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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7일 22시 17분 등록

1. 그대가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그대가 겪은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이 기술되겠지? 지금 까지 나를 만들어 온 가장 중요한 경험은 어떤 것일까? '3가지의 큰 경험' 이 무엇인지 골라 신문기사처럼 기술하라. (1페이지)

 

밴드생활

병특하면서 시작했던 2년간의 직장인 밴드는 너무도 즐거웠다. 놀 수 있는 모든 걸 해본 기억이다.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대마초 피우러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조금 더 놀다가 큰일날 뻔했다. 가끔 그때가 생각난다. 합주실, 새벽녘, 아지트에 모여 듣던 음악들, 캠핑과 허름한 대포집까지, 그시절의 나 그리고 우리들이 기억이 난다. 이제 다시 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그립다.

수완이 좋았던 리더형 덕분에 실력에 비해 우리는 꽤 규모있는 술집에서 7080 노래를 연주했다. 우리에게 집중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리더형은 어리버리하던 나를 못마땅했다. 가끔 내가 실수를 하면 불같이 화를 냈는데 실제로 정말 무서웠다. 군복무가 끝나고 밴드를 나와야 했을 때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리더형의 마지막 선물이였다. 가계 손님들이 열받지 않을 정도로만.. 딱 그정도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흉악범을 잡던 형사였던 리더형의 조용한 부탁이였다. 난 그날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라는 노래를 불렀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순간이다.

 

여자친구 만나다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이쁘고 잘났던 그녀, 공주처럼 대해주지 못했던 내 불찰이다. 일요일 저녁 9시 조용한 회사 사무실에서 멀티 메일을 받았을 때, 직감적으로 이별문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는 길에 문자를 한단어 한단어를 조심스럽게 읽어갔다.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소개팅을 했다. 하지만 인연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다. 난 선천적으로 재미 없는데다 당시에는 뭔가 급하고 쫓기는 표정이었다. 의미없는 소개팅을 열번쯤 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깝다. 그뒤로 소개팅을 일절 하지로 않기로 맘먹었다.

우습지만 곧 결혼할 지금의 여자친구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나에게서 홀아비 냄새가 난다나.. 회사 신입사원이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준 것이다. 소개팅이라면 치를 떨던 당시, 큰 기대하지 않고 만났던 여자친구는 이상하고 복잡한 매력이 있었다. 나와 달리 사랑받고 자란 친구같았다. 애교가 많았지만 배려할 줄 알았고,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힘이 되었다. 덕분에 책임감이 생겼고, 조금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기술사 공부

월급을 더준다기에 부서 사람들과 같이 기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두달쯤 결국 모두들 포기했다. 하지만 난 6개월 예정으로 시작했던 공부를 2년이 넘은 지금까지 하고있다. 이유는 의외로 공부가 할만했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 인생이 싫다면 할 수 있는 건 공부말고 딱히 없었다.

하지만 나이들어 공부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힘든 점은 방향성이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으며 누구도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토익점수를 위해서.. 대학진학을 목표로 했던 공부만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욱더 어려운 일이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공부하는가?

기술사 공부는 이 물음에 답을 주었다. 내가 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그리고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할 것. 난 힘들게 공부하면서 내가 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공부라는 것이 의외로 재밌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2년간의 과정은 고난이면서 성장의 통과의례였다.

 

 

2. '3가지의 큰 경험'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하나를 골라 자세히 해석해봐(1페이지)

- 왜 이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인가 ? 공부하는 습관을 주었다.

- 이 사건은 내게 무엇을 알게 했는가 ? 노력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 가장 강력한 기질 1? 책임감

.. 쓸만한 재능 2? 끈기와 노력

..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3줄의 정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변경영에 들어오기 1년전, 기술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회사에서 월급을 더 준다는 것과 내 직군에서는 가장 인정해주는 자격증이라는 것에 도전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2012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방법은 간단하다. 일요일에 하루종일 학원에 가있는 것. 그리고 평일에는 일주일간의 숙제를 하는 것이었다. 학원에서는 수업이 아니라 토론을 하였다. 일주일간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토론시간은 답답함의 연속이였다. 토론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평일에 공부를 충분히 해둬야 했다.

