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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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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4일 00시 00분 등록

오늘 세 조직의 사람들을 각각 만나 강연했습니다. 오전과 오후, 밤까지 또 천 리 가까운 거리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난 셈입니다. 요즘 과로를 하는 내 모습을 자주 보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더욱 자주 충고합니다. “강연을 좀 줄여!”

심한 날은 하루 8 ~ 11시간을 강의하는 날도 있는데, 그 모습으로 돌아오거나 객지에서 잠을 청하게 될 때 스스로 살펴보아도 내 모습이 정말 피로해 보입니다. 그런 날은 가끔 자문하게 됩니다. ‘왜 이러고 있는 거여? 산중에 들어올 때 이렇게 피로를 입으며 살자고 온 것이여? 왜 단호하게 강의 요청에 거절을 안 하는 것이여?’

 

신기한 것은 그렇게 긴 시간 강의를 하면서도 강의하는 동안에는 내게 정말 생기가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무리한 일정에서 입은 피로가 나를 곤히 잠들게 하지만, 묘한 것은 삶이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강의를 하는 동안도, 잠을 청하는 그 시간도 어떤 뿌듯한 마음이 차오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나는 그 신기한 감정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내 형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신나는 때문 아닐까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턱없는 짐작입니다. 그 신기한 감정은 단지 수입 때문이 아닙니다. 내가 하는 강연 중에 원가를 맞추기도 어려운 강연의 비중도 상당합니다. 돈이 없는 조직이나 단체들은 미안하다고 짧게 강연을 요청하지만, 나는 오히려 비용은 더 주지 않아도 되니 최소 3시간의 강연 시간을 계획해 달라고 요청하곤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내 경험을 알려줍니다.

 

그 신기한 감정의 연원은 돈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강연 활동을 하는 일에 품은 정신 때문입니다. 나는 강연을 통해 이웃과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정신을 담고 그 시간에 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연료를 제대로 챙겨주는 조직이건 그렇지 않은 대상이건 일단 강연을 할 때 나는 청중들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가 그들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생명과 생태, 인문정신을 나누어 청중이 청중 자신의 삶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새롭게 대하고 변화시켜나가는 주인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내 강연활동에 담긴 정신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나는 피로를 입을 만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하지만 그 피로가 내 삶을 소진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밤 강의가 끝나고 나는 외국 생활을 오래하고 귀국한 한 50대 수강자와 직업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물질이 정신을 좀먹어 버린 세상을 염려했습니다. 연봉과 처우, 사회적 지위가 직업정신을 사멸시켜가고 있는 오늘날 직장인들의 가난한 직업의식에 대해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어둠이 밝은 부분을 먹어 점점 이지러져가고 있는 하현 달을 보며 담소의 시간보다 더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그도 나처럼 스스로에게 묻는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요즘 정신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거 분명하지?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알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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