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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07시 44분 등록

무엇을 적을까 조금 고민하다가 창 밖을 바라본다. 시원하고 청명한 가을 일요일 오전 내 의식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의식의 흐름 기법은 무엇일까 이는 의식이 흐르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라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니 내면독백과는 구분되고 논리성이나 인과관계와는 거리가 먼 일관적이지 못한 성질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찾아보니 '디아워스'를 쓴 마이클 커닝햄이나 동명 영화의 주인공이자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언급되네 버지니아 울프는 스승님과 같은 나이인 59세이 자살을 했네 정신분열증을 극복하지 못해 언니와 남편에게 편지를 써놓고 옷을 곱게 차려 입고 어느 강물에서 뛰어들었다고 하는 것 같아 디아워스란 영화를 찾아왔더니 주인공이 니콜키드만 약간의 분장으로 얼핏 보면 그녀라는 것이 느껴지지 못할 정도이니 이 영화의 분장사도 실력 괜찮은 듯 꽤 오래 전 영화인데 관람평점도 좋고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다고 하니 한번 보고 싶은데 오늘 볼까 읽고 써야 할 분량이 산더미인데 왜 하필 오늘 보고 싶어지는 걸까 이 영화를 보고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글을 써볼까 눈이 부셔 조금 늦게 나왔더니 평소 내가 즐겨 앉아 있는 그 자리에는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여자가 나보다 먼저 그 자리를 꿰차고 공부를 하고 있네 컨디션이 별로여서 작업하기 좋은 자리인 창가에 앉았는데 가을햇살이 눈부셔 컴퓨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창 밖의 밝은 빛 반사된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나는 아침부터 커튼을 내리기로 결심했어 나로 인해 어두컴컴해질 주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내가 작업을 해야하니 자전거 여러 대가 사이클복으로 잘 차려 입은 무리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내 눈앞을 지나가고 있어 나도 저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싶다 아니 아마 자전거를 타고 싶은게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이는 휴일의 여유가 그리운 것이겠지 옆의 빈자리에 한 여학생이 앉아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어 아마도 나처럼 공부를 하러 온 사람일꺼야 이곳은 말이 커피전문점이지 주말에는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개인적인 업무나 공부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인생 참 팍팍하네 직원에 따르면 땡땡도서관으로 부르고 있다던데 그 이름엔 나도 꽤 크게 일조한게 아닐까 생각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부터 살고 봐야지 내가 해야할게 있고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나 이곳이 가장 용이한 장소인걸 어떡해 벌써 1년이 가깝게 되는 것 같아 옆 동네 이곳에서 mestory를 쓰던게 엇그제 같은데 1년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으니 시간도 빠르고 나도 열심히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게 아니라 오늘 지금 이순간을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짐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으면서도 문득 문득 찾아오는 어두운 이 느낌은 무엇일까 이건 슬픔이 아닐꺼야 그저 힘든걸꺼야 그런걸꺼야 삶은 고통이자 비애인 것을 삶을 통째로 행복이란 걸로 채우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과연 지금의 행복과 그 행복이 같을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행복하다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될 수 있을까 눈이 부시기 때문에 커튼을 쳐 인위적으로 어둠을 만들어 어둡기 때문에 불을 켜 주변을 밝히고 또는 커튼을 쳐 또 다시 햇살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들인데 삶이 통째로 행복하다면 과연 그 행복을 견뎌낼 수 있을까 행복하다는 것이 또 다른 고통은 아닐까 난 삶은 균형이라고 생각해 언제나 대극의 요소들이 다양한 것들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 삶 사이사이 순간순간에 위치해 있는 것 그게 삶이란 것 아닐까 싶어 그래도 힘든건 힘든거야 오늘은 몸이 부대끼고 허리가 땡기네 이렇게 날 맑은 날 아이와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 두고 나혼자 나와 죽어라 타이핑을 하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들을 읽는 것도 고역이야 휴 도대체 빵을:, :됐어. 이건 무슨 의미가 제임스 조이스는 왜 이런 온갖 수수께끼와 같은 글들을 뱉어 놓고 가버린거지 수백 년 동안 학자들이 자신의 글을 해석하느라 분주할 거이라고 그것만이 자신이 불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다는데 왜 불멸을 원했을까 뭐가 아쉽고 억울해서 불멸을 원한거야 생과 사 삶과 죽음이라 칭하는 것처럼 잠시 잠깐 글쓰기를 멈추고 양손을 모으고 부비적 부비적 거렸어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게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드네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즈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썻다고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들었으니 그도 이 글을 단숨에 쓴 것은 아닐테지 그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것이지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은 아닐꺼야 우리가 삶과 죽음이라 부르는데는 혹은 그렇게 정의하는 것은 삶에는 태어남과 죽음이 있는게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니까 그가 불멸을 원했다는 것은 죽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고 죽음 뒤의 삶, 즉 내세를 믿지 않았다는 건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는 종교가 없었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랬을거야 그러니까 그가 불멸하기를 원했겠지 아니 그는 그 자신이 아닌 그의 작품이 불멸하기를 원했을지도 몰라.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어 버스를 기다리며 엄마의 손을 잡아당기며 엄마의 반응을 보며 깔깔깔 웃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아이 아빠가 없네 아마 그도 나처럼 무언가를 하고 있거나 등산을 갔다거나 개인 생활을 하는지도 모르겠지 내가 이 글을 의식의 흐름 기법에 맞게 쓴 걸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아 왜냐하면 온전히 내 의식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접어야겠어 어차피 나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니까 아마추어 나는 번데기야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숨기고 고치에서 나올 때를 기다리는 번데기.

