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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13년 10월 21일 12시 53분 등록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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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년전 1주일에 한번씩 만나던  중3 아이가 칠판에 외워서 적은 시입니다.

정말 이쁩니다..

 

IP *.10.1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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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7:17:33 *.50.21.20

돌아오셨군요! 

햇빛처럼 빛나는 시들과 함께 :) 


입시를 위해 배웠던 시가

이제서야 또렷하게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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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20:39:46 *.10.141.23

박웅현의책에 나오는 개처럼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고

이 세상에서 처음 시를 대하는 것처럼 시를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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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8:42:36 *.108.8.66

하... 중3이... 조심하네요.(일찍 깊어졌다는...) 물론, 여자 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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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8:46:56 *.10.141.23

아닙니다.

 

중2때 엄청 말썸 피우던 남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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