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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1일 10시 12분 등록

우리 가족들 그리고, 나를 아는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금전관념" 혹은 경제성이 없다. 혹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의 말들을 한다.
심지어 사주(四柱)을 보면 역술인들도 하나같이 그런 말들을 하는 걸 보면 내가 정말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조언하기를 무엇인가 구매(지출)를 하기 전에 3단계 self-questioning process를 거치라고 말한다.

1. 꼭 필요한 물건인가?
2.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대체품이 없는가?
3. 그래도 꼭 사야만 하는가?
그리고 1~3번으로 :ll (도돌이표) 하여 다시 질문하는 단계를 거쳐 그래도 "Yes"라고 대답할 수 있고, 그 구매행위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된다면 그때 구입하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구매행위를 할 때에는 위의 3가지+도돌이표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난 이후에 물건을 구입한다(?)고 하기보다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물건을 구입함에 있어 위의 질문에 구해받지 않고 구입하는 품목 2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책이고 두번째가 바로 CD이다.  이 2가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애장품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디지털화로 요즘은 CD를 구입하기 보다는 mp3 파일로 음원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이제껏 내가 사들인 CD의 갯수는 한 600여장 가량되는 것 같다.

몇 년전 절친한(?) 친구에게서 시카고 OST CD를 선물로 받았는데 어느 음식점에 식사하러 갔다가 valet parking을 맡겼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올 때 보니까 조수석 시트 옆에 끼워놓았던 CD case 2개(CD 3장)이 없어졌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그 음식점에 가서 얘기해서 CD 값으로 3만원을 배상받긴 했지만 선물 받은 CD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다른 어떤 것을 잃어버렸을 때보다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무리 같은 비용을 주고 동일한 물건을 산다고 해도 원래의 그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아린다. 어찌 되었든 난 무엇을 잃어버리면 그것이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꼭 대체품을 사서 그 물건이 주던 정서적인 감흥들을 지속하고자 한다. 더 좋은 성능, 더 좋은 디자인의 것이 있을 경우 혹시, 추가로 구입을 할 지언정 나는 반드시 내가 잃어버린 것과 동일한 것을 구입한다. 그 물건이 더 이상 생산이 안되어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리학에서 '심성회계(Psychological Accounting)'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리차드 탈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차피 합치면 다 같은 돈이라도 그 돈을 심리적 목적에 맞게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돈에 이름 즉, 제목을 붙이고 그 제목은 대부분 그 돈의 사용처를 의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갑 속에 10만원을 넣어두면 하루 이틀 지난 뒤 어느새 다 없어지고 말지만, 그 10만원 중 3만원을 비상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난 뒤 한두 번 접어 지갑의 다른 칸에 넣어두면 좀처럼 꺼내 쓰지 않게 된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나에게는 모든 상황, 관계, 물건 등에 '애착'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세분화되어 그와 관련되어 지불하게 되는 모든 비용은 통으로 한 계좌에서 지출되게 되는 셈이니 가계부 관리가 어려운 셈이다.

IP *.35.2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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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4 21:51:30 *.108.69.102

심성회계!  처음 보는 개념인데

모든 것에 애착이 커서 가계부관리가 어렵다는 자기분석이 흥미롭네요.

 

우리가 서서히 첫 책의 주제를 잡아야 할 시점인데,

'지출'도 키워드로는 괜찮을 것 같네요.  물론 진희씨가 땡겨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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