2013.10.20 10:15분 즈음부터 10:53까지 초고 씀 역시 의식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어 또는 다 옮기지 못한거지 어떻게 40분간 내 의식 속에 들어 있던 생각들이 A4 한 장 반 밖에 안돼 이건 말이 안돼

IP *.192.13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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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3 18:59:59 *.91.142.58

새로운 시도구나... 제임스 조이스 '페넬로페' 형식으루 다가. ㅋ

재미있게 읽었어!

항상 새롭은 시도를 하려는 네 모습 멋지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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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7:22:28 *.46.178.46

어설프고 창피하고 낯뜨겁습니다. 그저 용기를 내었지만 참 쉽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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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0:28:55 *.108.69.102

그렇게 햇살 좋은 날, 가족을 두고 카페에 나와 앉아, 글은 안 써지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 대수씨 마음이 느껴지네요.

수고하셨어요.

 

내가 너무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한다는 지적을 가끔 받는데^^

그러고보니 당진에서 '글의 밀도'에 대해 한 말이 떠올라 미안해 진다는......

 

이런 마음일 꺼에요.

9기는 무언가를 도모하러 이 곳에 왔고,

딱 한 발 앞선 선배로서, 교지팀으로서 적어도 내가 느낀 것은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표현이 좀 거칠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마음은 순수 100%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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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7:25:18 *.46.178.46

아뇨.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할 수 없고, 나만 생각하면 남을 볼 수 없지요.

순간의 미동이 있었을 뿐, 꽤나 큰 떨림으로 저를 흔드는 기분 좋은 멀미였습니다.

그렇게 매스껍다가 속에 있는 것들을 다 뱉어내고 나면 속시원해지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겠지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좋은 날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9기와의 만남이 기분 좋은 순간과 인연으로 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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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0:48:36 *.108.69.102

그리고 총무 대수씨, 이 댓글을 9기 전부와 공유해 주기를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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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일이 10월 수업이네요.

수업 주제를 보니 꽤나 자신을 드러내야 하겠던데, 우리가 잘 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네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던, 선생님의 별세 직후에 내가 한 말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연구소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개인적인 일보다 앞세워서 하겠노라던 그 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책임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하겠지만 분명 그 때와는 달라진 마음을 보며

9기들 또한 심심치않게 출렁댐을 느끼고 있겠구나 짐작합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를 깨닫지요.

선생님께서 계속해서 "연구소에 나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사람이 그리워서" 여야 한다고 강조하신 말씀 말이지요.

이것이 없이는, 경험이나 지식의 전달 자체가 어렵거니와 그 열매를 누리는 일도 재미와 의미가 덜하겠다는 것을

뼛속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관계성 면에서 나는 여전히 약하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해 보자 싶어서

밴드에서 최우성연구원이 제안한 '휴먼 라이브러리' 를 9기를 중심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9기에게 매달 한 두명, 변경 사람들을 독대하여 인생과 연구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판을 깔아 보자는 거지요.

마음이 있어도 개별적으로 하기에는 약간 미묘한 부분이 있는 일이니

공식적으로 날짜나 방식을 정해 놓으면 훨씬 진행하기에 낫지 않을까 하는 거지요.

 

그래서 내일 정식으로 안건으로 제안하고자 하니

시행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고 오기 바랍니다.

 

선의로 하는 일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다시 한 번 자세를 바로 하고, 겸허하고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무리없이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을 지도 모를 9기에게 손을 건넵니다.

 

처음에 연구원에 지원한 마음 그대로,

선생님께서 수많은 저서에 남겨주신 뜻을 새기고 응용하여

내 안에 들어 있는 최고의 나를 끌어내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갈망은

여러분이나 나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변경연은 여전히,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내일 진솔한 수업을 통해 고지에 한 발 성큼 다가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모두 신명나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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