공부는 회사에서 몰래몰래 하였다. 집에서만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점심시간, 회의시간, 화장실에서도 책을 보았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몰래 하는 공부가 정말 힘들었다.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경쓰이는 일이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회식이나 티타임도 전부 빠졌다. 인간관계가 나빠지는 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업무였다. 점점 회사에서 할 일이 뒷전으로 미뤘다. 회사일이 하찮고 귀찮아졌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일을 떠넘기거나 모른척으로 일관했으니 평가 역시 좋을리가 없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후회가 들었는데, 이상하게 꾸역꾸역 2년넘게 이 생활을 해오고 있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책임감이다. 내가 가진 강력한 기질, 그건 끈기와 책임감이다. 공부량이 많았기 때문에 토론은 각자 파트를 맡아서 설명해주는 식이였다. 내 부분을 공부하지 않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힘들고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팀원들 때문이였다. 회사가 더욱 바빠지고 몸이 아플때는 미래의 가족을 생각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자격증이 어떤 미래를 보장해줄지 확답할 수 없었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라며 힘을 냈다. 하지만 공부가 1년이 넘어가고 장기 레이스가 되가면서는 이제 책임감은 사라지고 깡만 남았다.

어찌되었든 기술사 공부는 나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주었다. 입만 앞세우는 사람이 되지 않고 내면을 꾸준히 체울 수 있는 습관을 주었다. 또 평범한 사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빛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으로 알기 힘든 경험을 주었다. 해야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그 어떤 것보다 건강과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노력할 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게 해주었다.

이제 자격증과 관련된 공부는 거의 끝나간다. 이전처럼 회사에서 눈치보면서 치열하게 공부할 필요도 없고, 주말동안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난 간절히 공부하길 원한다. 개인적인 성공 욕심도 조금 있지만, 그것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부는 끝이 없다. 공부는 날 조금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 유일한 길이다.

 

 

3.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대라는 세계의 미래에 대하여 꿈을 꿔라(1페이지)

..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 나의 첫 책은 그렇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다루게 될까 ?

 

난 즐겁게 일하는 내 미래를 떠올린다. 무엇보다 공헌력을 높이는 일을 해보고 싶다. 희생이나 봉사 개념보다는 내가 어떤 가치있는 것들을 제공해주고 그걸 대가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가치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필살기가 필요하다.

사실 지금 난 복잡한 딜레마에 처해있다. 내가 꿈꾸는 삶과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다. 내가 꿈꾸는 삶은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내 삶은 무척이나 팍팍하다. 이 괴리감은 날 변화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원동력이 얕어지고 있다. 회사 생활에 적응이 되었는지 불만이 점점 사리지는 것이다. 힘들다고 입으로 투덜대지만 못버틸 정도는 아니고, 회사에서 대우가 그리 나쁜 편도 아니다. 내 이상을 찾아 모험을 할 이유도 열의도 사라져간다.

하지만 가끔 뭔가 공허하다. 이렇게 월급쟁이로 살아간다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 공부를 한다. 변경영 모임에도 들어온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지금 있는 이 안정된 환경을 박차가 나가서 성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성공이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지금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난 구체적으로 무얼하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이란건 어떤건지. 모호한 것들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필요하다. 하루이틀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무슨 캠프에 가서.. 세미나를 통해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건 내 삶과 운명을 결정지을 문제이다. 깊이있고 다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에 들어서 미약하지만 자체적으로 얻은 해답은 책을 쓰는 것이다. 나의 전문성을 살려주면서,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공헌을 할 수도 있다. 혹시 내 전문분야가 매력적이라면 훌륭한 밥벌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에 나에게는 가장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리고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연결되는 그 시점. 그 지점부터 다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영화감독, 만화가 같은 예술분야의 직업들을 이렇게라도 해보고 싶다.

 

나의 첫 책

내 첫책은, 아니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은 기술이나 과학분야의 이야기들이다. 내가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주제들은 사실 자신이 없기도 하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다. 딱딱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어서 독자들이 한번더 생각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내용이 탄탄했으면 한다. 뻔한 말, 뻔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물론 어렵다. 해보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보려고 한다. 많은 고증을 거치고, 실제 발로 뛰어가면서 내용을 채우고 싶다. 내 분야라면 최신 잡지를 구독하거나 여려 학회를 다니는 것, 혹은 기술을 직접 해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 멋진 사람. 인문학과 기술을 붕괴시키는 통합형 인간이 되고 싶다. 말이나 남의 지식으로 쓰는 책은 한계가 있다. 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쓰는 것이 목표지만 내 스스로가 지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감쳐진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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