으니까 말야.

 

<623> 그녀가 처음으로 코르셋을 입었을 때의 기억. 그것을 보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지. 젖꼭지도 처음에는 작다. 왼쪽 것이 민감할 테지. 나도 그래. 심장에 가까우니까? 풍만한 가슴이 인기였던 시절엔 속에 패드를 넣고 다녔지.

 

<626> 아침이면 누군가의 발이 이걸 뭉개고 지나가겠지. 소용없는 짓이야. 파도에 씻겨버릴 걸. 밀물이 밀려와 여기까지 웅덩이를 만들어 놓을 거야. 주름과 상처와 낙서로 뒤덮인 저 바위들. 저들은 순수하도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다른 세계라니 무슨 뜻인가.

 

<626> 블룸은 느릿느릿 발을 움직여 글자를 지웠다. 모래는 끔찍한 물질이다. 모래 속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아. 모든 게 사라져버리지. 큰배가 여기로 닿을 일은 없겠지.

 

<8> 이 책의 기본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 나라의 독특한 조건과 문화(한국의 공채 제도처럼)가 전혀 다르다 해도 개인에게 닥치는 문제는 각자 스스로 훨씬 더 잘 통제해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생 동안 몇 번이라도 구직의 길에 다시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스스로가 이제 취업 경영자가 되어야 합니다.

 

18 – PENELOPE (페넬로페)

<1135> 세상에서 뭐라 하든 중요한 것은 처음 뿐이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그런 일은 생각지도 않아. 결혼하고서가 아니면 왜 남자에게 키스할 수 없을까? 가끔 온 맘으로 아주 좋은 기분을 느낄 때에는 마음이 미칠 것 같아. 사랑하고 싶어지는 거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는 가끔 누구라도 좋으니 곁에 있는 남자가 나를 붙잡아 팔에 껴안고 키스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길고 열렬한 키스만큼 황홀한 게 또 있을까. 그것은 영혼의 바닥까지 마비시킬 정도지.

 

<1137> 그래. 내가 램프에 불을 켰을 때만 해도 그랬어. 저 터무니없이 커다란 시뻘건 짐승 같은 것을 가지고 서너 번 덤벼들었음에 틀림없이 그의 것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거시기라고 부르는 혈관인지 뭔지 하는 것이 터질 듯했지. 오랜 시간을 들여서 옷을 입기도 하고 향수를 뿌리기도 하고 머리를 빗거나 한 다음 쇠살문을 내리고는 이번에는 옷을 몽땅 벗어버리다니. 인두나 무슨 쇠 리렛대 같은 것이 계속 서 있기만 했으니. 그는 틀림없이 굴을 먹었을 거야. 그것도 여러 되를.

 

<1140> 오 사랑스러운 메이여. 그런 남자를 어떻게 견딘담. 나 같으면 죽어 버릴 거야. 구두벗을 줄도 모르는 바보라니. 그런 남자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잠자리를 하느니 스무 번이라도 죽는 게 나아. 물론 나 정도의 여자로서 저런 사내를 꾹 참고 견딘다는 일은 여간해서 찾아볼 수 없을 거야. 나하고 자면 내가 어떤 여자인지 알 수 있대. 그리고 그이도 마음 밑바닥에선 그걸 알고 있어.

<1140> 남편을 독살한 저 미시즈 메이브릭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을까. 아마도 다른 사내와 사랑에 빠져서 그랬을 거야. 훗날 탄로가 났지. 그런 일을 하다니. 그 여자는 정말 못돼 먹었지 뭐야. 물론 무섭고 혐오스런 남자도 있지. 여자들로 하여금 미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고 걸핏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천한 말을 입에 담지. 남자들이란 나중에 그렇게 한심해질 거면 도대체 뭐 때문에 우리에게 결혼에 달라고 할까. 그래 남자란 우리 여자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야.

 

<1143> 여느 때와 같은 능청맞은 모습으로 별로 볼일이 없을 것 같은 그런 곳에서 그이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남자란 여자 일이라면 어디에나 가서 어떤 일이라도 하지만 어디에 갔었느냐고 결코 물어서는 안 돼. 그러면서도 남자들을 여자에게 어디를 갔다 왔느냐. 어디에 가 있느냐를 알고 싶어가는 거야. 나는 그이가 내 뒤에서 남몰래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눈을 내 목에 딱 붙이고 말야. 그이는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삼가고 있었어. 그가 너무 흥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반쯤 돌아보며 걸음을 멈췄지. 그러자 그이는 나에게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몹시 난처하게 만들었어.

 

<1197> 그 이는 무어인이 성벽 아래에서 나에게 강렬하게 키스했었어. 그리고 나는 그이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런 다음 나의 눈으로 그이에게 키스해 달라고 졸랐지. 그래 그이는 내가 승낙한다면 네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팔로 그의 몸을 감은 거야. 그래. 그리고 그이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어. 그이가 내 향기로운 유방에 닿을 수 있도록 그래 그이의 심장은 미칠 것처럼 뛰었지. 그리고 그래 나는 네라고 말했어 좋다고 말야.


3.             내가 저자라면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본 서인 <율리시즈>는 총 18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더블린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의 보낸 하루의 일과를 묘사한 작품이다. 1904 6 16일의 특정 하루 일과를 묘사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614> 어쨌든 문제는 자력이야.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력이 있어. 예를 들어, 지구 역시 자력에 따라 끌리거나 끌어당긴다. 운동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거지. 그리고 시간은? 그렇다. 운동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에 무엇 하나가 멈추면 온 우주가 서서히 멈춘다. 서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짜여 있으니까.

 

[보완점]

솔직히 이 책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제임스 조이스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추후 내가 저자라면부분의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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